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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니아 신화(Oceanic Mythology)
오세아니아 지역의 분류
오세아니아(Oceania)란 말 그대로 대양(ocean, 大洋)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따라서 이는 지금의 오스트레일리아, 멜라네시아, 미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뉴질랜드 포함)를 통틀어 칭하는 말이다. 이 넓은 바다 위의 섬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신화가 전해 내려왔다.
짧은 지면에 이들 지역의 신화를 자세히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여기에서는 주로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위주로 하고,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간단한 정보를 소개하는 수준에서 유래된 신화를 다루고자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신화의 특징
현재 호주의 주류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국에서 이주해 온 이주민 종족들로 그들의 역사는 근대 이후부터 시작되었기에 신화와 관련이 적다. 따라서 호주의 신화를 찾으려면 이전부터 이 남태평양 최대의 섬에 살고 있었던 원주민 종족인 아보리진(Australian Aborigine)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들은 호주 전역에 900여 개의 부족으로 흩어져 200여 개의 언어를 사용하며 살았다. 이러한 아보리진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고대로부터 꿈의시대(Dreamtime)라는 신화가 전해 내려왔다. Dreamtime이란 자신들의 조상신이 이곳에 내려와 자연의 모든 세계를 창조했으며 이는 다시 영원의 세계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이 때문에 아보리진들은 모든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토테미즘 신앙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각 부족들은 저마다 숭배하는 자연물을 하나씩 두게 되었으며, 이와 관련되어 전해 내려오는 신화를 남자들이 관리하였다. 또한 그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사상을 바위나 나무에 그려거나 노래나 춤으로 만들어 후세에 남기기도 했다. 호주의 신화는 이러한 아보리진들의 독특한 가치관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살펴보아야 한다.
폴리네시아 신화의 특징
폴리네시아아(Polynesia)는 중앙 및 남태평양에 흩어져 있는 1000개 이상 섬들의 집단을 가리킨다. 즉 뉴질랜드, 하와이 제도, 그리고 동쪽의 이스터 섬을 잇는 삼각형 안의 섬들을 말한다. 이에 속하는 다른 섬들로는 사모아, 통가 등이 있다.
이 지역 신화의 특징은 보통 태평양 내의 다른 섬나라(인도네시아, 일본 등)와 비슷한 신화관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일본 신화에 의하면 태초의 혼돈 상태에서 처음으로 독신의 신들이 차례로 나타나고 후에 남녀 부부신(夫婦神)이 나타나 만물을 탄생시키는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폴리네시아 신화 역시 같은 흐름으로 전개된다.
또한 섬이 생긴 유래에 대해서도 천상에 살고 있던 신이 내려와 아래에 펼쳐진 바다에 국토(섬)를 만들고 인간으로서 살게 되었다는 전개도 일본 신화와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이 지역 전체에 고르게 분포하는 마우이 신(神)의 이야기는 세계 어느 곳과도 다른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도 연구 가치를 지니고 있다.
멜라네시아 신화의 특징
멜라네시아(Melanesia)란 검은 섬들이란 뜻으로 호주의 북동쪽에 위치한 뉴기니, 비스마르크 제도, 솔로몬 제도, 피지 제도 등이 포함된다. 이곳에는 여러 유형의 창조신화가 전해지고, 특히 어떻게 하여 오늘 날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신화가 다수 전해진다. 그러나 특정 영웅 신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미약한 부분만 전해지고 있다.
미크로네시아 신화의 특징
미크로네시아(Micronesia)란 말 그대로 작은 섬들이란 뜻으로 호주의 서북부에 위치한 작은 섬들을 가리킨다. 이 지역 역시 하나로 통일된 체계적인 신화는 없으며,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신화가 존재한다.
동쪽 지역의 경우 전체적으로 폴리네시아 신화와 비슷한 신화관을 나타내고 있으며, 서쪽 지역의 경우 태초에 등장한 거인들로부터 천지가 생겨났다는각주3) 신화관이 나타난다. 가장 넓게 자리 잡고 있는 중앙 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체계적인 창조관을 가지고 있다. 즉, 이 세계를 하늘, 땅, 지하 세계로 나누고, 거기에 따른 신과 인간들이 등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신비의 섬 이스터
폴리네시아를 이루고 있는 동쪽 끝에는 이스터 섬이 있다. 이곳 원주민들은 이스터 섬을 라파누이라고 한다. 이곳 라파누이의 신화에 나오는 주신은 마케마케(Make Make)로, 머리는 새이나 몸은 인간의 모양을 한 신으로 세상과 인간을 창조한 창조신으로 등장한다.
따라서 마케마케 신은 이곳에 사는 원주민(호투마투아 씨족)들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이곳 신화에 등장하는 또 한 명의 유명한 신은 다산의 신인 동시에 Birdman으로 유명한 탕가타마누(Tangata manu)이다. 탕가타 마누의 경우 서열상으로는 마케마케의 부하이지만 이곳 지폐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스터 섬의 불가사의는 섬 전체를 빙 두르고 서 있는 거의 1000개에 이르는 모아이 석상에 있다. 이 석상은 보통 키가 3.5~4.5m에 달하고 무게는 20t을 능가한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키가 10m에 달하고 무게가 90여 t이나 된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거대한 석상을 만들었을까?
이는 고도의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가운데, 이스터 섬의 신전에서 외계인 모양의 목각인형이 발견되어 혹시 이 석상을 외계인들이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꿈의 시대가 시작되다, 창세 신화
남태평양 최대의 섬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오랜 옛날부터 원주민 종족인 아보리진들이 살고 있었다. 학자들에 의하면 그들은 약 5만 년 전부터 이곳에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이 세상이 창조될 당시 Dreamtime(꿈의 시대)이 있었다고 믿고 있다. 꿈의 시대란 시작은 있으나 끝은 예상할 수 없는 시대를 뜻한다.
태초에 창조의 신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Dreamtime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아무 형상도 없는 지구 위를 떠돌아다닐 뿐이었다. 그러다가 이 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오자 바다가 생기고 땅이 만들어 졌으며, 그들이 가는 곳마다 강과 바위, 언덕, 산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거기에 생기를 불어넣자 살아 꿈틀거리는 식물과 동물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신들 중에 가장 위대한 신으로 받들어지던 다산(多産)의 모신(母神)들과 남성생식기 신들이 힘을 합쳐 최초의 인간을 만들었다. 이 신들은 자신들이 만든 창조물 중 가장 훌륭한 작품에 인격을 불어넣음으로 모든 생물 중에 사람만이 인격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창조 활동을 했던 신들 중 상당수는 사람이나 동물의 모양을 하고 있었고 식물 모양을 한 신도 있었다. 따라서 신들이 사람이나 동물, 식물을 만들 때 자신들의 형상을 모방하여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신들 중에는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창조한 세상에 질서를 만들어주고 특히 사람에게는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해서 사람과 친해지자 사람들과 함께 짐승을 사냥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하기도 하며, 사람들을 미워하기도 했다.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신성한 의식으로 제사를 드리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다.
그들이 창조한 세상은 자연의 법칙과 질서에 따라 물 흐르듯이 잘 다스려지고 있었다. 이렇게 창조신들의 활동으로 인해 세상의 모습이 완성되었다. 이제 신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끝내고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각자 어떻게 할지 의논한 끝에 일부는 바다로, 또 일부는 땅속으로, 그리고 일부는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 그리고 또 일부는 죽기도 하고 자신들이 만든 창조물인 자연 속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은 자연 속, 예를 들어 바위나 나무 같은 곳으로 사라질 때 자신들의 표적을 남겨 두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이것이 신들의 흔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Dreamtime의 유래
Dreamtime을 아보리진들의 원어로 하면 Tjukurpa(츄쿠파 또는 Altjira, Altjiranga, Alcheringa, Wongar, Djugurba 등이 있음)라고 한다. 이 츄쿠파는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영원 속에 존재하는 상태를 뜻하는데, 이 땅을 정복한 유럽 사람들이 이 말을 꿈의 시간이라고 부르면서 Dreamtime이 되었다. 따라서 Dreamtime은 아보리진들의 시각으로 볼 때 대창조 기간을 뜻하는 말이 될 것이다.
아보리진들 앞에 나타난 꿈의 시대
세월이 흘러 오스트레일리아 땅에는 아보리진들이 살게 되었다. 그들은 아직까지 자신들과 이 세상을 만들어준 창조신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그 창조신들의 영(靈)이 지금도 살아서 자신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믿었다.
즉, 그들은 창조신들이 영원히 죽지 않고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Dreamtime(꿈의 시대) 속에 영원히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래서그창조신들에게 제사를 지냈다. 오늘날, 오스트레일리아 땅에서 아보리진들의 수는 극히 일부이지만, 아직도 그들은 그들의 Dreamtime(꿈의 시대)을 꿈꾸고 그것을 숭배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보리진들의 그림 기법
아보리진은 미개한 종족이어서 문자를 가지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자신들의 신화를 그림으로 남겨 놓았는데, 이때 사용한 기법들이 X-Ray 기법과 점묘법이다. 즉, 그들은 선조들로부터 들은 꿈의 시대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바위나 나무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서 후세에 전한 것이다.
어머니 땅 파파와 아버지 하늘 랑기
뉴질랜드 원주민은 서로 코를 맞대며 인사하기로 유명한 마오리족(Maori)이 있다. 이 마오리족이 속한 폴리네시아에는 다음과 같은 창조신화가 전해 내려온다. 태초에 세상은 아무것도 없는 공허와 혼돈 상태였다. 이때 최초의 유일신인 이오 신(神)이 스스로 생겨난다. 그리고 이오 신은 2명의 어버이 원초(原初) 신을 만드는데, 그 둘이 바로 아버지 하늘 신인 랑기와 어머니 땅 신인 파파이다.
아버지 하늘 신인 랑기(아오라고 함)와 어머니 땅 신인 파파(포라고 함)는 서로 사랑을 나누어 열일곱 명의 자식(신들)을 낳았다. 그 중 중요한 여섯 명의 자식들은 바람과 폭풍의 신인 타히리마테아, 바다의 신인 탕기로아, 숲속의 신인 타네마흔타(Tane Mahuta)각주2) , 야생식물의 신인 하요키마 디케티케, 양식의 신인 몽고마탄, 그리고 전쟁의 신인 투마테우엔가이다.
그런데 이때는 하늘과 땅이 서로 결합하였으므로 지금처럼 하늘과 땅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닿아 있었다. 따라서 이제 갓 태어난 자식들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제대로 자라지도 못할 판이었다. 이에 자식 신들 사이에 대책 회의가 열렸다.
아버지 하늘을 죽이면 이 문제가 해결될 거야.
자식 신들 가운데 가장 난폭한 성격을 가졌던 전쟁과 불화의 신 투마테우엔가 먼저 과격한 말로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나머지 형제 신들은 몸을 부르르 떨며 감히 어떻게 아버지 하늘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라며 망설였다. 이때 숲속의 신 타네마흔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하늘을 어머니 땅으로부터 하늘로 밀어 올리면 될 것 같아.
그제야 다른 신들도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타네마흔타는 머리를 써 아버지 하늘과 어머니 땅 사이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했다. 처음에는 숲의 나무 높이 정도로밖에 아버지 하늘을 떨어뜨리지 못했으나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버티고 서 있자 그의 몸이 점점 자라면서 드디어 아버지 하늘과 어머니 땅을 서로 떨어지게 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하늘과 땅이 지금처럼 분리되었다고 한다. 드디어 빛이 들어오고 타네마흔타와 그의 형제들이 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생겼다. 타네마흔타는 이때 세운 공로로 일(日)의 신으로 추앙받았다. 한편 사랑하는 아내와 떨어지게 된 아버지 하늘 랑기 신은 어머니 땅 파파 생각에 매일 매일을 눈물로 지새웠다. 또 한편으로는 자기의 자식들이 살 수 있는 공간과 빛이 생긴 것에 흐뭇해하기도 했다.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은 아버지 하늘 파파가 아내를 그리워하여 슬피 울기 때문이고,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은 자기의 자식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어머니 땅 신 파파의 그리움이 아버지 하늘 랑기에게로 피어올라가는 것은 안개가 되어 나타난다고 한다.
마오리족 전통 코 인사법 홍이(Hongi)
코를 비비는 인사법으로 삶의 숨결을 교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악수를 하고, 손을 잡은 채로, 키오라!라고 하면서 코를 두 번 가볍게 살짝 대는 것이다. 세 번은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도 한다. 오늘날에도 주요 기념행사에 이 인사법이 행해지고 있다.
최초로 세상에 밤을 가져다 준 새벽 여자
일(日)의 신이 된 타네마흔타는 하늘과 땅이 떨어지면서 생긴 새로운 땅 위에서 살았다. 그러나 점점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되어 자기를 닮은 사람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땅에 있었던 붉은색의 흙으로 진흙을 빚어 최초의 여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콧구멍에 생기를 불어넣자 아름다운 여자가 탄생하였다.
아름다운 여자가 생기자 타네마흔타의 외로움은 씻은 듯이 사라졌고, 그는 곧 최초의 여자와 결혼하여 많은 아들, 딸들을 낳았다. 타네마흔타는 그 중에서 딸 하나를 유독 사랑하여 딸에게 ‘새벽여자’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새벽여자가 자라 결혼할 나이가 되자 자기가 아버지라는 사실을 숨긴 채 직접 딸과 결혼하여 새벽여자의 남편이 되었다. 그리고 새벽여자와의 사이에도 많은 자식들을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여자는 자신의 남편이 곧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비밀을 알아내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새벽여자는 도저히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고 자신 또한 부끄러워 항상 대낮처럼 밝은 이곳에서는 살 수가 없었다. 이때만 해도 하늘과 땅이 떨어지면서 빛이 들어왔기 때문에 항상 밝은 낯만 있었다. 그래서 새벽여자는 빛이 없는 어둠의 세계에 가서 살기로 결심했다. 빛이 없는 어둠의 세계란 곧 죽어서 가는 지하의 저승 세계를 뜻했다. 한편 타네마흔타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면서 울부짖었다.
제발, 가지마. 내가 잘못했어.
그러나 새벽여자는 타네마흔타가 붙드는 팔을 뿌리치고 지하 세계로 가고 말았다. 이때부터 세상에 어두운 밤도 생기게 되었다. 즉, 매일 해가 뜨고 졌으며, 떠 있는 동안에는 낮이요, 진 후에는 밤이 되었다.
뉴질랜드 섬을 낚은 마우이
타네마흔타의 후손들 중에 ‘마우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마우이 위로는 네 명의 형들이 있었는데, 마우이만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므로 이를 시기하여 마우이를 매우 싫어하였다. 그들은 주로 물고기를 잡으며 생활했었는데, 이때에도 늘 마우이만 따돌리고 자기들끼리만 다녔다. 마우이도 무척이나 고기가 잡고 싶었지만, 형들이 낚싯바늘을 주지 않아 물고기를 잡을 수 없었다. 이 모습을 불쌍히 지켜보고 있던 마우이의 할머니가 마우이를 불러놓고 말했다.
불쌍한 마우이, 내가 죽거든 내 뼈로 낚싯바늘을 만들도록 해라.
이렇게 하여 할머니가 죽고 마오이는 그 할머니 뼈로 낚싯바늘을 만들었다. 드디어 낚싯바늘이 생긴 마오이는 형들에게 달라붙어 함께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 한가운데로 나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형들이 미끼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마오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코를 쳐 코피를 낸 후 그 피를 미끼로 끼워 바다에 낚싯바늘을 던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오이가 바다로 빨려들 것 같은 묵직한 느낌이 낚싯대로 전해졌고, 도저히 혼자 끌어올릴 수 없어 형들과 함께 줄을 당겼다. 이렇게 낚시에 걸려 올라온 물고기는 실로 엄청나게 거대한 물고기였다.
훗날 이 물고기는 섬이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 뉴질랜드의 북섬이다. 한편, 이때 마우이가 탔던 카누가 훗날 뉴질랜드의 남섬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뉴질랜드의 남섬을 ‘마우이의 카누’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불장난에 빠진 마우이
우연히 낚아 올린 거대 물고기로 인해 뉴질랜드를 탄생시킨 마우이는 뉴질랜드 최고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이런 마우이도 어릴 때에는 장난 끼 가득한 소년에 불과했었다. 돌아가신 마우이의 할머니는 불의 여신이었기에 세상에 불을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마우이는 이 불로 장난을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세상 곳곳을 다니면서 불이란 불은 모두 꺼버렸다. 불이 없어진 세상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당장 음식을 익혀 먹을 수도 없고, 무엇보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이에 사람들이 누군가가 불을 다시 가져온다면 그는 영웅이 될 것이라고 웅성거렸다. 그러나 불의 여신은 지하 세계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이에 영웅 심리가 발동한 마우이가 나섰다.
그까짓 것! 내가 가져 오겠어요.
이렇게 하여 마우이는 할머니가 있는 지하 세계로 가게 되었다. 마우이를 본 할머니는 무척이나 반가워하면서 끌어 안아주었다.
할머니 세상에 불이 사라졌으니 불 좀 주세요.
할머니는 불의 여신이었기 때문에 마우이의 소행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손자가 너무 귀여워 자기의 손톱 하나를 떼어 불로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다시 불을 받아 바깥 세계로 나온 마우이는 또 다시 장난 끼가 발동했다. 그래서 그 손톱을 개울에 던져 버리고는 다시 할머니를 만나러 지하 세계로 갔다.
할머니 실수로 손톱을 개울에 빠뜨려 버렸어요.
할머니는 어이가 없었지만 이번에도 손톱을 하나 더 빼주었다. 완전히 재미 들린 마우이는 계속해서 할머니가 준 손톱을 버리고 다시 할머니에게 다른 손톱을 요구하였다. 이렇게 해서 할머니는 마지막 발톱 하나만 남게 되었다. 마우이가 마지막 발톱 하나까지 달라고 하자 그제야 할머니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놈이 할미를 가지고 장난을 쳐!
할머니는 땅으로 나가 온 세상에 불을 질러버렸다. 깜짝 놀란 마우이는 독수리로 변신해 겨우 위기를 벗어나는가 싶었으나 꼬리의 깃털에 그만 불이 옮겨 붙고 말았다.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렇게 마우이가 불에 타죽을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갑자기 우르르 꽝꽝 거리더니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 신 랑기가 자신의 자손이었던 마우이가 잘못을 비는 것을 보고 구해주기 위해 내린 비였다. 이렇게 하여 마우이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 하늘에서 내린 비로 인해 또 다시 세상의 불이 모두 꺼질 판이었다. 이에 마우이는 하늘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모든 것이 저의 장난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부디 이 세상에서 사용할 불을 남겨 주세요.
이에 불의 여신이었던 할머니는 땅 위에 있는 나무 속에 불씨를 남겨두고 사라졌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든지 필요하면 나무에 불을 지펴 다시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모리오리(Moriori)족
뉴질랜드 남섬과 북섬 전체에 살고 있던 마오리족과 다른 폴리네시안 부족으로 뉴질랜드 남섬에서 채텀으로 이주해 온 평화를 사랑했던 부족이다. 모아섬에서 수렵을 하였다고 해서 이를 모아 헌터(Moa-Hunter)’라고 부르며 마오리족 이전의 선주민으로 간주하여 왔다. 18세기 후반에 약 2,000명이 있었지만, 이민족과 마오리족의 공격, 그리고 질병으로 급속히 줄어 1933년에 마지막 순수 모리오리족이 죽으면서 현재 멸종된 부족으로 알려져 있다.
올가미로 태양을 묶은 마우이
마우이는 어느 덧 어른이 되어 예쁜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둘은 맛있는 요리도 해먹고, 해변을 뛰어다니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는데, 해만 지면 다시 우울해지곤 했다. 이에 마우이는 태양을 보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칫, 태양이 왜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거야!
사실 마우이가 살던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태양이 느리게 움직이지 않고 빨리 움직였기 때문에 낮의 길이가 길지 않았다. 그래서 마우이는 태양을 움직이지 못하게 올가미로 묶어두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런 마우이의 생각에 형들은 말도 안 된다는 눈치를 주었다.
도대체 저 뜨거운 태양을 어떻게 묶겠다는 거야.
이러한 형들의 괄시에도 불구하고 마우이는 묵묵히 마를 모아서 그것을 엮어 만든 밧줄로 튼튼한 올가미를 만들었다. 마우이는 형들과 함께 태양을 올가미로 묶기 위해 태양이 뜨는 동쪽으로 갔다. 왜냐하면 태양이 뜨고 나면 너무 뜨거워 밧줄이 타버릴 것이므로 태양이 뜨기 전에 묶기 위해서였다.
밤이 되어 동쪽 끝에 다다른 마우이는 어느 동굴 속에서 자고 있는 태양을 발견했다. 조금 있으면 태양이 깨어나 해가 뜨기 직전이었다. 마우이와 형들은 재빨리 올가미로 태양을 칭칭 묶었다. 이윽고 태양이 기지개를 펴고 깨어나 움직이려고 했다. 그때 마우이와 형들은 있는 힘껏 올가미를 끌어당겼다. 이때 마오이의 마법의 힘이 가해진 태양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앞으로 천천히 움직일 것을 약속하면 풀어주겠다.
결국 태양은 마오이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이후로 태양은 천천히 움직여 지금처럼 낮이 길어졌다고 한다.
마우이(Maui)
폴리네시아 섬의 원주민들의 신화⋅전설에 나오는 신으로 인간에게 불을 사용하는 방법과 낚시하는 법을 가르쳤다 한다. 바다에서 섬들을 낚아 올려 뉴질랜드는 마우이의 물고기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또 창조신화에서는 하나였던 하늘과 땅을 분리시켜 땅 위에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만들었고, 태양을 붙잡아 하루가 길어지도록 했다 한다.
죽음의 여신과 마우이의 최후
마우이는 바다 속에서 섬도 건져내고 세상에 불도 가져다 주었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최고의 영웅으로 받들어졌다. 이는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폴리네시아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심지어 하와이에서도 마우이가 건져 올린 섬이라 하여 마우이 섬이라 불리는 섬이 있다.
이런 마우이는 영웅심 가득하기로 유명했다. 그는 어느 날 사람들에게 영원히 죽지 않는 영생을 선물로 주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을 비롯하여 사람들이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 안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영원히 죽지 않는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지하 세계에 살고 있는 죽음의 여신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그래서 마우이는 지난번 불사건 이후로 또 다시 지하 세계로 가려고 했다. 이에 형들은 물론 아버지까지 한사코 마오이를 가지 못하도록 말렸다.
그동안 네가 훌륭한 일을 많이 했지만 이번만큼은 힘들어. 죽음의 여신은 그 누구도 이겨보지 못한 무서운 신이야.
그러나 주변에서 아무리 마오이를 말려도 마오이의 굳은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죽음의 여신이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결국 마오이는 지하 세계로 향하였다. 며칠을 걷고 걸어 드디어 죽음의 여신이 산다는 곳에 당도하였다. 마침 새들이 놀고 있었다.
너희들 죽음의 여신이 어디 있는지 아니?
새들은 재잘거리며 마우이를 죽음의 여신이 사는 곳으로 안내해 주었다. 마침 죽음의 여신은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마오이는 새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당부한 후 살금살금 그녀의 품으로 기어 들어갔다. 죽음의 여신은 거구의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마우이는 잠시 딴 생각에 빠져 그녀의 배, 가슴, 목을 훑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것을 지켜보던 새 한 마리가 그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 소리에 잠이 깬 죽음의 여신은 깜짝 놀라며 자기에게 수치를 안겨준 마우이를 한입에 삼켜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폴리네시아의 영웅은 허무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유래
현재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마오리족은 언제부터 이곳에 살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뉴질랜드로부터 약 1000km 떨어져 있는 쿡제도에서 이주해 왔다고 하는 학설이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신화가 전해 내려온다.
쿡제도의 어느 섬에 루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루에게는 아내와 자식들과 많은 동생들이 있었다. 루가 살고 있는 섬은 살기가 매우 좋아 사람들이 자식을 매우 많이 낳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이 섬에는 식량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온갖 질병까지 나돌아 오히려 살기 힘든 곳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에 루는 이곳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대가족들을 모두 태울 수 있는 커다란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배가 완성되자 루는 동생들과 자신의 가족들은 물론,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들을 모아서 배에 태우고는 항해를 떠났다. 망망대해를 떠돌던 루의 배는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센 바람과 폭풍우를 동반한 비를 만나게 되었다. 배는 심하게 흔들렸고,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루는 침착하게 기도했다.
바다의 신이시여. 제발 저희를 살려 주십시오.
사실 거센 폭풍우를 휘몰아친 것은 자기들만 살겠다고 떠난 루를 골려 주기 위해 바다의 신이 장난을 친 것이었다.
소원대로 해주겠다. 대신 너의 막내 동생을 데리고 가야겠다.
루가 급한 마음에 그렇게 하겠다고 하자, 폭풍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라앉았다. 다시 평화가 찾아온 줄 알았으나 얼마 후 배가 산호초에 걸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 배가 심하게 흔들리는 사이 막내 동생이 바다에 빠져죽고 말았다. 이는 바다의 신이 막내 동생을 데려가겠다고 한 말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비록 막내 동생을 잃었지만 루는 계속해서 새로운 땅을 찾아 항해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커다란 섬을 발견하였다.
이곳이야말로 우리가 찾던 새로운 땅임에 틀림없다.
루는 신께 제사를 드리고 이 땅에 정착하였다. 이후로 루는 자신이 데리고 온 처녀들을 동생들에게 한 명도 나눠주지 않고 모두 자신의 아내로 삼았다. 뿐만 아니라 섬의 땅들도 여자들에게만 나눠주었다. 이에 루의 동생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형은 우리들은 안중에도 없나봐. 땅이든 여자든 모두 혼자 차지하려고 해. 지난번 막내 동생이 죽었을 때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어.
동생들은 화를 참지 못하고 이곳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루가 동생들을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국 동생들은 남쪽으로 가면 분명히 이곳보다 더 좋은 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대형 카누를 만들어 새로운 땅을 찾아 항해를 떠났다.
이렇게 남으로 남으로 얼마를 갔을까. 드디어 커다란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분명히 루가 발견한 새로운 땅보다 훨씬 큰 섬이었다. 그들은 이곳에 정착했으며, 스스로를 마오리족이라 불렀다. 이곳이 바로 뉴질랜드이며, 마오리족은 이렇게 하여 쿡제도에서 뉴질랜드로 무사히 이주해올 수 있었다.
Pokarekare Ana(마오리족의 연가)’의 유래.
마오리족 투타네카’와 히네모아’의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이 담긴 노래로 지금도 민요로 전해져 오고 있다. 로토후아 호수를 사이에 둔 아리와 부족 족장의 딸 히네모아와 모코이아 섬의 훠스터 부족 족장의 아들 투타네카의 사랑 이야기로, 투타네카의 피리 부는 솜씨에 반한 히네모아는 밤마다 투타네카를 만나러 카누를 타고 호수를 건너갔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오곤 했는데, 이 사실을 안 그녀의 아버지가 모든 카누를 태워버리자 사랑의 열병을 앓던 히네모아는 어느 추운 겨울밤 맨 몸으로 헤엄쳐서 투타네카를 만나러 갔다. 그들의 사랑에 감동하여 결국에는 두 부족 간의 해묵은 사이에 마침표를 찍고 두 사람은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마우리판 로미오와 줄리엣’이야기이다. 이 노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연가’의 원곡이다.
화산 지역으로 유명한 하와이에 나무 이름과 꽃 이름이 서로 다른 나무가 있다. 그 이름하여 오히아 레후아’이다. 즉, 나무 이름은 오히아이며, 나무에서 피는 꽃 이름은 레후아이다. 보통 나무 이름은 하나인데, 이렇게 나무와 꽃 이름이 다르게 된 데에는 이 나무에 유래된 신화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 하와이 어느 마을에 오히아(Ohia)라는 잘 생긴 청년과 레후아(Lehua)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살고 있었다.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며, 결혼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그런데 질투심을 불태우며 이 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던 여신이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화산의 여신 펠레’였다. 사실 펠레는 전부터 하와이에서 최고로 잘 생긴 오히아에게 빠져 있었다. 그런데 레후아에게만 빠져 있는 오히아가 밉기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펠레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오히아에게 다가갔다.
나는 화산의 여신 펠레다. 부디 나와 결혼해 줘.
그러나 오히아는 오로지 레후아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펠레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레후아라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습니다.
오히아의 말에 펠레의 증오는 화산처럼 활활 타올랐다. 결국 이성을 잃은 펠레는 오히아를 잡아다가 펄펄 끓는 용암에 빠뜨려 버렸다. 용암 속에서 오히아는 몸부림치며 서서히 죽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펠레는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오히아를 살리려 했으나 결국 죽고 말았다. 펠레는 불쌍한 오히아를 그리워하며 오히아를 위해 용암 위에 나무 한 그루를 자라게 한다.
한편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레후아도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뜨거운 용암으로 뛰어들고 말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펠레는 레후아의 애절한 사랑에 감동하였다. 그래서 오히아가 죽었던 자리에서 자라나게 한 나무에 한 송이 꽃을 피게 함으로써 둘의 애절한 사랑이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현재 하와이 섬의 용암지대에 가보면 오히아 레후아를 볼 수 있는데, 이 꽃나무는 이러한 애절한 신화에서 유래되어 생겨났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화산 폭발로 인해 형성된 이곳 용암 지대에서 유일하게 자라는 나무가 바로 오히아 레후아라는 사실이다.
하와이에 전해내려 오는 또 다른 신화가 있다. 즉, 죽은 여인을 살리기 위해 지하 세계로 내려가 그녀의 영혼을 가져와서 죽은 여인을 다시 살려냈다는 히쿠라는 남자 신에 관한 이야기다. 히쿠는 아주 잘 생긴 남자 신이었기에 따르는 여인들이 많았다. 그 중에 카웰이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전부터 히쿠를 흠모하고 있었으나 신인 그에게 인간인 자신이 다가갈 방법이 없어 혼자서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절호의 기회가 왔다. 히쿠는 활쏘기를 즐겨했었는데, 히쿠가 쏜 화살이 기막히게도 카웰의 집 앞에 떨어진 것이다. 카웰은 얼른 히쿠의 화살을 자신의 집에 숨겼다. 이윽고 히쿠가 화살을 찾으러 카웰의 집에까지 왔다.
혹시 이 근처에 떨어진 화살을 보지 못했소?
보지 못했어요. 몹시 지쳐 보이는데 잠깐 저희 집에 쉬었다 가세요.
사실 화살을 찾아 헤매느라 매우 지쳐 있었기에 히쿠는 카웰의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히쿠는 카웰의 집에 머물면서 모처럼 편히 쉴 수 있었다. 그런데 따뜻한 차를 마시려는 순간, 화살촉 하나가 삐죽 나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화살을 빼어 보았더니 자기가 잃어버린 바로 그 화살이 아닌가. 카웰은 당황하며 사실, 히쿠님을 흠모하고 있었기에 제가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라고 말했다. 그러나 히쿠는 크게 화가 나서 화살을 가지고 카웰의 집을 뛰쳐나와 버렸다.
카웰은 커다란 슬픔에 빠졌고, 이는 절망으로 이어져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히쿠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카웰의 집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카웰은 이미 저승으로 떠난 후였고, 집에는 싸늘한 시체만 있을 뿐이었다. 이때 히쿠는 신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카웰을 다시 살려내기로 결심한다.
히쿠는 저승 세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친구 신으로부터 저승에 대한 정보를 얻고는 곧바로 죽은 사람만 갈 수 있다는 저승으로 달려갔다. 살아있는 냄새를 풍기면 저승 세계의 신에게 들켜 죽임을 당하기 때문에 몸에는 썩은 냄새가 풍기는 기름을 발랐다.
그곳에서 드디어 카웰의 영혼을 발견할 수 있었다. 히쿠는 카웰의 영혼을 보자기에 싸서 얼른 저승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카웰의 집으로 달려가 썩어가고 있는 카웰의 시체에 살아있는 카웰의 영혼을 집어넣었다. 이렇게 하여 카웰은 다시 살아났고, 그 후로 히쿠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하와이의 주신들
하와이 사람들이 섬기는 주요한 신들로는 천상의 아버지, 카네’신과 농경을 주관하는로노’신, 전쟁의 신구’ 그리고 바다의 신 카날로아’, 화산의 여신 펠레’ 등이 있다.
폴리네시아 창조신화
하와이, 타히티, 마오리족 등 폴리네시아인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힘을 아오와 포로 나눈다. 아오는 밝음, 낮, 하늘 그리고 남성적 원리이고 포는 어둠, 밤, 땅 그리고 여성적 원리이다. 아오 세계의 신은 쿠이며 포세계의 신은 지하 세계의 여왕이자 여성들의 수호신인 히나이다.
폴리네시아 신화에서 쿠와 히나는 부부이며 다른 신들을 낳은 최초의 부모 신이기도 하다. 쿠는 카날로아라는 오징어를 만들어 냈는데, 카날로아는 나중에 바다의 신이 되었다. 다음으로 쿠는 히나와의 결합으로 천상의 신인 키네를 만들어냈다.
멜라네시아의 수많은 섬들 가운데 가장 큰 섬인 파푸아뉴기니의 동남단에 위치한 미룬만 부근에는 불의 기원에 관한 다음과 같은 신화가 전해내려 온다. 아주 오랜 옛날, 파푸아뉴기니의 어느 마을에 10명의 젊은이들과 노파 한 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이때에는 아직 세상에 불이 없을 때였기에 젊은이들은 이곳의 주식인 마(薯)나 토란을 얇게 빚어 햇볕에 말려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파는 젊은이들이 가져다주는 날음식이 맛이 없어 잘 먹지 못하였다. 어느 날 젊은이들이 집을 비운 사이 노파는 갑자기 자신의 몸에서 불을 꺼내더니 마와 토란을 불에 구워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사실 이 노파는 불의 여신이었던 것이다.
노파는 음식을 다 먹은 후에는 항상 깨끗하게 치워버렸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였다. 그러나 어느 날 실수로 삶은 토란 하나를 날토란 사이에 두고 말았다. 배가 너무 불러 하나를 남겨둔 게 화근이었다. 젊은이들은 그날도 변함없이 열 명이 모두 모여 날토란을 주섬주섬 먹다가 그 중 가장 나이어린 젊은이가 삶은 토란을 먹게 되었다.
아니, 이렇게 맛있을 수가!
나머지 젊은이들도 모두 삶은 토란을 조금씩 먹어 보고는 기가 막힌 맛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젊은이들은 필시 이에 대한 비밀을 노파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이어린 젊은이가 몰래 노파의 방을 엿보기로 했다.
이윽고 노파의 방을 엿보던 나이어린 젊은이는 노파가 양 다리 사이에서 불을 끄집어내어 그것으로 토란을 익혀 먹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그래 바로 저것 때문이었어. 드디어 비밀을 알아차린 젊은이들은 노파로부터 불을 훔치기로 결정했다.
이튿날, 젊은이들은 사냥을 하러 나가는 척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노파의 방에 숨어들었다. 그리고 노파가 토란을 요리하려고 불을 꺼내는 순간, 나이어린 젊은이가 재빨리 노파의 불을 훔쳐 달아났다. 깜짝 놀란 노파가 잡으러 달려오고 젊은이는 헐레벌떡 도망갔으나 아뿔사 그만 불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불은 곧 풀밭에 옮겨 붙었고 풀밭은 온통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이에 불의 여신이었던 노파는 곧 비를 내리게 해 불을 모두 꺼버렸다.
그러나 한 곳만은 아직 불씨가 남아있었다. 불이 난 풀밭에 판타누스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마침 이 나무의 구멍에 갈부이에라는 뱀이 살고 있었다. 풀밭의 불이 그 뱀의 꼬리에 옮겨 붙었는데, 새 찬 비에도 이 불만은 꺼지지 않았던 것이다.
비가 그친 후 젊은이들은 애타게 떨어뜨렸던 불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불은 찾을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불을 찾아 헤매다 지친 젊은이들은 타다 남은 판타누스 나무 아래에서 쉬려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데 이때 나이어린 젊은이가 뱀의 꼬리에서 활활 타고 있는 불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불이다!
나이어린 젊은이는 조심스럽게 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단칼로 내리쳐 활활 타고 있는 뱀의 꼬리를 잘라내어 다시 불을 손에 넣었다. 이리하여 이후로 사람들은 불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음식을 불에 익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뉴기니 북부 애드머럴티 제도의 뱀 신랑 신화 이야기
한 여자가 뱀의 청혼을 받고 아들과 딸을 낳는다. 뱀은 여자를 돌려보내고 스스로 아이들을 키운다. 뱀은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아 날것으로 먹는 것을 보고는 자신을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내아이에게 자기 뱃속으로 들어와 불을 꺼내 누이에게 주라고 말한다. 아들이 불을 꺼내오자 딸은 그 불로 물고기를 요리했고 둘은 익힌 음식의 맛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익힌 음식을 먹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뱀 신랑 신화는 일종의 창조신화라고 할 수 있다. 불이나 익힌 음식 등 문화의 기원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트로브리안드 섬의 불의 기원 신화’
멜라네시아의 트로브리안드 섬에도 이와 비슷한 불의 기원에 관한 신화가 전해 내려온다. 단지 이곳의 신화가 가지는 차이점은 젊은이들과 노파 대신 두 자매의 이야기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출처 : 세계의 신화 / 아침의 나무 / 삼양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