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의 늪
배한봉
어젯밤엔 뱀 꿈을 꾸어 마음이 뒤숭숭한 것 같아요. 커피를 마셔서 춘곤증이 달아난 것 같아요.
무슨 말이든 끝에 '같아요'가 붙는다.
그러지 말고 이렇게 말해봐, 물을 많이 마셔서 익사할 것 같다고. 그럼, 그것도 같아요를 쓸 수 있는 말이니까.
안주머니에 넣어둔 문장을 꺼내 천천히 읽으면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가 들려요.
같아요가 사라지니 햇볕 쬐는 기분이 들지?
테이블 위의 소금빵, 맛이 어때?
참 맛있는 것 같... 아차! 맛있어요. 말의 얼굴엔 눈이 하날까, 둘일까. 말의 얼굴엔 입과 코가 있을까, 없을까.
말끝을 점령한, 같아요 귀신, 자기 말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같아요 늪,
덤불을 헤집고 나온 말끝을 돌아보며 우리는 웃는다. |
첫댓글 늘 마음에 둔 국어 표현의 문제를 이토록 멋지게 한 방 할 수 있는 배한봉 시인을 존경한다. 자신감이 사라진 시대를 사는 우리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잘못된 표현을 입에 달고 살아온 언어 습관이 문제일 것이다. 특히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 정말 한심한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