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역 군생활은 물론 전역 이후 삶에 대한 고민 많아져 -
중견간부로 불리는 계급은 대략 소령과 중령, 그리고 상사급이다. 이들은 10년 이상의 군생활을 했고, 연령은 30대 중후반에서 40대에 걸쳐있다. 결혼을 했다면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두고 있으며, 상당수 인원들이 자녀들을 위하여 기러기 부부로 살아간다.
몇 달전 한 국내 언론은 중령급 장교들의 임무수행 실태를 소개했었다.
서해 NLL지역의 서울함 함장은 열흘 남짓의 출동기간 내내 의자에 앉은 채로 쪽잠을 자면서 작전을 수행하는데, 그의 출동수당은 하루 9000원이었다.
강원 최전방 육군 GOP 대대장은 잘 때도 전투복을 벗지못하는 ‘1분 대기조’인데, 이등병으로 전입한 병사가 전역한 이후까지 총 24개월 연속근무를 한다.
▲의자 앉아 열흘 쪽잠 잔 함장…'출동수당'은 하루 9,000원 [서해 NLL을 가다]
▲잘 때도 '1분 대기조'…대대장은 오늘도 철책 향했다.
부사관들도 다르지않다. 한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하던 상사급 부사관이 진급하게되면 보직기간 및 진급시기에 맞춰서 전후방으로 이동하는데, 다수가 불만족스럽다. 희망하는 수도권 지역은 바늘구멍만큼 어렵고, 뒤늦게 전방지역으로 이동하게 된 대상자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냥 현위치에 잔류하고 싶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군을 떠나려하는 초급간부들에게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물어보면 의외의 대답을 한다. 자신이 경험하는 복지와 근무여건도 열악하지만, 5년 또는 10년 후 그들의 눈에 비친 선배들처럼 살아갈 것을 상상하니 군복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30~40대 중견간부들의 전역지원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핵심 장비를 운용할 숙달된 인력부족이 늘어나고 있으나, 병사나 초급간부 처우 개선에 밀려서 주목을 받지 못한다.
중견간부들은 일종의 '낀 세대'로서 군의 변화에 따른 부담과 책무를 품고있다.
대령과 장군, 원사로의 진급은 20년 군복무 군인연금 확보만큼 중요하다. 그래야 본인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가족들을 지킬 수 있는데, 중견간부들은 대략 자신의 진급가능성을 예측하고 좌절한다. 권한과 혜택보다 감당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많아졌다. 자칫 방심하면 과실치사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범죄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어서 부대관리에 더 신경을 쓰지않을수 없다.
자식들의 수도권 진입을 희망하지만, 주택과 사교육 비용을 군대급여만으로 감당하는게 버겁다. 군인아파트도 평생 보금자리가 될 수없다. 전역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택마련이 급선무이다.
중견간부들의 존재감, 그들의 고뇌를 해결할 수 있는 비책은 쉽지않다. 국방부가 다양한 제도개선을 준비하지만, 예산과 형평성의 논리는 변함없는 걸림돌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전역후 재취업이다. 대령과 장군 또는 원사로 진급하더라도 결국 만56세가 되면 떠나야한다. 그러나 우리의 56세는 너무 젊고, 연금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지출들이 많다. 전역한 선배들은 별도의 200만원 수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막막하다.
▲군 간부의 정년체계
글로벌 방산기업들, 특히 미국 기업들은 직원들의 약 20%를 제대군인으로 채용한다. 매년 11월 VETERANS 데이가 되면 제대군인 취업안내를 공지한다. 지난 주 미국 메모리얼 데이를 앞두고 BAE SYSTEMS라는 방산기업은 직원 중 예비역이 6583명 근무하고, 매일 5명정도 채용한다고 밝혔다. 그것이 예비역들에 대한 존경심(Salute their service)이라고 표현하고있다.
▲미국 메모리얼 데이를 앞두고 예비역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며 자사의 퇴역 군인 고용 수치를 공개한 방산기업 'BAE SYSTEMS'
▲퇴역 군인 채용 공고를 올린 방산기업 'Textron Systems'
물론 국내 방산기업들도 제대군인 재취업을 다양하게 지원하는데, 더욱 확대하면 좋겠다. 매년 국군의날 전후, 10년이상 복무한 제대군인의 취업기회를 공식화하면 좋겠다. 전역후 취업제한 규정의 과감한 개선도 필요하다.
▲군인의 희생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
6월 호국보훈의 달, 중견간부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보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