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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명동밥집 센터장 김정환 신부
서울대교구 노숙인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이 1월 6일 첫 도시락 나눔을 시작으로 6개월째 운영 중이다.
서울 남대문, 을지로, 종로 일대 노숙인, 홀몸 노인 등 하루 한끼를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든 이들이 언제든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한 명동밥집은 5월 5일부터 현장 배식을 시작하면서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시간을 정해 도시락을 나눠 줄 때와는 달리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는 언제든 밥을 먹을 수 있고, ‘라파엘 나눔재단’도 3월부터 시범운영 후 6월부터 매 주일 본격 진료에 나섰다.
처음 4달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장에서 먹을 수 없어 한 기업의 지원을 받아 일주일에 세 차례(수, 금, 주일) 도시락 나눔을 했다. 첫 주 3일은 도시락 약 100개를 나눴지만, 점점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재는 평일 약 450명, 주일에는 약 650명의 손님이 찾아와 밥을 먹는다. 봉사자도 400여 명에서 약 64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6개월 여정, ‘명동밥집’이 차려낸 밥상, 밥을 먹는 손님들과 함께하는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명동밥집 센터장 김정환 신부에게 들었다. 김정환 신부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싣는다.
명동밥집 센터장 김정환 신부.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명동밥집’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는데, 짧은 시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간의 과정, 그리고 직접 현장에서 밥을 나누고 사람들을 만났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정환 신부> 사실 명동성당에서 무료 밥집을 시작한 것은 처음은 아닙니다. IMF 직후, 실직자들과 거리로 나와야 했던 이들을 위해 가톨릭회관 지하에 밥집을 운영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그곳에서 밥을 드셨던 한 분을 이번에 명동밥집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가톨릭회관 후문 작은 자리에서 소박하게 그 식당을 이어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시작됐고, 장소를 다시 물색하던 중, 배식을 하기에 좋은 옛 계성여중고 학생식당 자리를 정하게 됐죠.
사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다른 부서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고, 직접 어떤 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아니에요. 그래서 처음에 무료급식소를 본부가 맡아서 운영하는 것에 대해 고민도 했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필요한 일이라면 본부에서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사실 두려웠지만 일단 시작하니 기적같이 많은 관심과 후원, 봉사자 모집이 시작됐어요. 하느님이 지혜를 주실 거라고 생각했고, 저들에게 당장 급한 것이 먹을 것이라면, 우리가 한 번 해보자는 생각뿐이었죠.
현장 배식을 하면서 더 많이 알려지고, 최근 두 달 평균 손님 수는 평일 400-450여 명, 주일에는 문을 닫는 급식소가 많아 600-650여 명이 오십니다. 배식 시간제한 없이 편한 시간에 언제든 와서 먹을 수 있는 밥집을 추구했는데, 처음에는 밥을 먹는 분들이 밥이 떨어질까 불안해서 3시간 전부터 오기도 했어요. 그래서 계속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을 지키고 그 시간 안에는 언제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어요. 그러니 점점 안심을 하면서 서로 신뢰를 만들어가게 됐습니다. 또 급식 횟수나 양을 제한하는 곳들도 있다 보니, 처음부터 많이 받아 놓고 먹으려는 분들도 있었는데, 원하는 만큼 드리니 점점 그들의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게 보였어요. “이렇게 계속 밥을 퍼주면서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 일시적 이벤트 같은 것 아니냐”는 반응에도 그렇지 않다고 설득하고 국경일도 쉬지 않았어요.
밥을 먹으러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아주 조심스럽게 왔다 가시지만, 늘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에요. 하지만 점점 질서가 잡히고 있고, 그렇게 함께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계성여중고 터 운동장. 매주 수, 금, 주일에 천막 식당이 차려진다. ⓒ정현진 기자
<지금여기> 그동안 봉사자들도 250여 명이 더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도 400명이 넘는 분들이 지원을 하셨고, 도시락 나눠 주던 시기에 추운 겨울에도 아주 기쁘게 봉사하고 안내하던 모습을 봤었습니다. 봉사자들 이야기도 나눠 주실 수 있을까요?
<김정환 신부> 날이 점점 더워지면서 밥을 먹는 텐트 안의 열기, 주방의 열기도 어려운 부분이고, 여러 어려움이 있죠. 하지만 이곳까지 밥을 먹으러 오시는 분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어렵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봉사자들의 역할은 고정이 아니라 계속 바뀌고 있고, 균등하게 돌아가면서 다른 역할을 맡고 있어요. 한 분이 2주에 한 번 반나절 활동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봉사자 600여 명이 12개 영역으로 조를 짜서 순환하고 있는데 벌써 많이 숙달됐고 서로 수월해졌죠, 감사한 일입니다.
누가 시켜서 오는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오시면서 놀랍게도 수도권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오세요. 홍천, 춘천, 수원, 천안, 의정부에서 오고 계시고, 중고등학생 자녀와 동반해서 오는 부모님, 팔순 나이에도 봉사하러 나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또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개신교도, 불교도, 무교인 분 등 종교를 초월한 이들이 동참하고 계십니다. 이곳에 와서 사제, 수도자, 주교님들이 직접 식판을 나르고 밥을 퍼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가톨릭 성직자들에 대한 고정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인식을 많이 깨준다는 거죠.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전교를 하거나 교리를 말하는 것이 전혀 아닌데도, 종교와 상황, 지역을 넘어 이곳에서 만나면서 살아 있는 삶의 현장에서 하느님이 어떻게 현존하시는지 느끼고 체험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여기> 밥이 우선적이고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가장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명동밥집에 오는 분들과 나누는 다른 것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명동밥집만이 갖춘 규칙이나 운영 방침도 있을 텐데요.
<김정환 신부> 노숙인도, 홀로 사는 노인들도 대화를 나눌 대상이 거의 없습니다. 이곳에 와서 봉사자들과 인사하고 나누는 간단한 대화조차 그날 나누는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일 수 있어요.
밥도 소중하지만 정말 외로운 이들이에요. 하지만 또 서로 섞이기 싫어하고 불편해 하기도 해요. 마침 코로나 때문에 마주보지 않고 한 방향으로 앉아서 먹을 수 있게 좌석을 배치했는데, 오히려 좋은 반응이에요. 이미 자주 보는 봉사자들과 손님 사이에 서로 알아보고 반가워하기도 하고요. 짐이 많거나 전동차를 타거나 고령인 분들은 따고 배려하는 게 자연스럽죠.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에서 매주 금요일, 이곳에 오는 분들을 위해 마음돌봄캠페인을 하는데 폭발적 호응이에요. 말로, 메모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표현하더라고요.
음식이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작은 주방에서는 봉사자들이 쉴 틈 없이 음식을 만든다. ⓒ정현진 기자
<지금여기> 교회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청년들을 위한 밥집, 지역사회 공동체 등이 있지만, 사실상 성당 안에 무료 급식소가 생긴 것은 명동밥집이 처음입니다. 이 부분에도 많은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김정환 신부> 군종신부를 하다가 명동에 다시 왔는데, 아주 화려한 곳이 되어 있었어요. 명동성당도 시기마다 아름다운 모습이 있고, 또 주변 직장인들, 관광객,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 주기도 하죠. 그런데, 성당 인근의 지하 공간에는 밥을 굶고, 밤에는 그곳에서 잠을 청하는 것도 허략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 교회는 알고 있을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일까? 생각했죠.
명동성당이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 곳이지만, 사실 명동이라는 지역의 한 성당입니다. 주위에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각 지역에 있는 성당들은 과연 그들을 위해 어떤 사목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각 지역의 어려운 이들을 위한 사목을 고민한다면, 성당에 대부분 갖춰진 부엌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비어 있는 성당 공간을 지역 주민을 위해 내어 줄 수도 있을 거에요. 나아가 이런 급식소가 생긴다면 명동밥집 분점이 다른 본당에도 생기는 것이고요. 명동에서 밥집을 시작했지만, 이곳만의 사업이 아니라, 변화와 확산을 위한 첫 시작의 상징이 되기를 바랍니다.
밥이 필요한 이들은 어디에나 있고, 그들에게 누군가 밥을 줘야 한다면 각 지역 본당이 우선적으로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여기> 아주 희망적이고 고무적인 일이지만 반면, 명동밥집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등 우려의 시선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정환 신부> 처음 이곳에 장소를 정하면서 노숙인들이 명동성당을 통해서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이들도 있었어요. 신자들조차 말이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죠. “왜 노숙인을 성당에 들어오게 하나?” 이런 시선과 인식은 "우리 교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고 인식일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 참 안타까웠습니다.
밥집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자연히 시선들도 집중됐죠. 그 자체가 우려할 지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명동밥집이 금방 문을 닫는다면 그건 교회가 문을 닫는 것과 같은 의미에요. 제한 없이 무조건 밥을 제공하기 때문에 재정을 걱정하는 분들도 있어요. 현재 상태라면 1년 예산은 약 4억 정도입니다. 고정적인 후원 외에 특별 후원이나 지원은 따로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하고 재정적으로 힘들어질 때를 대비하고 있어요. 그래도 모자란다면 신부들이 나서서 모금을 할 겁니다.
명동밥집에 대한 기사도 많이 났어요. 모두 호의적으로 긍정적으로 써 줬지만 사실 부끄러운 일입니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과연 교회의 진심인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검증을 받는 것 같았는데, 그 역시 교회가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죠. 또 한편으로는 교회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크게 주목을 받은 겁니다.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 봉사자들과 밥을 먹으러 온 손님들이 나눈 메모판. ⓒ정현진 기자
<지금여기> 명동밥집을 통해 생각지 못하게 드러난 것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굶는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말을 건넨다는 역할을 넘어 이곳에 모여들고 함께하는 이들을 통해서 드러내 보이는 어떤 표징 같은 거죠.
<김정환 신부> 명동밥집에 오는 봉사자들은 불특정 다수인데, 앞서 말했듯 신자가 아닌 분들, 타종교인도 많습니다. 밥을 먹고 후원금을 내고 가시는 분들도 있죠. 후원이나 봉사를 떠나서 이들을 보면 교회가 어떠해야 하는지, 신앙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싶어 하고,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가 역설적으로 드러납니다.
비단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요구하고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나눔’입니다. 봉사하고 후원하는 이들 대부분은 풍족하지 않아요. 자기 돈을 들이고 땀을 흘리면서, 모두 어렵다는 상황에서, 봉사하고 나누는 이들이에요. 그들이 정말 살아 있는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몫은 교회 지도자들에게 있습니다, 이제 성직자, 수도자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됩니다.
<지금여기> 마지막으로 교회로서 명동밥집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정환 신부> 노숙인들 자체가 사회 문제는 아닙니다. 그들이 겪는 극단적 상황이 문제죠.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점점 무료 진료에도 관심을 갖습니다. 삶의 의지를 조금씩 찾고 변화를 일으키면서 다른 것에도 관심이 생기고 보이기 시작하는 거에요. 기본적으로 밥을 제공하고 어떤 형태로든 자활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접근해 준다면 그것을 통해 지역 교회에도 가이드라인이 생길 거라고 봅니다. 교회 내에서 해 나가다 보면 지자체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하나의 방향을 함께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가 먼저 주는 것, 그들을 살리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니까요. 예수님은 병자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했고 다가갔습니다. 성전이나 율법이 아니었어요. 또 살아 있는 성체성사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전 안에서 이미 정형화 된 것이 아닌, 교회의 본질인 살아 있는 성체성사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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