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십년전인가 서울에 출장을 간 김에 교보문고에 들러서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제목을 보다가 '미드사전'에 눈길이 꽂혔다. 사전이라면 나도 제법 가지고 있기도 하는데
생긴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국어 사전,영한사전,불한사전,독한사전,스반어사전,화학사전,
음악사전,미술사전 등등이 있지만 미드라는 이름은 여태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알고보니 미국드라마의 준말이었다. 젊은이들이 미국 드라마에 심취해서 많이 본다는 것이었다.
마처세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요 동시에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지 않는
처음세대를 말한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유교문화에 젖어 삼강오륜이 행실의 기본임을 배웠다.
내가 중학교 1학년때쯤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미국에선 부모가 늙으면 으례 양로원으로 간다고 들었다.
그러고선 양로원에 계신 어느 할머니가 자기 생일날 아들이 축하케익을 영로원 수위실에 맡기고 갔다면서
자신의 생일을 잊지 않고 양로원 수위실까지 찾아와 전달해주고 갔다고 고마워 하더라는 얘기를 덭붙였다.
부모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유교사상에 젖어 있던 우리로서는 불효막심한 처사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5.16군사쿠데타이후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보릿고개에서 점차 탈피하면서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마이카시대의 꿈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생활의 주역을 맡으면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건설노무자로, 집채보다도 더 높은 파도와 싸우는 송출선원으로서
달러를 벌어들임으로써 나라가 세계 제10위의 무역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어릴 때 초가집 아궁이에 청솔가지를 꺾어 불을 지펴 매운 연기에 눈물을 찔끔찌끔 흘렸던 부엌은
고층 아파트의 깨끗한 키친으로 바뀌어 가스레인지와 도시가스 아니면 전기밥솥과 전기로 변화되었다.
짚으로 뒷처리를 하던 통시는 화장실 수세식 변기로 바뀌거나 비데로 바뀌었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한 생활을 하지만 그렇다고 옛날보다 더 행복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