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탑 컴퓨터 하드만 바꾸었더니 윈도만 새로 깔아 주어 내가 필요한 프로그램을
다시 깔아야 하는데 하두 오래되어 라이센스가 어느 구석에 들어 앉았는지 알 수가 없다.
찾기도 귀찮고 해서 애들이 와서 다시 깔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요즘은 나이를 먹어서그런지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더러 있고 실수를 할 때도 있다.
아침 식사 후엔 믹스커피를 한잔 하는데 당뇨약을 먹기 때문에 봉지 속에 들어 있는 설탕은
빼고 마시는 데 오늘 아침에는 가위로 끝 부분을 자르고 뒷쪽을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 내용물을
잔에 붓자 색깔이 허옇다. 커피는 짙은 갈색인데... 이게 무슨 변고 인고?
시력도 갈 때가 되었는지 아침에 가위를 들고 커피믹스 봉지 끝부분을 자르면서
가는 파선이 그어져 있는 부분을 잘라야 하는 데 잘 보이지 않아 반대편을 잘랐던 것이다.
할 수 없이 설탕이 들어가는 커피를 마실 수 밖에 없다. 버리기엔 아까우니까 말이다.
그래도 대학병원에서 절단해야 할 다리는 그냥 놔 두고 멀쩡한 다리를 잘라버린 사고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
내만 실수를 하는 게 아닌 것 같아 조금 위안이 되긴 하다. 지난 토요일엔 부산지역 대학동기들이
호포에 모여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친한 친구 한 사람이 약속시간 보다 한 시간 전에 만나서
식사전에 조금 둘레길을 걷고 들어가자고 해서 11시 반에 호포역 프랫폼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나는 해운대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수영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여 덕천역에서 하차해 다시 2호선을
타기로 하고 출발을 했는데 친구는 동해선 경전철을 타고 다시 거제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기로 했는데
만나지 못하고 호포역에서 보기로 하였다.
내가 호포역에 도착하니 11시26분이었다. 그는 나보다 늦어 다음 차로 도착하였다. 프랫폼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는데 그가 " 아참! 내 폰!"하는 것이었다. 폰을 들고 앉았다가 깜박 졸다가 폰을 지하철 의자 위에 놓고 내린
것이었다. 우선 교통카드가 거기에 꽂혀 있고 모든 연락처가 그곳에 들어 있기 때문에 폰 없인 아무데도 갈 수가
없다. 일단 다음 열차를 타고 종점인 양산역으로 가서 혹시 청소하는 사람이 주워다 맡겨 놓을지도 모르니
찾으러 가라고 하고 나는 호포역무소로 가서 양산역에다 연락 좀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고선 역 구내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 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호포역 다음역인 증산역 역무원이 어떤 분이
놓고 간 폰을 주워다 맡겼다면서 폰에 들어 있는 가장 최근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알았다고 하고선 내가
증산역으로 찾으러 갔다. 그때까지 친구는 양산역에 도착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금 있으니 양산역 역무원이 친구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내가 받았다. 증산역에 가서 내가 폰을 찾아왔으니 친구더러 바로 호포역으로 오면 된다고 알려주라고 했다.
친구보고 다시 증산역으로 가서 폰을 찾아 오라고 하면 시간이 두 배로 걸리기 때문이었다. 그 놈의 폰 때문에 함께 걷기로 한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호포역에 도착하자마자 곧 바로 약속한 식당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