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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이킬 수 없는 꿈같은 시간이어라....
행복을 놓친 건 내 잘못도 너의 잘못도 아닌.. 그냥,
우리의 인연이 거기까지였음을.
늘 그리워하던 그 시간 속에 묻히길 바라며...
【★ 타임머신을 만들어 주세요 ☆】
※ 본 소설의 등장인물은 모두 작가가 만든 100% 허구 인물임을 알려드립니다.
1
보고싶다....
많이...
훗! 이젠 너무 많이 한 말이라 지겹나?
비에 젖은 창백한 니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내가 본 마지막 니 얼굴...
끼이이익________!!!!!!!!!!!
너무나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미쳐 피하지 못하리란걸 안 운전자는
눈을 감아버렸다. 자신에 차에 뛰어든 걸 미안해하던 그 눈빛을 마지막으로 본 채...
“Oh!_ Thank you God..."
이젠 익숙한 병원천장이 눈에 들어오자 실망감이 밀려들려던 찰나,
보호자이자, 유일한 안식처인 톰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녀석의 따발총 잔소리.
“내가 너 땜에 내 명에 못 죽어! 한동안 괜찮다가 왜 또 그래?
제리 한번만 더 그래! 그땐 정말 정신병원에 쳐 넣는다, 내가!!“
또 그런다.. 그렇게 말해도 안 무섭다구...
정신병원 얘기 백만스물 두 번째.
그 놈의 레파토리는 질리지도 않는지 원~
이렇게 걱정하는 널 보면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아직 가진 게 많은 사람이라고 날 위로하려해도
내가 버린 그 사람이 가장 소중했던 터라..
너처럼 좋은 친구로도 가슴에 뻥~~뚫린 구멍이 매꿔지지가 않네... 미안.
“제리....”
톰의 따발총 소리는 제리가 고개를 숙이며 어깨를 들썩이자,
점차 사그라들어 버렸다.
“나가줘.. 혼자 있고 싶어...”
“안돼... 나, 가고나면 또 이상한 짓 할 거면서...”
“안 그래...”
“지난번에도 안 그런다고 했어!”
“.........”
“제리... 왜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피하는지...
삶이 왜 그렇게 너에게 힘이 드는 지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약이야... 어떤 아픔도 고통도 시간 앞에선 옅어지고 말아“
그 말에 제리가 힘없이 웃어보이자 또르르 눈물이 떨어져 내린다.
“내가... 제리로 산지.. 얼마나 됐는지 잘 알면서...
그 시간이란 게... 나한텐 전혀, 약발이 안 들잖아“
“제리.. 그냥, 다 털어놓고 후련해지면 안 되는 거야?
말 해.. 말하면..“
“그건 안돼!”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는 톰의 팔을 거칠게 떨치며 날카로워져 버린 제리.
요새 들어 부쩍 신경질적인 게 아마도 그 한국인 방문객 때문인 거 같다.
에휴... 잊을만하면 한 번씩 와서 벌집 들 쑤시듯 마수 휘저어놓고 가버리는
그 녀석들! 도대체 없다는데 왜 자꾸 찾아오는 거냐구!!!!
너처럼 잘 웃고.. 잘 떠들고... 해맑던 아이를 변하게 한 게 뭘까?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버린 제리를 바라보던 톰의 얼굴이 복잡해진다.
...........
동양인...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뮤지션... 그녀가 처음 맨해튼에 온 그 겨울.
그 매서운 추위 틈으로 비치는 따스한 봄 햇살을 톰은 보았다.
사실, 톰은 그들의 그룹에 누군가 끼는 걸 몹시 싫어했었다.
그런데 어쩌랴! 가수가 좋다는데....
그렇게 첨부터 갈궈 줄 결심을 했던 톰이었기에 사사건건 그녀에게 시비를 걸어댔고
한 성깔 하는 그녀 역시.. 잠자코 있을리 만무했다.
얼마나 싸워댔으면 결국, 헤어질 무렵엔 ‘톰과 제리’라는 별칭을 얻기까지 했을까?
미운정이 고운정보다 무섭다고 했었나?
그녀가 떠날 때 추하게 울면서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로 제일 아쉬워하던 게
아마, 톰이였을걸?
그렇게 그녀가 떠나고 가끔씩 생각나던 어느 날..
새벽녘 작업실로 전화가 왔다.
(톰 나야, 제리...)
“제리? 난 그런 사람 모르는 데...”
(나, 제리야... 우리 자주 다퉜었는데.. 기억 안나?)
톰이 잠시 멈칫 하더니 곧 반색을 하며 묻는다.
“혹시, 연싸부?!”
(조용히! 난, 제리야.. 지금 작업실 앞인데 나와 줄 수 있어?
.......몰래)
“지금 미국에 와있어?!”
조용히랬잖아.. 이 멍충아!
그리고.... 2년 만에 갑작스레 찾아온 연싸부를 본 톰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누가 자신을 찾거든 모르는 사람이라 해달랬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처럼 살고 싶다했다.
........
그리고... 죽은것만도 못하게 살아가고 있다.
“분명히 연싸부는 여기에 있어! 일부러 우릴 못 만나게 막는거라구!!!!”
연우는 흥분하며 마시고 있던 캔맥주를 벽에 던졌다.
“흥분하지마! YLM에서 그럴 이유가 없잖아..
그 곡이 확실히 연싸부가 만들었다는 증거도 없고....“
............
어느 날 팝 음악을 다운받던 연우의 얼굴이 심상치 않게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환희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원석에게도 그 음악을 들려주었다.
막연하게, 미국에 있을거란 생각은 했었지만(미국에 있는 모든 음반회사마다 찾아가
연싸부의 사진을 뿌리기까지 했었다)그 누구도 연사부를 보았다거나
연락하고 지낸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딱, 연싸부 스타일의 곡이 머나먼 미국땅에서 불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곡 스타일이 비슷하단 이유로 연우는 콘서트도 뭐고 내팽개치고
뉴욕 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니 기획사 이사이자 초창기 연싸부 사단
멤버인 원석도 따라올 수밖에....!
...........
"아니야... 그건, 분명히 연싸부 곡이야.... 싸부는 여기에 있어“
연우는 노을 지는 저녁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원석은 왠지 연사부를 찾는 게 내키지가 않았다.
하루아침에 누구에게도 말도 않고 갑자기 유학을 떠나버린 연싸부였다.
없으면 못 산다던 남자친구를 갑자기 차 버린 후 그렇게 바람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애들이 동요하는 것도 연락 없이 떠난 연싸부에 대한 섭섭함도 문제가 아니었다.
꼬장꼬장한 성격의 연싸부답지 않게 모든 음반제작을 캔슬하고 잠적했다는 게
그리고 몇 년 동안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조차도 없다는 게...
아무래도 누구도 자신을 찾지 말아달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흠...”
원석은 눈을 감으며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그 팝을 불렀던 가수의 소속사를 찾아갔었던 어제를 떠올린다.
프로듀서를 만나게 해달랬더니 배불뚝이 백인 남성이 모습을 보였다.
실망감이 몰려왔지만 연사부의 사진을 보여주며 아냐고 했는데...
대답은 역시나 모른다였다.
휘휴!
어제 연싸부를 찾을 때까지 못나가겠단 연우를 억지로 끌고 나오느라
어찌나 진땀을 뺏는지....
“나 좀 나갔다 올께!”
겉옷도 안 걸친 채 휙 하니 밖으로 나가 버린 연우.
“야, 어디가!!! 야!!!!”
원석이 불러보지만, 대꾸조차 없다.
짜아식이... 아무리 격 없이 지내도 진 가수고 낸 이산데...
새끼가, 연싸부 떠나고 끈 떨어진 연 신세 길래 안쓰러워 좀 잘 해줬더니
이젠 막 나간다 이거지? 들어오기만 해 봐라!!!
원석은 분을 삭이려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제리.. 우리 쇼핑 나갈건데... 같이 갈래?”
“아니... 난, 못 가..”
“왜애? 아직도 한국에서 온 그 놈들 안 간 거야?”
로건이 톰을 책망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사실은 매일같이 회사로 찾아와...”
“니가 제리라고 말해도?”
“그래.. 내가 제리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신경쓰지 말고 둘이서 오붓한 시간들 보내셔...
여기선 나 때문에 둘이 하고 싶은 짓... 고연짓.. 못 할꺼아냐?“
제리 말에 로건이 잠시.. 그니까, 딱 1초 머뭇거리더니 망설이는 톰을 이끌고
나가버렸다. ‘또 이상한 짓하면 죽어!’라는 눈빛을 건네고.
여자인 제리가, 남자 둘만 사는 이 집에 겁도 없이 살고 있는 이유는...
그 남자 둘에겐 이미 여자가, 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분들은 벌써 알아챘을 테지만, 로건과 톰은 동성애자다.
사랑하는 연인들... 그 틈에 죽어도 끼고 싶지 않았지만...
벌써 수차례 자살시도로 톰은 제리를 강제로 이곳에 연금해 버렸다.
물론 첨엔 로건도 펄쩍 뛰었었다.
그런데 어쩌랴!
5년 동안 계속된 정신과 상담에도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는 것을...
둘이 나가버리자 제리는 홀가분하다는 듯 부엌에가 버번을....!
응?!
[톰의 것! 제리는 입도 대지 말것!]
훗! 귀여운 톰...
제리는 콧 방귀를 뀌며 버번에 붙여있던 메모지를 가볍게 떼어내 버린다.
“캬하~~~”
목구멍을 타고 가슴을 뜨겁게 적셔오는 액체가 잠시 모든 걸 잊게 해주었다.
내가.. 이렇게 술 잘 마시는 줄 알면 너.. 깜짝 놀랄텐데.... 후후후
한 반병쯤 비웠더니 가슴 아파 꺼내기조차 두려웠던 옛 기억이 밀려온다.
.............
“원샷이라며?”
넌 내게 잘 보이고 싶어서였나?
아니면... 단지 날 불러내기 위해서였을까?
캔맥주를 원샷하는 걸 보여주겠다고 늦은 저녁 넌 날 불러냈지...
그리고 고작 한 모금을 들이킨 후 캔에서 입을 뗀 너를 보고 난 빈정댔어.
그러자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는 듯.. 이것 보아라! 하는 듯..
말없이 웃으며 머리에 빈 캔맥주를 털어보이던 니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어떻게 그게 한 모금에 다 들어갈 수가 있지?
꽤 놀랐지만, 니가 너무 귀여웠지만 무심한 듯 한마디만 던졌어.
“다 마셨으면 가자!”
돌아서려는 내 팔을 잡아채는 너에게 갑작스레 안겼을 때...
난 니가 곧이어 내게 좋아한다고 고백할 줄 알았거든.
근데 너 끝까지, 날 안아놓곤 끝까지 암말 안하더라?
나쁜놈!
..............
갑자기 와인이 땡기네...
목욕물을 틀어놓곤 부엌에가 와인 잔과 와인을 꺼내 거품가득 한 욕조에
몸을 뉘이는 제리.
있지.. 넌 소주를 즐겨 마셨는데.. 왜 난 와인만 마시면 니 냄새가 나는 거 같을까?
있지... 실은 말야.. 그때일...
나, 어렴풋이 기억한다?
.............
“아, 놔!!! 잘 봐! 나 똑 바로 걸을 수 있어!
똑.바.로...“
뭣도 모를 때... 그땐 나도 너처럼 술을 잘 마실 수 있을거라 생각 했어.
아니, 딴 애들은 다 마시는데 나만 소주 석잔에 인사불성이 될 줄 누가 알았겠냐구!
어쨌거나 바닥에 넘어져도 여러 차례인 날 니가 부축하자, 쪽팔린 나머지 뿌리쳐냈어.
그리고 멀쩡한 척,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인도와 차도 사이를 넘나들기까지 했지.
뒤에서 따라오던 미정이가 나중에 그러더라구.. 걷는 게 어째 위태로워보였다고.
그리고.. 쿡!
니가 몹시도 안절부절 못하며 어떻게든 날 부축해 보려 쩔쩔 매더라고...
어우... 몰라, 몰라!!!!
결국에 내가 차도 쪽으로 넘어지자, 쩔쩔 매던 니가 잽싸게 날 업었던걸로 기억해.
“내려놔아... 눈치도 없는 게...
누가 업어 달랬냐?“
“시끄러! 무거워 죽겠어서 말대꾸까진 못해준다?”
“있지.. 나, 너.. 좋아하는 거 같아...”
우뚝...
놀란 니가 멈춰서자... 난 말을 얼버무리며 잠든 척.. 했어.
.............
“쿡쿡쿡...”
제리가 오랜만에 참... 행복해 보인다.. 비록, 취중일지라도!
있지.. 그때... 그 사고만 아니였더라면..
아직, 난.. 니 곁에 머무를 수 있었을까?
.............
“말해봐!!!! 정말 내가 싫어졌어?!”
몇 시간짼지 계속해서 내리는 빗속에 낯빛마저 창백하게 질린 님아...
“한번만 더 찾아오면 신고해버릴꺼야..”
그딴 말을 내뱉고 돌아서서는 너의 차가운 입술을 내 따스한 입술로
마지막 한번 녹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했지요...
.............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떨쳐내려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제리..
하지만, 그 어두운 기억은 해일처럼 순식간에 제리를 덮쳐왔다.
.............
“내가... 이렇게 빌어도 안되겠니?”
태어나 처음으로 무릎이란걸 꿇었다.
“나아... 그 애 없인 안되는데... 그냥, 봐줄 순 없을까?”
..........
“흡! 흡!”
후회와 절망으로 뒤섞인 눈물이 제리의 얼굴을 적신다.
사고 났던 그 날처럼..
그 때.. 그 일만 아니였더라면...!
“아악!!!!!!!!!!!”
신경질적으로 휘둘렀던 팔에 와인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나 버렸다.
“흡...! 보고 싶어... 우리가 왜 이렇게 되어버린거야... 왜애!!!!!”
제리의 흐느낌이 바닥에 흩어진 와인병을 보자 점차 사그라들더니..
이내 떨리는 손으로 깨진 조각중 하나를 잡는다.
그리고 이미 흉하게 흔적이 남아버린 한쪽 손목위로 천천히...
따르릉....
따르릉....
퍼뜩, 제정신이 든 제리는 목욕가운을 입고 나가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혹시나, 자신이 염려되어 건 톰의 전화가 아닐까 싶어서...
“hello!"
"...연...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