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회 동대문지방 전농교회는 환경운동을 열심히 벌이는 교회로 유명하다. 담임 이광섭 목사는 17년 전 전농교회에 부임한 이래 녹색신앙을 우리 시대의 핵심신앙으로 고백함으로써 생명어린 복음의 능력을 펼쳐 내고 세상 모든 관계 속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해 애쓰며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힘써왔다. 2020년 전농교회는 아직은 이른 듯하다며 사양해 오던 녹색교회 선언을 표방하였고, 이후 녹색 신앙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일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많은 교회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소비, 먹거리, 에너지, 자원순환, 교통, 생태문제 등에 관심하며 탄소중립을 이루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보시기에 좋았던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보존하고 만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하나님 나라 백성들의 당연한 의무이자 실천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전농교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환경문제가 정말 신앙의 문제인지, 성경은 생태 환경 문제에 대해 어떠한 답을 주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녹색성경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은 환경선교는 정당할 것이라는 전제를 갖고 환경선교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성경을 인용해 왔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단편적인 설명을 주는 것에 불과했다. 익숙하게 여겨온 인간중심주의 신앙의 견고한 신앙의 틀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환경 문제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씨름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열성을 가지고 참하던 교인들이 2~3년 지나면서 타성이 생기더군요. 목사가 요청하니까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감당하기는 하지만 이 일이 정말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인지, 복음의 본질인지를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었어요. 성경적 기초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지요. 환경선교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것, 복음의 본질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습니다. 그래서 창조세계 돌봄에 대한 성경적인 기초를 세우는 게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녹색성경공부를 시작했어요.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는 영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광섭 목사는 녹색성경공부를 통하여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대하는 그리스도인들의 고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성경은 피조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구원의 경륜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성경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그는 녹색신앙 실천은 사회에서 말하는 환경 담론에 교회가 기독교적인 신앙 개념을 몇 개 보태는 걸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한다. 더욱이 환경문제를 이념 문제로 진영화하는 일에 익숙한 교회 상황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복음은 인간의 구원만 생각했잖아요. 십자가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한 예수님의 피 흘려 돌아가신 희생이잖아요. 그런데 정말 성경이 인간만을 구원한다고 말씀을 하실까요? 성경을 읽다보면 복음은 인간을 구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세계를 전체 다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큰 구원의 경륜 가운데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요” 이광섭 목사는 전농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녹색신앙의 눈으로 다시 읽는 성경>이란 교재를 가지고 6월부터 녹색성경공부를 시작했다. 모두 12강으로 되어 있는 교재는 이광섭목사가 몇 권의 저작들을 발췌해서 편저한 교재이다. 매주 점심반과 저녁반으로 나눠 50여 명이 참석하고 있다.
이 교재를 만들기 위해 이 목사가 정리하고 참고한 저작들은 다음과 같다. 「나의 지구를 부탁해」(데이브 부클리스, 앵커출판, 2022) 「창조 세계 돌봄」(더글라스 무/조나선 무, 죠이북스, 2022), 「지구와 말씀」(데이비드 로즈, 동연, 2015), 「성서와 환경」(데이빗 호렐, 한신대학교출판부, 2014), 「창조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그리스도인」(대림절묵상집, 동연, 2021), 「찬미받으소서」(프란치스코, CBCK, 2015), 「교회는 어떤 공동체인가?」(김형원, 느헤미야, 2020), 「생태위기 상황에서 다시 읽는 바울서신」(세릴 헌터 외, 장신대학교출판부, 2023) 등이다.
12일 오후2시, 녹색성경공부 낮반. 세미나실에 25명 정도가 모였다. 한 성도가 “녹색신앙의 눈으로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바라볼 때 하나님의 참뜻을 깨닫는 시간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제3과 “하나님의 창조세계” 성경 공부가 시작됐다. 먼저 두 주간 공부했던 두 챕터 “환경문제는 정말 신앙의 문제인가?”, “성경 새롭게 보기”를 복습한다.
“우리는 창세기1장 28절에 나오는 땅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인간이 세상을 마음대로 다루어도 된다는 명령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여기서 인간에게 주신 통치권의 성격을 성경 전체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왕권은 고대 전제 왕권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이스라엘의 왕은 백성들을 돌보고, 세워주는 하나님의 대리인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피조물을 맡겨주신 것은 이 관계를 가지고 이해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사람만 창조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6일 동안 먼저 피조세계를 만드시고 맨 마지막에 인간을 만드셨습니다. 왜 그리하셨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 목사는 창세기를 읽으며 환경문제는 곧 영성의 문제라며 인간중심의 성경 읽기를 극복하고 보시기에 좋았던 피조세계를 향한 생명의 감수성을 가지고 성경을 읽을 것을 강조했다. 인간 역시 피조물의 일원이고 자연과 상호의존적인 관계에서 살아가므로 피조물을 인간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대상화하거나 탄식과 고통에 빠지게 두지 말고 모든 피조물 역시 하나님의 선한 의도에서 창조된 만큼 썩어짐의 종노릇 한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도록(롬18:19,21) 지키고 보호해야 할 하나님의 청지기(창2:25)로서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 세계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심을(시24:1) 강조했다. 창조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깨달을 때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이루신 화목의 복음이 만물을 위한 것(골1:20)임을 알고 복음에 걸맞은 삶을 살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이다.
물론 피조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다른 말씀도 있다. ‘하늘은 여호와의 하늘이라도 땅은 사람에게 주셨도다(시편 115:16)’라거나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 거리가 되리라’(창1:29)거나 주님의 날이 이를 때 녹아버릴 자연(벧후3:10~13)을 묘사하는 구절 등은 생태 환경 문제를 다루는데 어려움을 주는 구절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구절은 성경 전체의 흐름과 하나님의 구원의 경륜이라는 틀에서 총체적으로 주석하고 이해의 지평을 넓혀갈 구절들임을 기억하자고 했다.
‘땅과 그 위의 만물은 본래 네 하나님께 속한 것(신10:4)’,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 너희는 거류민이요 동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레25:23)’,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고 만물이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골1:16)’, 등의 구절들, 시편 104편, 욥기 38~41장, 로마서 8:15~25, 골로새서 1:15~29, 요한계시록 21~22장 등 더 많은 부분에서, 그리고 성경 전체에 흐르는 하나님의 뜻은 자연을 파괴하고 착취하라고 하지 않는다며 “결국 하나님의 소유권은 온 지구와 그분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을 포함한다. 그는 창조자이시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이 세상을 사용할 권한을 주셨다. 그것은 청지기이며 보호자로서의 임무이다.” 라고 결론지었다.
1시간 정도 성경공부를 이어간 참석자들이 공부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참석자들의 열의는 상당했다. A성도는 “전통적으로 배운 성경 읽기와 달라 조금 난해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이어 “공기 질이 나빠지고 북극의 빙하가 다 녹고 지금 세계가 열도가니처럼 변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그냥 멸망으로 이끄시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다.”고 했다.
다른 참석자 B성도는 “지금까지 성경을 인간 중심의 관점으로 읽어왔는데, 녹색 성경공부는 하나님의 관점으로 성경을 보게 하는 것 같다”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이목사는 “녹색성경공부 1기가 다소 시험적인 면이 있으므로 이번 경험을 통해 12강으로 된 교재를 대폭 수정 보완하고 내용도 압축해서 성도들이 이해하기 쉽게 재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후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성경을 읽으면서 희망으로 바뀌는 것을 느낀다”며 그 이유는 “하나님이 그렇게 사랑하시는 피조 세계를 멸망하게 내버려 두시지 않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 C성도는 “자연과 인간을 함께 창조하신 것에 감사하면서도 저희들이 자연을 보존해야 하는 책임을 못 느끼고 사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떤 목사님도 지적해 주지 않으셨는데 이 녹색 성경 공부는 정말 속이 시원한 걸 가르쳐주신다. 계속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한 여성 성도 D는 교회가 배포한 ‘녹색신앙 실천표’를 언급하며 “이렇게 작은 것 하나 (실천)한다고 지구의 위기가 해소되겠는가 하는 좌절감이 있었는데 우리의 실천이 아무리 사소해도 우리의 그 노력과 기도를 하나님이 귀중하게 보시고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 지구를 회복시켜주지 않으실까 기대한다”는 바램을 전하였다.
인간중심의 구원관에 익숙했던 성도로서 녹색신앙의 눈으로 성경을 읽는 것이 정통교리에서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드러내는 성도도 있었다. E성도는 특히 어떤 생태신학자가 ‘모든 피조물과 인간이 동등하게 창조되었다’고 말한다는 데 이를 단순한 ‘성서해석의 차이’로 보아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이광섭 목사는 “생태 환경 신앙을 연구하는 분들 가운데는 굉장히 앞서가는 분들이 있지만 나는 하나님이 인간만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모든 만물을 창조하셨고 인간만을 구원하시는 게 아니고 온 만물을 구원하시려고 인간을 하나님의 청지기로 사용하신다는 이 믿음을 나누기를 원한다”라며 “녹색 성경 공부를 통해 인간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잘 헤아려 보자”는 말로 3과를 마무리하였다.
심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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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세계의 주인은 하나님이심을 기억하고 창조세계회복을 위해 우리 그리스도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