나는 과연 서점 주인을 ‘업’으로 삼고 싶은가?
대체로… 아니올시다.
- 조지 오웰, 「서점의 추억들」
스코틀랜드 한구석의 잊혀진 땅, 위그타운에 자리한 중고 서점 ‘더 북숍’. 아름다운 바닷가의 작은 마을에 있는 조지 왕조풍 서점 건물은 구불구불 끊임없이 이어지는 복도와 타오르는 난로의 열기로 가득한 애서가들의 천국이다. 서점 구석구석 빼곡히 들어찬 10만 권의 책들 가운데는 16세기 가죽 제본 성경에서부터 애거사 크리스티의 초판본까지 없는 것이 없다.
그러나 책의 천국처럼 보이는 서점의 이면은 생각과는 딴판이다. 애서가이자 남다른 인간혐오자인 더 북숍의 주인 숀 비텔은 2001년 11월부터 서점을 운영해 왔다. 그의 솔직하고 냉소적이면서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일기를 읽다 보면 서점이란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는 난로 옆에서 안락의자에 슬리퍼 신은 발을 올리고 앉아 입에 파이프를 물고 기번이 쓴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고 있노라면, 지적인 손님들이 줄줄이 들어와 흥미로운 대화를 청하고 책값으로 두둑한 현금을 놓고 나가는” 낭만적인 곳이 아님을 알게 된다.
서점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엉뚱한 손님들의 기상천외한 요청,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난방 기기,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구해 오는 제멋대로인 직원들과 일 년 내내 텅 비어 있는 금전 등록기 때문에 속 편할 날 없는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한 번쯤 꿈꿔 봤을 서점 주인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꿈을 슬며시 내려놓게 될지도 모른다. 매달 글머리에 인용되는 조지 오웰의 경험이 담긴 에세이 「서점의 추억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한 통찰을 전한다. “서점 주인은 책에 관해 거짓말도 해야 하는데 그런 점 때문에 책에 대한 혐오감이 싹트기도 한다. 그보다 더한 문제는 끊임없이 책의 먼지를 털고 이리저리 옮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말 책을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책들의 모습, 냄새 그리고 감촉까지 사랑했다.”
그럼 이런 일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으냐고?
아니올시다.
- 본문 중에서
그럼에도 온라인 시대에, 세상 끝 작은 시골 마을의 서점에서 책으로 생계를 유지하려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일기에서는 그의 무자비하게 비틀린 시선을 뚫고 마을과 사람들, 무엇보다 책에 대한 애정이 배어 나온다. 그는 희귀하고 가치 있는 책을 찾아 전국을 여행하며 오래된 집이나 경매장에서 책을 거래하고, 고전부터 우연히 마주친 책까지 다채로운 책 이야기를 들려주고, 각양각색의 유별난 인물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상의 매력과 고달픔을 환기해준다. 1년 365일 더 북숍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골치 아픈 사건들은 이윽고 이 서점을 가장 이 서점답게 만드는 빛이 되어 특별한 매력을 빚어낸다.
이렇듯 고난과 기쁨이 교차하는 서점 주인의 삶 앞에서, 책과 서점을 좋아하는 숙명을 안고 태어난 사람들은 그가 총으로 쏴버린 킨들에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직접 손에 들어 어루만지고 책장을 넘기며 바래져가는 세월을 나눌 종이 책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일기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그의 페이스북에 새 게시물로 올라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세상 끝 서점을 찾아가 책을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