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장 중요해요. 머리, 체간, 골반”
오늘도 바른 자세로 운동을 시작한다.
“은이 뒤집기 볼래요?”
몇 번 수업을 동행하긴 했지만, 팔이나 다리를 움직이는 것 이상의 운동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은이는 태어나서 스스로 몸을 뒤집어 본 경험이 없어요.”
팔을 펴고 골반을 돌리고 다리를 넘기며 차례차례 몸을 뒤집는다.
흔들흔들, 뒤집는 과정 과정마다 몸이 넘어가는 방향으로 몸을 조금 넘겼다 당겼다 넘겼다 당겼다를 반복한다.
하은 군에게 넘어갈 방향을, 넘어갈 모양새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몇 번의 예고 동작 뒤에 김미숙 선생님이 손을 놓으면 하은 군이 세우고 버티던 몸을 예고대로 돌리고 뒤집는다.
“옆으로 몸을 지탱하는 감각, 돌아가면서 몸 한쪽이 눌리는 감각.
이런 것들이 은이에게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되거든요.”
처음에는 오랜만의 뒤집기라 그런지 몸을 만지는 손, 돌아가는 방향,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바닥과 뒤집히며 보게 되는 시야에 집중하는 듯했다.
가끔은 이게 뭐지 싶어 인상을 찌푸리고 혼자 심각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몇 번은 몸을 넘기지 못해 김미숙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렇게 몇 번 구르고 나니 하은 군 스스로 잘 뒤집고 곧잘 웃는다.
아마 재작년 김미숙 선생님과 했던 뒤집기 운동이 기억난 것 같다.
하은 군은 주로 자세를 바르게 하고, 구축이 일어나는 부위를 펴고 스트레칭하는 운동을 자주 하지만
이렇게 ‘경험’을 위한 운동도 적지 않게 한다.
스스로 움직이고 앉고 눕고 일어나고 짚고 받치고 당기고 미는 경험.
하은 군에게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큼, 굳어가는 팔과 다리를 펴는 것만큼
이 경험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풋과 아웃풋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입력과 출력이죠? 이 뇌병변이 있는 친구들은
이런 입력과 출력 자체가 잘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까 팔을 뻗으라고 머리에서 입력을 하면
팔을 뻗지 않거나 엉뚱한 움직임을 하는 거죠.”
“그렇게 듣고 보니 하은 군 이렇게 팔 뻗고 손으로 잡는 동작 하나하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노력하고 잘하고 있는 거네요.”
“그렇죠. 이거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놀라운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하은 군이 자주, 제대로, 몸 곳곳을 움직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목적을 가지고 정확히 입력하고 출력하고, 그런 경험이 계속 쌓이는 것이 하은 군이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근육을 쌓는데 아주 중요한 일임을 깨닫게 된다.
매번 그렇지만 김미숙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잘 알게 될수록 같은 동작도 그 뜻을 깊이 헤아리게 된다.
더불어 하은 군의 수고와 노력이 더 잘 보이게 된다.
오늘도 김미숙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 덕에 하은 군이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2024년 7월 26일 금요일, 박효진
①‘하은 군에게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큼, 굳어가는 팔과 다리를 펴는 것만큼 이 경험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미숙 선생님에게 아주 여러 번 반복해 들었던 ‘경험’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②사회사업가의 역할은 대신하는 데도, 연결하는 데만도 있지 않고, 경계를 잘 인식하는 가운데 어디선가 매우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돋보이려 하지 않으려 매순간 애쓰는 곳에 있음을 오랜 시간을 통해 깨닫았습니다. 정진호
선생님 말씀처럼, 김미숙 선생님 설명을 들으니 뜻이 분명해지고 보이는 게 달라지네요. 김미숙 선생님,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