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단상 46/댓글의 고마움]노산 이은상의 시조집 『조국강산』
어제 새벽에 쓴 졸문 [찬샘단상 45/조국강산]전라고6회 동창회 | [찬샘단상 45/‘조국강산’]아아, 대한민국大韓民國! - Daum 카페의 주인공이 그 글을 보자마자 보내온, 그가 오랫동안 소장해온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의 시조집 『조국강산』(단기 4287년(1954년) 7월 민족문화사 발행, 120환)의 책표지 사진을 보며, 온종일 ‘첫사랑’ 등 상념에 사로잡혔다<사진>. 책 뒷면의 도장에 1991년 이호우씨가 마산고등학교에 기증했다고 되어 있다. 이호우라니? 혹시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시조 <균열龜裂>의 시조작가? <차라리 절망을 배워 바위 앞에 섰습니다/무수한 주름살 위에 비가 오 고 바람이 불어/바위도 세월이 아픈가 또하나 금이 갑니다>를 지은 그 이호우(李鎬雨. 1912-1970, 호 이호우爾豪雨)>? 어쩌면 노산이 자신의 시집을 얼마든지 선물했을 수도 있겠다. 어쩐지 그럴 것같아 이리저리 검색을 해봤다.
그런데, 이호우의 여동생이 시조시인 이영도(1916-1976). 오누이가 우리 시조문학의 꽃을 피웠기에 경북 청도에서는 해마다 ‘오누이시조문화제’를 열고 있다. ‘이영도’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이가 시인 ‘청마 유치환(1908-1967)’이지 않은가. 그들의 ‘플라토닉 러브’는 20년간 오간 편지 5000통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어 세간의 화제가 된 지 오래이지 않은가. 훗날 책으로 나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호가 정향丁香, 정운丁芸인 이영도는 양반 규수 출신답게 당시 딸 하나를 둔 젊은 과부(29세)였기에 청마(37세)와의 연애를 3년이나 완강히 거부했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서를 쓰는 청마에게 3년만에 마음을 허락했다고 한다. 이 땅의 뭍 남녀들의 마음을 한순간 ‘순수純粹의 마당’으로 이끌기도 하고, 은근히 질투 겸 부러움을 사게도 하지 않았던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이호우는 마산고 선생님으로 유치환과 함께 재직한 것같다. 시조집은 이호우의 후손이 기증했을 터이지만, 동생과 ‘열렬한 연애’를 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청마가 유부남이기에 그들의 사랑은 흔한 말로 '불륜不倫'이겠지만, 이런 정신적인 연애는 아름다운 불륜이라고 불릴지도 모르겠다.
‘글파(인문계열)’는 아니라해도 청마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으로 시작하는 <깃발>이나 ’나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희로에 움직이지 않고…‘의 <바위> 그리고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너에게 편지를 쓴다’ 어쩌고저쩌고하는 <행복> 등 시 몇 개는 기억하거나 읊조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유치환도 일제강점기 친일의 글을 남겨 논란이 되고 있다. "그것 참"이다.
아무튼, 이은상의 <조국강산> 시조 70편을 돌로 통째 새긴 진공재 작가가 보내준 희귀도서 책표지 사진으로 말미암아 나의 상념想念은 기증자가 시조시인 이호우인 것같아 잇달아 그의 누이 이영도 시인과 그녀와 수천 통의 연서戀書를 주고받은 유치환 시인까지 이어져, 어제 종일 그들의 시조와 시 몇 편을 읽어보면서 그들의 ‘세기世紀의 미완성 연애스토리’를 되뇌어 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사랑은 미완성이어서 아름다운 것인가.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지는 것인가. 모르겠다. 하하. 언제 우리가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기가 했던가. 위에 언긊한 3인의 시와 시조를 20여편 읽었던 어제 하루는 행복했다. 조만간 상경하여 진작가에게 『조국강산』 시조집을 빌려 한 편 한 편씩 감상하며 '친독재' 시인의 절절한 조국사랑을 느껴봐야겠다. 참, '화려한 백수'(화백)답게 할 일도 많다.
이것을 나는 ‘댓글의 고마움’이라고 말하겠다. 어제 나의 졸문을 읽은 한 친구는 “아침을 여는 글…날마다 고맙습니다”라는 댓글을, 또 한 친구는 “눈 놀라고 가슴 시립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댓글을, 필명이 ‘따르링길’인 친구는 거의 매번 나의 졸문에 댓글을 보내와 나를 감격시키고 있는데, 어제는 “새벽마다 잘 읽고 있습니다. 매일 친구의 글을 읽으며 빙긋이 웃어보고 가슴으로 생각할 때도 많고, 역시 종합예술인의 면모에 감동하며 겨울을 맞이합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누에똥구녁’의 끝은 어디일까요? 흐흐”라고 써보냈다. 완주에서 노모를 모시고 사는 한 친구는 “조국강산, 대단한 작품입니다. 사진으로만 보는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위엄이 꼭 우리나라 통일을 동인할 것같은 기운을 느꼈어요. 우리 미래세대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야할 통일! 다시 한번 제 마음도 정리해 봅니다. 감-솨-!”라 쓰고, 자신이 트럼펫을 불어 녹음한 <눈이 내리네>를 파일로 보내왔다. 방송국의 한 후배님은 “대단합니다. 작가의 나라사랑이 절절합니다. 말이 필요없네요”라는 댓글을 보내왔는데, 솔직한 나의 심정은 ‘이렇게라도 나의 졸문으로 이런 훌륭한 작가들을 알아주니 고맙고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뭔지 모르게 힘이 솟아나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어찌 그러지 아니하겠는가?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