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queline Du Pré - Bruch: Kol Nidrei, Op. 47
밤 열차, 침대칸에 누워 덜컹덜컹 흔들리는 열차의 리듬에 몸을 맡기노라면
그 고요함에 빠져들어 어느새 잠이 들어 버리니
'죽음보다 깊은 잠' 그런 숙면을 취해 본 적이 몇 번이나 됐던가.
그 달콤함은 평생에 몇 안 되는 고이 간직할 기억일 터이다.
교민회보를 통해 그 부부를 알게 된 것이 30년 전이니, 세월은 빠르기도 하다.
당시 내가 살고 있던 'Delft'라는 소도시에는 교민이 거의 없었다.
미국에서 해양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델프트 공대'에 2년간 연구직으로
초청 받아 오게 된 젊은 부부로서는 막막했던지 교민회보에
델프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 있으면 알고 지내고 싶다는 광고 아닌 광고를 낸 것을
우연이 내가 보게 되어 연락을 취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이들을 알게 된 것이 얼마나 나에게 축복이었던지,
이들 부부는 외적인 면, 그리고 품성까지 겉과 속이 일치하는 모든 것을 갖춘
'진정한 한국의 엘리트'로서 손색이 없는 그런 사람들이여
그런 젊은 부부가 나같은 한국인이라는 점에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들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 이어 이들 부부와 같이
벨기에의 성모 발현지인 바뇌(Banneux)를 여러 번 방문했는데
마치 고흐(Gogh)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 ' 그림이 연상되는 언덕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성당,
그리고 신자들이 밝힌 흔들리는 촛불의 기억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2 년의 연수를 마치고 거제도에 위치한 기업체에 스카우트 되어 네덜란드를 떠나게 되었지만,
다음 해 우리 부부를 초청, 그가 근무하는 거제도를 방문 극진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직접 운전하며 거제도의 곳곳 명소 안내는 물론, 굴 양식 공장을 방문,
좋아하는 생굴도 실컷 먹고, 여러 추억을 쌓은 후 서울로 올라오는 가장 빠른 방법이
사천 비행장 아니면 진주에서 열차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어 일단 그가 운전해
진주역에 도착하니 마침 밤 열차, 침대칸이 있기에 상경하게 되었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밤 열차에 몸을 맡기고 고요함에 빠져드니,
아름답던 시절, 꿈결 같은 시간 이어,
밀밭 언덕에 자리 잡은 바뇌 성당. 그가 안내했던 거제의 풍광,
그리고 굴 공장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순간
누가 내 발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에 눈을 번쩍 뜨게 되니
아뿔싸! 시간은 어느 사이에 이렇게 또 흘러가 버렸던가.
30 년 전의 진주발 서울행 야간 침대 열차 칸은 신기루처럼 내 앞에서 사라지고
덜컹덜컹 흔들림은 비슷하나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많은 세월이 흘러 지금은 소식도 모르지만, 그 아름다웠던 부부 대신
내 눈앞에는 장바구니 커리어를 내 앞에 들이대어 나를 비몽사몽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 어떤 아주머니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몇십 년 전 야간 침대칸의 달콤함이 아쉬웠던지
한여름 대낮 전철의 흔들림 속에 잠시 꿈속에서 헤멨나보다.
지나간 것은 항상 아름답다던가. 비몽사몽 속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렸지만, 지금 어디에선가 평안한 말년을 보내고 있을
그 부부에게 축복이 가득하기를.
첫댓글
추억은 아련합니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분들을
다시 한번의
그 세월에서 만나고 싶은...
성모 발현지 바뇌를 ,
거제도를 부부동반 초청한 사연들이
그냥 인연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귀한 인연들이
사라져간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바라건데,
그 분들이 아름다운 5960의 회원이어서
수필방에 오셔서 한스님의 글을 읽으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스님, 안타깝네요.
어느날의 밤 열차, 침대 칸 잘 읽었습니다.
거리, 그리고 살아가는 환경이 다른 탓인지
세월과 더불어 소식도 끊겼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부부였습니다.
지금도 독실한 믿음을 지키며 잘 살고 있을 겁니다.
댓글 감사 드리며 건강하세요.
한스님 글을 읽으며 인연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 봅니다.
그 부부와의 인연으로 한스님 좋은 경험을 접하셨었군요.
지금은 그 부부와 교류가 끊긴 상태인 듯 보여 한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
사람과의 교류는 자주 만나고 연락 해야 되는데
한동안은 지속되다 워낙 세월이 흐르니
자연히 소식이 끊기게 되더군요.
지금은 그들도 현역에서 은퇴하고 안락한
말년을 어디에선가 보내고 있을 터
항상 그들의 행복을 기원 합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세요.
정말 아름다운 인연이었군요. 전철안에서 잠깐 졸았던 상황이 그야말로 한여름밤의 꿈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델프트. ᆢᆢ소설ㅡ 진주 귀걸이 소녀ㅡ의 배경이었던 네델란드의 지명을 들으니 참 반갑습니다.
아름다운 소도시 델프트 한 번은 가 볼만한 곳입니다.
그 아름다웠던 부부와의 추억은 물론, 저에게는
여러가지 면으로 암스테르담 보다 더 잊지 못할 장소 이지요.
항상 건필 유지하시며 행복하세요.
다만 만났다고 다 인연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스님의 경우는 정말로 귀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로에게 축복이 되는 인연은 그리 많지 않거든요.
하필이면 한국의 거제도에 둥지를 튼 그 부부로 인하여 오랜 셍월 돈독한 관계가 이어졌으니 얼마나 흐믓하셨을까요.
기차여행을 하면서 얻은 단잠이 달콤했던 추억으로 연장되는 회상의 시간이 된듯,
저도 젊은시절 고향을 오가는 기차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알계되었지만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한스님의 글을 읽으며 그 시절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반추해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
사람과의 관계는 일단 자주 만나야 더 깊은 정이 들터이나
잠시 이어지던 인연이라도 항상 기억에 남아
언제 어느곳에서 다시 만나게되도 반가운 사람들이 있지요.
비록 짧은 교류였지만 그 부부는 정말 기억에 남은
아름다운 사람들 입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의 하시고 잘 지내세요.
이방인 사회에서
같은 동족을 만나면
세상 반가울 것 같습니다.
그 부부도 한스님처럼
동료애와 살가운 느낌으로
가슴 벅찼을 것 같구요.
거제도는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아름다운 섬이더군요.
그곳에 고이 간직한 추억까지 두셨으니
한스님의 인연이 참 곱습니다.
거제도 아름다운 섬이더군요.
그 곳에 아름다운 부부가 둥지를 틀고
젊은 시절을 보냈을 겁니다.
지금은 어느곳에서 은퇴후의 안락함을
즐기고 있을 그들에게 행운이 항상 하기를
바라며 제라 님도 행복한 나날 보내세요.
기차의 침대칸은 느낌이 어떨까?
나는 기차의 침대칸을 타보지 못해서 아쉬워요
지나간 과거는 항상 아름답지만 아쉽지요?
충성 우하하하하하
제 퍙생 그렇게 단잠을 자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진주발 서울행 야간 열차, 그때의 기억이
30년이 넘은 지금도 생각납니다.
고요한 밤, 오직 덜컹덜컹 리듬에 몸을
맡기면 잠이 저절로 오더군요. ㅎ
언제 한 번 타보세요. 그리고 무더위에 몸조리 잘 하시고.
연락을 해 보시지 않고요.
반가워 하실텐데요.
옛날에 침대칸이 있다는 건
들었는데요.
타 본 적이 없습니다.
요사히는 침대칸이 없나요?
전 아직 있는 줄 알았는데 ㅎ
하기사 부산까지도 몇시간 안 걸리니
옛 처럼 침대 열차가 필요 없어졌겠네요.
오랜전 일이라 그 분들과는 소식 두절된지
오래됐지요. 그래도 한 번은 더 보고 싶은 사람들.
무더위에 몸조심 하세요.
구심점을 잃어버려
만나지 못하며 30여년의 세월을 보냈어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글 내용처럼 훌륭한 젊은 부부인 듯 합니다!
같은 하늘아래 있으니...
인연이 닿으면 우연히 다시 만날 날이 올 수도...
세월과 거리가 있으니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서서히 멀어지더군요.
좋은 부부이니 항상 행복하고 좋은 일만 생기기
바랄 뿐 이제는 다 옛 이야기.
무더위 건강 조심하시고 다음 여행에 뵙지요.
죽기전에
낯선 이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핏줄이 흐르는 모국의 사람들을 만나
반가워 해보고 싶고
일을 선택하면
조금 자유로운 직업이니
남해의 진주같은 섬들 해안선을 따라
한 곳 한 곳 추억을 만들며
가끔 길게 채류하거나 자주 오고가면서
바다와
바다를 바라보는 푸른 눈의 하늘과
깊은 물 속의 이웃들과
밀애를 나누다
소금맛나는 짠 해산물의
쫀득쫀득 고소고소 비릿비릿 ㅎㅎ
맛난 나의 소리를 만들어
기러기처럼 꺼이 꺼이
화려하게 날아가며 노래하고 싶습니다
야간열차의 로망 제게 일깨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 편의 시 같은 댓글 감사 드립니다.
꿈을 가지고 계시니 언젠가 실현이 되겠지요.
설사 이루어 지지 않아도 꿈 꿀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
항상 좋은 꿈과 더불어 즐거운 일상 보내세요.
@한스 선배님의 글이
시와 같으시답니다
늘 툭툭 던져주시는 화두에
후배는
바로 이거지 ㅎㅎ하면서
즐겁고 신나게 공감하고 있사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지난번 고등어 구이집 글
그리고 침대가 있는 열차에서의 단잠 이야기글 이
모두 너무 좋습니다 .
스쳐 갔던 때론 길고 때론 짧았던 인연들 이야기가
마치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
떠나간 인연들은 그만큼이 몫이었구나 .,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고국으로 오는 12시간 넘는 비행기에서의
단잠은 한번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
돌아갈때도 그랬구요
그런 단잠을 자는 날 저도 한스님처럼
글을 써 보겠습니다 .
비행기 안은 저도 아직도 힘들더군요.
야간 열차는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규칙적인 리듬에 몸을 맡기면
잠이 오더군요.
언젠가 시베리아 혹은 중국, 몽고 대평원을
달리는 야간 열차를 타고 긴 잠 푹 주무시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타국에서 무더위에 몸조심 하세요.
지공거사의 한 여름 낮 꿈치곤 멋지고 화려합니다..
대개 낮에 꾸는 꿈은 개꿈인데...
고흐(Gogh)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 '도 나오고
젊은 날의 소중한 만남과 거제에서의 재회, 야간열차의 아늑함까지....구운몽까지는 아니어도
개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멋진 꿈 잘 보았습니다. 늘 건필하세요...
멋들어진 꿈 해석이 일품입니다,ㅎ
어디 내 놓아도 손색없는 젊은 부부는
지금도 평안하고 안락하게 말년을
보내고 있을 것 입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폭염의 여름에 트럭을 몰다보니
쉼터에서 잠을 잘 때 아이들링 상태로 엔진을 켜서 에어콘을 가동시킨 상태로 잠을 잡니다. 트럭 안 침대에서 엔진의 진동을 느끼며 잠을 자게 되는데, 생각보다는 그 진동이 잠을 깊게 해줍니다.
새벽 시간, 잠에서 깨어나 한스님의 글을 읽으니 더욱 실감나고 저도 잊혀진 인연들을 되살려보며 평원으로 솟아오를 오늘 해를 맞아야겠습니다.
트럭도 그렇군요.
규칙적인 열차 혹은 차의 진동이 사람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지 그때 진주의 밤기차의
숙면은 평생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무더위에 건강하게 안전운행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