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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교수(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특임교수)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전역에서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지역 브랜드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 시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야시장, 지역의 역사와 자연을 담은 공공미술 프로젝트, 지역민이 직접 참여하는 축제와 같은 다양한 시도들이 지역마다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단순히 지역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지역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외부인들의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꾸며, 궁극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브랜딩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려면, 단순히 눈에 띄는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유명 예술가를 초청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고 지역민이 주체가 되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추진될 때, 그 효과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지역 문화예술,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닌 정체성의 표현
문화예술은 지역을 알리기 위한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한다. 그것은 그 지역의 역사, 전통, 자연환경을 반영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올레길’은 단순한 걷기 코스가 아니라, 제주의 독특한 자연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올레길을 걷는 동안 마주치는 제주의 돌담과 푸른 바다, 그리고 지역민들의 삶은 제주의 고유한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또한, 지역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의미를 함께 느낄 수 있어, 지역민과 외부인 모두에게 제주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안동의 ‘탈춤 페스티벌’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안동은 한국 전통 탈춤의 본고장으로, 탈춤 페스티벌은 지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매년 개최된다. 이 페스티벌은 단순히 전통 공연을 넘어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장을 마련하며, 외부인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탈춤의 역사와 의미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안동은 ‘탈춤의 고장’이라는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했고 지역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지역민의 참여, 문화예술 브랜딩의 핵심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지역민이 주체가 되어 문화예술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때, 그 결과물은 더욱 진정성 있고 지속 가능해진다. 경남 통영의 ‘통영국제음악당’은 외부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공연을 여는 공간을 넘어, 지역민이 직접 음악을 배우고 공연에 참여하는 문화적 허브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통영은 ‘음악의 도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문화적 역량도 한층 강화되었다. 통영국제음악당은 지역민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화 공간으로서, 그 자체로 지역 사회의 문화적 가치를 증진시키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지역민의 참여 없이 외부에서 주도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는 종종 지역의 정체성을 왜곡하거나,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유명 예술가를 초청해 대형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지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결국 방치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는 문화예술이 지역의 역사나 삶의 맥락을 반영하지 못하고 지역민들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상실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문화예술과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
문화예술은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또한, 문화예술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산의 ‘부산국제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행사가 아니라, 부산을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영화와 관련된 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 이를 통해 부산은 문화 관광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으며, 지역민들은 영화제와 관련된 다양한 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
전북 군산의 ‘군산근대역사박물관’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사례이다. 군산은 일제강점기의 근대 건축물을 보존하고 이를 활용해 박물관과 문화 공간을 조성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장소로 자리 잡았으며, 관광객 유치를 통해 군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는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거두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브랜딩을 위한 과제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브랜딩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지역의 정체성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 자연환경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만의 독특한 특성을 존중하며 예술을 창조해야 한다.
둘째, 지역민의 참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지역민이 문화예술 활동의 주체가 되어야 할 때,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작품과 행사들은 더욱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하다.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 활동은 자연스럽게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고, 이로 인해 지역경제와 자긍심이 동시에 증진될 수 있다.
셋째, 문화예술과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활동이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문화산업을 지역경제와 유기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문화예술이 지역경제를 이끄는 핵심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은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그러나, 그 성공여부는 지역의 정체성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담아내고 지역민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하는지에 달려 있다. 지역의 이야기를 깊이 이해하고 지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이 진정한 지역 브랜딩의 핵심이다.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을 넘어, 독특한 정체성과 가치를 지닌 문화적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수(現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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