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이 좀 어떻니? 방금도 너한테 레이키 세션을 했거든." 언니가 수술 후 몸이 급격히 쇠약해진 내게 자신의 치유 에너지를 원격으로 보내주고 있다. "덕분에 귀울림도 줄어들고, 불면증도 좀 나아진 것 같아." 운동과 거리가 먼 내가 요즘 매일 억지로라도 5천보 이상 걷고, 먹기 싫어도 약 먹듯이 식사를 제 때에 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또한 언니가 내게 보내는 사랑의 레이키가 효험을 보이고 있는 거라고 믿고 있다. 곁에서 우리의 통화를 듣고 있던 남편이 지금 서울에 있는데 레이키를 경주집으로 잘못 쏘아 보내신 건 아니냐며 낄낄댄다. 40년 넘게 같이 살면서도 남편은 여전히 우리 형제들의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같은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나도 가끔은 우리 형제의 진지한 황당함에 맞장구를 치다가도 속으로 폭소를 터뜨릴 때가 있긴 하다. 이건 우리 형제가 AB형의 아버지와 AB형의 어머니의 특별한 유전자를 물려 받은 까닭일 거라고 짐작한다.
네 가지 혈액형별 성격 유형으로 모든 사람을 분류한다는 건 무리하게 보이지만,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면도 있기에 자못 흥미롭다. 예를 들어 AB형의 성격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는 현실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때론 4차원의 엉뚱한 생각을 하는 몽상적인 면도 강해 전부터 AB형은 바보 아니면 천재라고들 했다. 요즘은 우스갯소리로 AB형을 3G(지랄맞고, 지랄맞고, 지랄맞음)라고 한다. 남에게 더없이 친절하고 투철한 봉사정신을 보이는 반면, 한편으론 위선이나 가식을 용납하지 못하는 단호함으로 직설을 서슴지 않기에 지랄맞고 변덕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거다. 괴팍한 AB형 아버지의 훈육을 받은 우리 형제들의 성격도 결코 평범치 않아 남들에겐 이해불가인 독특한 면을 갖고 있다. 특히 쌍둥이처럼 자란 두 살 터울의 오빠는 외모뿐 아니라 취향도 나와 비슷해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결혼 후 오랜 세월 떨어져 지내다가 어느 해 집안 행사가 있어 모처럼 오빠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책꽂이에 꽂힌 책을 보고 너무 신기하여 웃음이 절로 났다. 텔레파시가 통한 것 처럼 내가 그즈음 읽고 있던 영적인 내용의 책들이 거의 다 거기 있었다. 사업을 한다고 외국을 들락거리며 바쁘게 사는 오빠가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나와 같은 정신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니 새삼 형제애로 가슴이 뭉클했다. 지난 번 통화에서 오빠와 추억을 더듬다가 나는 3살 때 일도 기억하고 있다고 자랑삼아 말했더니, 자신은 전생의 기억도 갖고 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노년을 바라보는 우리 남매의 어린아이 같은 대화를 누가 들었다면 치매를 의심했을지 모르겠다. 이번 주말에 오빠하고 점심을 하기로 했는데, 우리의 대화가 어디로 튈지 퍽 기대된다. 곁에서 남편이 "또 시작이다."라며 궁시렁거리겠지만, 내 생일을 축하한다고 오빠가 마련한 자리인데 듣기 괴로워도 좀 참아주면 좋겠다. 남편도 B형인 오이지(오만하고, 이상하고, 지랄맞음)라 만만찮은 또라이지만, 찐또라이라고 인정받은 AB형의 남매를 이길 수는 없을 테니까.
첫댓글컨디션이 좋아 지면 좋은 현상입니다.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시고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근데 우리 형제는 모두가 B형인데 각기 다른 성격들이고 마음 품은 것도 다릅니다. 또한 정도 없다고 봐야 되겠지요 그리고 저의 처가 O형 아들도 O형 딸은 B형인데 "오이지"라 참 냉정하기도 합니다. 글을 참 맛나게 읽었습니다.
그냥 밤에 잠이 안 와서 재미로 쓴 글이에요. 오늘 오빠랑 점심을 했어요. 4차원 오빠는 본업인 무역외에 여전히 로또 연구에 골몰하고 있더군요.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고 은근히 자랑을 하네요. 오빠 때문에 저도 로또로 버린 돈이 적지 않았는데, 결국 돌아오며 오빠가 찍어준 숫자로 로또 한 장을 사고 말았어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즐거운 만남이었답니다.^^
첫댓글 컨디션이 좋아 지면 좋은 현상입니다.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시고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근데 우리 형제는 모두가 B형인데 각기 다른 성격들이고 마음 품은 것도 다릅니다. 또한 정도 없다고 봐야 되겠지요 그리고 저의 처가 O형 아들도 O형 딸은 B형인데 "오이지"라 참 냉정하기도 합니다. 글을 참 맛나게 읽었습니다.
그냥 밤에 잠이 안 와서 재미로 쓴 글이에요. 오늘 오빠랑 점심을 했어요. 4차원 오빠는 본업인 무역외에 여전히 로또 연구에 골몰하고 있더군요.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고 은근히 자랑을 하네요. 오빠 때문에 저도 로또로 버린 돈이 적지 않았는데, 결국 돌아오며 오빠가 찍어준 숫자로 로또 한 장을 사고 말았어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즐거운 만남이었답니다.^^
글 감사합니다.
오늘은 약간 흐리고
미세먼지도 좀 있는 날씨지만
경주도 산책할때가 많으시지요?
어머 우린 남편도 나도 아들 딸도 사위 며느리 손자손녀 11명이 모두 O형 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