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요건이 있을 것입니다. 쉽게 다른 동물과 비교하여 사람만의 특징을 생각해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흔하게 나오는 답변 중 하나가 이성적 존재라는 것입니다. 감성적 존재가 인간만의 특징은 아닙니다. 일반 동물들도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동물의 감정과 사람의 감정은 차이가 없을까요? 똑같이 희로애락을 가지고 있을까요? 만약 그 감정의 회로를 차단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똑같이 본능에 따라서 움직일까요? 그러나 사람은 이성을 가지고 있다 하였습니다. 감정은 없어도 이성적 판단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감정의 개입이 없는 이성적 판단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아마도 그것을 겨냥하고 작업을 하였으리라 짐작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식수에 감정 억제제를 투여하였습니다. 물은 연한 청색을 띄며 이름을 ‘블루’라고 하였습니다. 수시로 마시는 물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 어떤 물질이 섞여있는지 모릅니다. 물론 전체 탑승객의 관리자인 ‘리처드’만 알고 있습니다. 바로 감정 억제제입니다. 분노가 일어나지 않게 합니다. 어쩌면 공동생활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요인일 수 있습니다. 다툼이나 분열 등 충돌이 일어난다면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더구나 생활범위가 지극히 제한되어 있기에 피할 곳도 없고 큰 사고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모든 기획이 무산되고 오랜 시간 계획하여 실행한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를 살리고자 하는 원대한 계획이 무산되고 인류가 멸망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고려했을 대책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사실이 드러난다면 당사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우리가 사람 맞아? 그냥 쓰고 버리는 소모품에 불과하잖아. 산다는 의미가 뭐지? 우리 사람의 특징 중 하나가 어쩌면 ‘존재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나는 무엇인가? 왜 존재해야 하나? 왜 살아야하지? 삶의 의미가 뭐지? 그러면서 다른 한편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소위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자기뿐만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연관성도 생각합니다. 나의 가치와 공동체의 가치, 사회적 가치를 찾는 것입니다. 나 한 사람에게서 출발하여 확장되어갑니다. 그 안에서 질서가 필요하고 위계가 생깁니다.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말입니다.
대단한 기획입니다. 처음부터 대비하여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양육하였습니다. 희로애락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통제하였습니다.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우주선에 탑승하고 지구를 떠났습니다. 더 이상 살기 힘든 지구를 버리고 그 비슷한 행성을 찾았기에 그곳으로 이주할 원대한 기획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그곳으로 가는 시간만 86년입니다. 우주선 안에서 세대가 교체될 것입니다. 목적지에는 새로운 세대가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탑승한 사람들은 말 그대로 세대를 이어주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이런 사실을 들켜서는 안 됩니다. 이 모든 사실은 리더인 리처드 한 사람만 알고 있습니다. 모든 대원은 통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자연히 억제할 수 있는 약물이 투여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자라서 이제는 십대 후반 이십 대에 들어섭니다. 우연히 마시고 있는 물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됩니다. 느끼고 싶어, 그 욕망으로 ‘블루’를 마시지 않습니다. 차츰 이성에 대한 갈망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한 이성에 대한 경쟁도 생깁니다. 리처드가 자기네를 속이고 있다는 것에 반발이 생기고 탑승객이 된 이 30명은 자신의 인생도 없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소위 ‘나도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솟아오릅니다. 그래서 의견충돌, 반항과 다툼과 나아가 반역이 일어납니다. 결국 리처드는 희생되고 우주선 안은 혼란에 빠집니다. 두 팀으로 분열되어 싸웁니다. 감정이 폭발하니 걷잡을 수 없게 흔들립니다.
무엇보다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이제는 살기 위해 왔다 갔다 합니다. 힘이 있는 쪽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생존본능이라 할 수 있지요. 달리 피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긴박감과 불안, 공포를 야기합니다. 자연히 권력을 가진 자가 우세합니다. 세상이 그렇지만 물론 꼭 그렇게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머리 쓰기에 달려있고 뜻밖의 우연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일단 리더가 사라지면 힘을 쓰던 조직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다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한번 감정의 폭풍을 지나자 깨닫는 바가 생깁니다. 평온을 찾아 재정비가 이루어집니다.
제한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과연 사람의 본성은 선일까요, 악일까요? 그리고 그것이 생존과 연결될 때 제대로 작용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지요?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본능적 욕구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선과 악은 구별될 것입니다. 인간은 얼마나 통제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훈련만으로 가능할까요? 그리고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만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보이저스’(Voyagers)를 보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첫댓글
즐겁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을 빕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