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유진 6단(오른쪽)이 레전드 이창호 9단마저 꺾으면서 3연승을 기록, 숙녀팀이
우승으로 가는 길을 환하게 밝혔다. 2014년 국수전 예선에서 한 판을 졌던 상대전적은 1승1패.
제12기 지지옥션배 연승대항전
17국
오유진 3연승, 남은 선수 5명 대 2명
이기면 계속해서 다음 상대와 대결을 벌여 나가는 연승전의 속성상 평균 전력을 지닌 여럿보다는 특출난 한 명의 존재감이
훨씬 크다. 그 한 명에 기대를 크게 걸었던 신사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예상보다
이른 등판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창호 9단이 종반 실족으로 첫 대국에서 아쉽게 돌아섰다. 이창호 9단은 4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2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 제17국에서 오유진 6단에게 200수 만에 불계패했다.
▲ '원조 신산'과 '여자 신산'의 대결은 2시간 7분 동안 200수를 두었다. 두
기사는 페어대회에서 몇 차례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바도 있다.
"초반에는
잘 풀려서 괜찮았다. 중반 이후에 공격도 이상하고 계속 이상하게 두면서 미세해지는 느낌이었고 중앙에 수가 나서 역전됐다. 수 나는 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약간 좋다고 생각해서 후퇴하면 자신이 없을 것 같았다. 손해를 너무 많이 보았다." (이창호 9단)
"중반까지는 안 좋았다. 중앙 흑집을 갑자기 부수면서 서로 어려운 승부가 됐다고
생각은 했지만 확신까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약간 좋았던 것 같다." (오유진 6단)
▲ 백1 때 흑2로 막은 것이 치명적 패착이라는 백성호 해설자(A에 늦춰 받아야
했다). 이하의 진행으로 흑집이 뻥 뚤렸다. 수가 나기 전까지 흑이 70대 30으로 우세했던 AI 스코어가 40대 60의 열세로 급변했다. 국후
이창호 9단의 손길도 맨 먼저 이쪽으로 향했다.
두 기사의 국후 감상도
일치하듯이 이창호 9단이 역전패했다. 그것도 한순간에 뒤집혔다. 수를 내준 장면에서 중계석의 백성호 해설자는 "안타깝습니다, 안타깝습니다"를
되풀이했다.
오유진은 3연승을 달렸다. 신사팀의 주력 선수들인 40대 신사들만
꺾었다. 3연승으로 연승상금 200만원도 획득했다. 9기와 10기 때 한 차례씩 거뒀던 2연승을 넘어선 자신의 대회 최다연승이기도 하다.
"3연승은 처음인데 어려웠던 판을 계속 이기면서 연승을 거두어 기쁘다"는 소감을 말했다.
▲ 세 판 연속 역전승으로 '40대 신사' 3명을 꺾고 숙녀팀 우승을 불밝힌 오유진
6단. 지지옥션배 본선 통산 전적은 7승2패.
현재 35위에 자리해
있는 이창호 9단의 랭킹은 양 팀 선수 24명 중에서 최고(오유진은 99위). 믿었던 이창호 9단이 빈 손으로 물러남으로써 신사팀은 벼랑으로
몰렸다. 이제 남은 선수는 두 명, 서봉수 9단과 이성재 9단이다. 그에 비해 숙녀팀에는 5명이 건재하다.
다음 주 월요일(10일)에 속행되는 제18국에서는 신사팀은 물론 숙녀팀에서도 새로운
선수가 등판한다. 올해 만든 변형연승전 규정에 따라 3연승을 거두면 일단 12장의 앞 순번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 지지옥션배와 인연이 닿지 않는 이창호 9단. 지난해의 첫 등판에선 조혜연 9단에게
패하면서 숙녀팀 우승을 허용한 바 있다. "열심히 준비는 해왔는데 여자기사들이 강해진 것도 있고, 최선을 다했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신사팀에서는 앞서 8번주자로 3연승을 올렸던 이성재
9단이 나서며, 숙녀팀에서는 전기 대회 우승을 결정한 조혜연 9단을 예고했다. 상대전적에서 조혜연이 3승1패로 우위에 있고, 꼭 8년 만에 반상
재회를 갖는다.
신사팀과 숙녀팀이 12명씩 출전해 연승전으로 겨루는
지지옥션배는 우승팀이 1억2000만원의 상금을 독식한다. 제한시간은 15분, 초읽기는 40초 5회. 그동안 숙녀팀이 1ㆍ4ㆍ6ㆍ8ㆍ9ㆍ11기를,
신사팀이 2ㆍ3ㆍ5ㆍ7ㆍ10기를 우승했다.
▲ 대회를 후원하는 지지옥션의 강명주 회장(가운데)이 대회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검토실에서 바둑을 관전했다.
▲ 낮에는 여자랭킹 1위 최정 9단이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의 강호 스웨 9단을 잡았고,
저녁에는 여자랭킹 2위 오유진 6단이 레전드 이창호 9단을 꺾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