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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1차 아카라이브 산심 2차 디미토리
본 문서는 2023년 현재 XX시에 위치하고 있는 산해 갤러리라는 이름의 고미술품&고서적 매입과 판매로 영업을 하고 있는 골동품점에서 배부했던 카탈로그지임.
골동품 수집에 관심이 있는 부유층 일부를 대상으로 비공개 회원제로 운영했으며,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매니아들 에게는 제법 유명했던 가게였다고함.
매 분기마다 카탈로그를 배부, 이후 관심을 표한 고객들에게 경매를 통해 도자기나 동양화, 탱화같은 고미술품이나 고서적들을 판매했던것으로 추정됨.
최근 물건을 구입한 구매자들 일부에게 기묘한 일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있었음.
물건은 업주 양 모씨가 모두 입수해 오는것으로 추정되나 양 모씨가 이것들을 어디서 구했는지는 불명임.
구매자들이 반품한 물건들을 측정결과 모두 현대에 만들어진 모조품이 아니라, 과거에 만들어진 진품인 것으로 판명되었음.
회수한 물건들은 모두 국립 박물관에 귀속시킴.
본 문서는 제보자들에게 입수한 카탈로그를 복사한 내용임.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의 수준높은 문화생활을 책임지는 산해 갤러리입니다.
이번 분기의 물품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번에도 여러분들이 만족 하실만한 고급스럽고 신비한 상품들을 입수했으니, 잘 읽어보시고 역시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추후 입찰과정에서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본 갤러리는 상품의 주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아 일어나는 사고에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 꼭 명심해주십시오.
산해 갤러리 관장 양 XX 올림
<도자기와 항아리>
이번 분기는 도자기쪽이 참 알찹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다던 청자도 있고,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백자도 존재합니다.
특이점은 항아리가 두 건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도자기 류는 아닙니다만,
역시 굉장히 오래되었으면서 또 흔치 않은 물건이니 이후 천천히 소개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매번 당부드립니다만, 도자기는 충격에 취약하니 부디 취급에 주의하여 주십시오.
도모叨冒
종류 : 백자
크기 : 높이 41.0cm 아가리지름 22.4cm 밑지름 16.0cm
설명 :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대형 백자 항아리입니다. 유백색의 색깔이 몹시 아름답습니다.
작지않은 대형 항아리고 현재까지 발굴된 백자 항아리들중 최고의 상태라고 단언할수 있습니다.
이 업계에 오래 종사하고 있지만, 이정도로 상태가 좋은 물건은 정말 흔하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제일가던 욕심많고 인색하던 부자가 금은보화를 담아 몰래 보관하던 항아리라고 하더군요.
주의사항 : 욕심이 굉장히 많은 항아리입니다. 텅 비어 있을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임의任意
종류 : 옹기(항아리)
크기 : 높이 82.6cm 아가리지름 38.7cm 밑지름 32.0cm
설명 : 대형 항아리 입니다. 언제 만들었는지 추정할수 없습니다.
옆면에 高 라는 한자가 세공되어 있으며, 항아리를 만든 장인의 성씨로 추정됩니다.
그게 맞다면 이 항아리는 꽤나 고급입니다. 자기의 성씨를 새겨넣을 정도면 꽤나 평이 높던 장인임에 분명합니다.
사람도 들어가서 쪼그려 앉으면 들어갈 정도로 크지만, 일단 그런 용도로 쓰지 않던건 확실합니다.
주의사항 : 소중한 물건, 특히 살아있는 것을 절대로 넣지마세요. 무엇이든 들어갈때와 나올때의 모습은 다른법 입니다.
무종無終
종류 : 청자 주전자
크기 : 높이 17cm 밑지름 11cm 굽지름 10cm
설명 : 고려시대에 만들어진것으로 추정되는 청자입니다. 용 모양이 멋들어진 새겨진 주전자로써,
아담한 크기에 당시 유행한 거북과 연꽃, 용들을 세심히도 본따 만든 멋진 상형청자입니다.
술을 아주 좋아해서 나라 제일의 술고래라도 불리던 사람이 술을 담아 마시던 주전자라고 하더군요.
1년내내 술이 담겨져 있지 않던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주의사항 : 안에 담긴것이 무엇이든, 그 이름값을 합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담아주세요.
수경殊鏡
종류 : 물두멍(항아리)
크기 : 높이 1.5m 아가리지름 60cm 밑지름 42cm
설명 : 항아리 왼쪽 귀퉁이가 살짝 깨져있습니다. 취급에 주의하세요. 조선시대에 만든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수한 모습의 항아리입니다. 쓰임새는 물두멍으로 물을 받아놓고 쓰기에 적합합니다.
어떤 양반가에서 물을 떠놓고 쓰던 물두멍이라고 하더라구요.
주의사항 : 거울을 볼때 어딘가의 출입구 같다는 생각 해본적 없으신가요?
어두운 밤. 조금의 파문도 없이 고요하게 달이 떠있는 수면이 꼭 거울같다는 생각은요?
월하독작月下獨酌
종류 : 청자 술잔.
크기 : 60 X 60 X 45 mm.
설명 : 청자로 만든 술잔 3개가 한세트입니다.
언제 만들었는지 추정할수 없습니다. 상태는 굉장히 좋습니다.
실제로 이런 작은 사이즈의 자기가 이정도로 온전한건 굉장히 드문일입니다.
이런 물건은 정말 쉽게 구할수 없습니다. 술잔은 기본적으로 잘 깨지는 물건들이거든요.
아시잖아요? 떨어트려서 깨지던, 던져서 깨지던,
유명한 시인이 쓰던 술잔이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만, 정확히 확인된바는 아닙니다.
주의사항 : 3개가 한세트지만, 세명이서 마실때 쓰는 물건이 아닙니다.
저절로 술이 넘어갈정도로 달이 밝은 밤 제일 적합한 물건들입니다. 아 참, 안주를 넉넉히 준비하세요.
<미술품>
미술품 항목을 사랑해주시던 고객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겠습니다.
이번 분기에는 충분한 품질의 미술품을 확보하지 못한 까닭에, 항상 많은 기대와 사랑 보내주시던 미술품 품목이
동양화 하나, 탱자 하나로 참 보잘것 없습니다.
고객님들을 실망시켜드린 점, 다시 한번 더 죄송하다는 말씀 올리겠습니다.
뻔뻔하게도 변명하자면 양을 채우자면 얼마든지 채울수 있었지만, 아시다시피
본 갤러리는 다른 갤러리에선 구할수 없는 그런 차별화된 작품만을 판매하고 있고,
또 그런점을 고객분들께서 사랑해주신다는걸 알고 있는 저로썬, 고육지책이었다는걸 감안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호환虎患
장르 : 동양화
크기 : 55cm x 65cm
작가 : 미상
설명 : 호랑이를 그린 동양화입니다. 색이 약간 바랬지만 부리부리한 호랑이의 눈과
과장한듯한 강렬한 인상의 표정이 자칫 우습게 보일수 있다고 생각하실수 있지만,
드러난 송곳니가 굉장히 섬칫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이건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이 호랑이는 살아 생전 다섯이 넘는 사람을 잡아먹은 범이라 합니다.
나무해오겠다던 남편도 잡아먹히고, 복수를 하겠다고 호랑이를 찾아나선 아들도
잡아먹힌 과부가 원한 깊게 울며 그린 그림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주의사항 : 이런 원념이 가득 담긴 물건은 각오를 충분히 하고 사셔야 합니다. 딱히 그외에는 충고드릴게 없군요.
감로탱화甘露幀畫
장르 : 탱화
크기 : 240cm x 190cm
작가 : 미상
설명 : 배고픈 귀신에게 부처께서 단 이슬을 베푸신다는 감로탱화입니다.
즉 고통받으며 떠도는 혼들을 극락왕생으로 인도한다는 그림입니다.
소장하기엔 다소 크기가 크지만 이정도의 물건은 구하기 힘든 물건임에는 분명합니다.
구입하시는 분께 부처님의 은덕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주의 사항 : 종교인이 아니시라면 구입하지 않는걸 추천드립니다.
끝없는 허기로 영원히 고통받던 아귀들은 감로까지 기다릴 참을성이 없을수도 있으니까요.
<서적>
서적은 역시 매니아분들이 꽤나 있는 항목임을 알고 있는지라. 이번에는 특이하게 언문으로된 서적도 하나 가져와봤습니다.
지난번 경매에서 서적부문에 꽤나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터라
판매품을 선별하는 과정과 수집하는 과정에서 꽤나 적잖게 공을 들였다는점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서적의 재질 특정상 보존상태가 그리 뛰어나지는 않는다는점 꼭 참고해 주십시오.
골동품 수집과 관리에 조예가 깊으신분들이 아니면 관리가 다소 힘들 수도 있다는점 주의하여주십시오.
삼추록蔘追錄
작가 : 미상
설명 : 과거 당대 제일가던 심마니가 죽기전 평생의 노하우를 적었다던 책자입니다.
수많은 풀 중 삼을 판별하는 방법, 좋은 삼이 많이 자라는곳의 특징, 삼을 취급할때 주의해야하는점,
삼의 효능을 증대시키는 법등이 적혀있습니다.
이정도 염원이 담긴 책이라면 들고 뒷산에 오르기만 해도 삼을 발견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삼이 있는곳을 향해 저절로 발걸음을 이끌어준다는 소문이 있는 책입니다.
주의 사항 : 혹시 산의 지리에 대해 잘 아시나요? 잘 아신다면 다행이네요. 집으로 돌아올 걱정은 안하셔도 되겠어요.
언서고담諺書古談
작가 : 미상, 여럿으로 추정.
설명 : 그당시 언문으로 되어있던 여러 이야기의 총 합본입니다. 여러 전래동화, 혹은 언문으로 되어있는 단편소설들이
특별한 분류 없이 모여있습니다. 문체도 제각각인것으로 보아 작가도 여럿인듯합니다.
그 당시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이 글을 읽어주면서 돈을 받던 이야기꾼도 제법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나무하던 나무꾼이 쉬기 위해 잠깐 책을 폈다가 시간 가는줄 모르게 읽고선,
산에서 내려와보니 집은 폐가가 되어있고, 자기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노인이 되어있었다는.
그런 허풍이 있을정도였다고 하더군요.
주의사항 : 읽는것을 추천드리지는 않는데... 혹시 책은 좀 빨리 읽는 편이신가요?
아, 별건 아니고 양이 제법 되는 소설이라서요.
생활기담生活奇談
작가 : 미상
설명 : 그 당시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좋은 팁들이 적혀있는 생활 서적입니다. 언문과 한문이 혼합되어 서술되어 있으며,
색이 물든 옷을 지우는법부터, 밥의 물을 정확하게 잡는법, 장작을 더욱 잘 쪼개는법,
아궁이의 불을 꺼지지않게 하는법이나 입맛없을때 먹으면 좋은 반찬 제조법 등등
그때 당시 생활상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들을 해결하는 방법들이 적혀있는 만능 생활 서적이라고 보면됩니다.
뒷장에는 망자와 대화를 하는법이나. 사람의 수명을 늘리는법,
그리고 나 자신을 저주하는 대가로 타인을 저주하는 방법 같은 다소 짖궂고 과한 농담까지 적혀있는 흥미위주의 서적입니다.
주의 사항 : 책에 적혀있다고 곧이 곧대로 믿으시면 곤란합니다. 사람의 믿음에는 힘이 있거든요.
호기롭게 말씀드렸지만 이번 분기의 물품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신 분들이 계신다면
양해와 또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다음 분기에는 기필코
고객 여러분들의 예술혼을 만족 시킬 수 있을만한 우수한 물건을 구해오겠습니다.
산해 갤러리 관장 양 XX 올림
<카탈로그의 내용은 여기까지다.>
<현재 산해 갤러리는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이며, 업주 양 모씨는 행적을 찾아볼수 없었기에
수소문 끝에 산해 갤러리에서 근무했던 직원 A를 찾아 인터뷰를 시도했다. A는 당초 출연을 원하지 않았으나
소정의 사례금과 이름을 아예 드러내지 않는 조건으로 수락하였다.>
<언제까지 산해갤러리에 근무하셨습니까?>
삐ㅡ 년부터 2021년입니다.
<상당히 오래 근무하셨네요. 그만두신 이유는?>
...개인 사정입니다. 뭐 미래에 대해 항상 고민도 하고 있었고...
확실한건 뭐 전 직장에 관해서 그만둔건 아니니까 그 질문은 넘어가시죠.
<알겠습니다. 갤러리의 업주 양 모씨가 행방불명인데 혹시 아는것 있으신가요?>
그게 뭐 얼마나 됬는지는 모르겠는데, 원래 그 양반 가게에 잘 없어요.
그 양반 맨날 어디 이상한데 돌아다니면서 물건 구해오느라 없는건데?
원래 그 일 하는 사람들이 전국팔도 다돌아다니면서 고물상도 뒤지고 다른 경매장도 뒤지고,
좋은거 가지고 있다는 집가면 염치 불구 하고 가서 구경도 좀하고,
골동품 있을만한 데는 다 들쑤시는 일인데 가게에 틀어박혀 있으면 그게 이상하죠.
지금도 경매 끝나고 두둑한 주머니로 좀 쉬면서 물건 구해오겠죠.
<이게 가장 최근의 카탈로그지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카탈로그지 펼쳐보는 소리]
...좀 얌전한거 위주로 팔았네. 이정도면 귀여운 물건들이죠. 솔직히 말하면 거기서 파는 물건은 쓰는게 아니에요.
<쓰는게 아니다?>
오래된건 그 자체로도 사람을 매료하는 요물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무슨말 인지 아시겠어요?
막말로, 요즘세상에 누가 도자기를 직접 쓰고, 이해도 못할 옛날 책을 읽어요?
근데 그렇게 되는거에요. 그것들을 가지고 있으면,
그게 오래된 물건들의 힘이에요.
자신들을 올바르게, 만들어진 이유대로 쓰도록 사람들을 유도하는 힘이 있다고.
...라고 양 사장님이 입에 피딱지가 앉도록 말했죠.
<그렇군요. 최근 이 물건들로 불쾌한 경험이나 크고작은 상해를 입은 고객들이 속출한건 알고 계시나요?>
그건 저 한창 다닐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거 살때 다 계약서 써요.
주의사항을 위반했을때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 본 갤러리는 일체의 책임이 없음. 뭐 이런식으로 계약서 쓰는데...
<그렇군요. 그럼 A씨가 보셨을때 가장 기억에 남는 골동품은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짤랑거리며 귀금속이 부딪히는 소리]
이거에요, 이거. 아 이건 좀 비밀인데. 진짜 말하면 안됩니다.
양 사장 그 돈에 미친인간 이거 알면 나 죽이려고 할걸요.
이거 사실 가게에서 슈킹한거거든요. 이게 뭐 신라시대인가 언제인가 그때 쓰던 금 목걸이인데, 진짜 존나 비싸보이죠.
나 씨발 진짜 개처럼 일했는데 퇴직금 안주려고 하길래 그냥 창고에서 하나 쌔벼――――
[펑 하며 폭발하는 소리]
[욕설과 함께 들리는 비명, 그리고 소란스럽게 웅성거리는 소리]
<녹음파일 종료.>
<A는 현장에서 즉사. 사인은 후두부 내부에서 시작된것으로 판명되는 강한 충격으로 인한 후두부 폭발이 주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A가 자랑하던 장신구는 실제로 신라시대때 사용되던 장신구로 판별되었고, 해당 보물은 국립 박물관에 귀속되었다.>
ㅊㅊ 아카라이브 산심
정말 기이하고 신비한 나폴리탄 괴담이라 가져왔어!
아무래도 관장은 과거와 현재를 오고갈 수 있는 사람 아닐까?
첫댓글 와 목걸이는 무슨기능을 가지고 있는거지???ㄷㄷㄷㄷ
와 개존잼..
너무 재밌다!!
후두부에 폭탄인가 ㅋㅋㅋㅋ
와 존잼이다 이거
재밌다 ㅋㅋ
한자이름들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