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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공격과 레이더 시설 파괴 등 신속 타격을 위한 공군의 옵션
공중발사 탄도미사일 ALBM
2024년 4월 19일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직접 공격한 이란에 대한 보복에 나서 이란의 S-3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등 일부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이스라엘이 록스나 램페이지 같은 공대지 탄도미사일(ALBM)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LBM은 이스라엘에 앞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도 사용하고 있다. 신속한 표적 제압에 사용이 가능한 ALBM이란 무엇이며, 어떤 나라들이 개발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최현호 밀리돔 대표/군사컬럼니스트
ALBM의 대표명사가 된 러시아의 킨잘
1. 공중발사 탄도미사일
중국의 DF-17 같은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연장이 쉽지 않다
탄도미사일은 탄도 운동에 따라 포물선을 그리며 비행하는 미사일이다. 일반적으로 지상의 차량이나 사일로 또는 수중의 잠수함에서 발사되지만, 전투기나 폭격기를 이용하여 발사되기도 한다.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하려는 시도는 1950년대부터 있었지만,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몇 가지 공중발사 탄도미사일(ALBM) 체계가 개발되고 있다.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하는 것은 탑재 항공기의 탑재 능력에 제약을 받는다. 탑재 항공기가 대형 수송기나 폭격기라면 대형의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지만, 비교적 소형인 전투기라면 사거리 짧은 소형 단거리 미사일로 한정된다.
제약에도 불구하고 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하려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순항미사일보다 빠른 속도를 이용한 신속 타격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은 저고도로 비행하여 요격 가능성을 낮출 수 있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이동식 대공방어 시스템과 이동식 탄도미사일을 포함하여 시간에 민감한 표적을 발견 후 신속하게 타격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지상이나 수중과 달리 탄도미사일 발사 지역에 제약이 없다. 지상은 중량 등의 문제로 발사 가능 지역에 제한이 있고, 잠수함은 대부분 전략탄도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어 전술 표적을 상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항공기에 탑재하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다양한 방향에서 목표를 공격할 수 있다.
2. ALBM을 위한 초기 노력들
더미 GAM-87 스카이볼트 ALBM 네 발을 탑재한 영국의 벌컨 폭격기
ALBM 개발은 냉전 초기 미 공군에서 대형 폭격기 전력의 유용성과 생존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연구되었다. 연구가 시작된 1950년대 초기에는 아직 사거리 5,5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폭격기에 미사일을 탑재하여 소련의 대공 방어 미사일과 요격 항공기의 범위 밖에서 공격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연구된 초기 ALBM 구상은 B-47 스트라토제트 폭격기에서 운용하기 위해 마틴 에어크래프트가 개발한 WS-199B 볼드 오리온(Bold Orion), B-58 허슬러 폭격기에 탑재하기 위해 록히드와 제너럴 다이나믹스의 컨베어 사업부가 공동으로 고안한 WS-199C 하이 버고(High Virgo) 그리고 미 공군의 B-52 스트라토 포트리스 폭격기와 영국 공군의 아브로 벌컨 폭격기에서 운용하기 위해 개발한 GAM-87 스카이볼트(Skybolt)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미 공군은 수송기에서 투하되는 탄도미사일 표적을 사용하여 미사일 요격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잠시 주춤하다가 1974년 10월 태평양의 20,000 피트 상공에서 미 공군 C-5A 갤럭시 수송기에서 LGM-30 미니트맨 1b ICBM을 공중 발사하는 ‘공중 이동성 실험‘을 했다. 이 시험을 통해 ICBM을 공중에서 발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기술적 문제 등으로 인해 실전 배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현재, 미국은 당시 시험된 개념을 이용하여 태평양 지역에서 실시되는 탄도미사일 요격 시험에 필요한 탄도미사일 표적을 C-17 글로벌마스터III 수송기를 이용하여 공중에서 투하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미 공군의 폭격기나 수송기를 사용한 ALBM 계획은 전략 핵무기를 위한 개념이었지만, 전투기에 전술 탄도미사일을 탑재하려는 계획도 있었다. 1980년대 초반, 미 국방부는 의회의 압력 속에 육해공군이 함께 진행하는 합동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했다. 이 시기에 나온 대표적인 합동 프로그램으로 E-8C 합동 감시 표적 공격 레이더 시스템(JSTARS)이 있다.
미 공군이 참여를 거부한 JTACMS 모형
이 당시 미 국방부에 의해 미 육군은 차량에서 미 공군은 전투기에서 운용할 동일한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계획이 추진되었다. 1981년 미 국방부는 유사한 미사일의 중복 개발을 막기 위해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의 어설트 브레이커(Assault Breaker)와 미 공군의 재래식 스탠드오프 무기(CSW) 계획을 통합할 것을 지시했다.
새로운 무기는 합동 전술 미사일 시스템(JTACMS)으로 명명되었지만, 미 공군은 공중 발사 탄도 미사일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다. 결국 1984년 미 공군이 참여하지 않기로 했고, 미사일은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ATACMS)으로 재지정되었다.
미국은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는 폭격기, 수송기 그리고 전투기에서 운용하는 ALBM이 없지만,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ALBM 개발에 나섰다.
3. 현재 ALBM 현황
1) 러시아
러시아가 1980년대 운용한 Kh-15 ALBM
구소련은 1970년대 초반 Tu-22M 등 폭격기에서 운용할 공대지 탄도미사일 Kh-15 나토 분류명 AS-16 킥백(Kickback)을 개발했다.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 탑재가 가능했고, 1980년부터 운용을 시작했다. Kh-15는 폭격기에 실려 고도 40,000미터까지 상승한 뒤 분리되어 표적을 향해 날아간다.
Kh-15는 길이 4.78m, 직경 45.5cm, 중량 1,200kg, 탄두 중량 150kg, 최고 비행속도 마하 5, 사거리는 300km 정도였다. 유도는 관성항법과 능동레이더 유도 또는 적 레이더 신호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Kh-15는 냉전 종식 이후 퇴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러시아가 운용하는 ALBM은 나토 분류명 AS-24 킬조이(Killjoy)인 Kh-47M2 킨잘(Kinzhal)이 있다. 킨잘은 2018년 3월 푸틴 대통령이 직접 공개한 여섯 가지 신무기 중 하나다. 킨잘은 푸틴 대통령이 공개하기 전인 2017년 12월부터 공식 운용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MiG-31에 탑재된 킨잘 ALBM
킨잘의 외형은 9K270 이스칸데드(Iskander) 탄도미사일과 유사하지만, 유도부와 미사일 후미가 다르다. 제원은 길이 약 7.2m, 직경 1.2m, 중량 4,300kg, 탄두 중량 480kg, 최대속도 마하 10, 최대 사거리는 약 2,000km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길이 7.3m, 직경 0.92m, 중량 3,800kg, 탄두 중량 480~700kg, 최대사거리 500km의 제원을 지녔다.
탄두는 재래식과 100~500kt 위력의 핵탄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탑재 항공기로는 Tu-22M3 폭격기, MiG-31 요격기 그리고 Su-34 전폭기가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목표를 향해 여러 차례 발사했으며,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패트리어트 시스템에 의해 요격되기도 했다.
2) 중국
DF-21에서 파생된 중국의 CH-AS-X-13 ALBM
다양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는 중국도 ALBM을 운용하고 있다. 중국이 ALBM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은 2016년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당시 보도에 의하면, 중국의 창펑 기계 및 전자 기술 아카데미가 H-6K 폭격기에 탑재할 ALBM을 개발하고 있지만 자세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이 실제로 ALBM을 개발했다는 것은 2018년 3월, 로버트 애슐리 국방정보국 국장이 중국이 두 가지 새로운 ALBM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이때 언급된 ALBM 중 하나는 미국이 CH-AS-X-13이라 명명한 것으로 DF-21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의 파생형이며 사거리는 3,000km로 추정되었다. 2020년부터 중국 SNS 등에 올라온 사진을 통해 H-6N 폭격기 동체 아래 한 발이 탑재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2020년 10월에는 H-6N 폭격기가 DF-17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신형 ALBM을 달고 착륙 중인 모습이 중국 SNS에 올라왔다. 2024년 3월에는 형식명이 알려지지 않은 신형 ALBM을 탑재한 H-6N 폭격기 사진이 중국 SNS에 올라왔다. 어떤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것인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CM-401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목격된 대형 ALBM은 주로 미 해군 항공모함 타격 그룹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위한 대함미사일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H-6 폭격기에 러시아의 킨잘과 유사한 단거리 ALBM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1월, 중국에서 열린 에어쇼 차이나 2022에 H-6K 폭격기의 양 주익 아래 탑재된 신형 ALBM이 공개되었다. 공개된 미사일 동체에는 2PZD-21이라고 적혀있었지만, KD-21 또는 YJ-21로 불린다. 2024년 5월 초에는 중국군이 H-6K 폭격기에서 발사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3) 이스라엘
이스라엘 IAI의 스카이 스나이퍼
이스라엘은 전투기에 탑재하는 ALBM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것은 IAI의 스카이 스나이퍼(SkySniper)와 램페이지(Rampage) 그리고 라파엘의 락스(ROCKS)가 있다. IAI 산하 IMI MLM이 개발한 스카이 스나이퍼는 2016년 처음 알려졌다. 엑스트라(EXTRA) 로켓의 공대지 파생형으로 알려져 있으며, 길이 3.97m, 직경 30.6cm, 발사중량 450kg, 탄두 중량 125kg, 사거리 130km의 제원을 가진다.
이란 공격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IAI의 램페이지
2018년 처음 공개된 램페이지는 개발 초기에는 MARS(Multi-purpose, Air-launched Rocket System)로 알려졌었다. 길이 4.7m, 직경 30.6cm, 발사중량 570kg이며, 유도는 GPS/INS를 채택했다. 최근 인도가 램페이지를 도입하여 Su-30MKI와 MiG-29K 전투기에서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 스패로우 공중발사 표적 부스터를 이용한 라파엘의 록스
라파엘이 개발한 록스는 이스라엘이 탄도미사일 요격 시험 표적으로 사용하는 스피어 계열 표적탄 가운데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모사한 길이 6.51m, 중량 1,900kg이며 재돌입체(탄두부)가 분리되는 블루 스패로우의 부스터에 팝아이(Popeye)와 스파이스(SPICE) 공대지 무기에 사용된 기술을 사용한 유도 및 탄두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GPS/INS 유도 외에 적의 레이더파를 추적하는 대방사(Anti-Radiation)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은 2024년 4월 19일 본토를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을 공격할 당시 ALBM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다음 날 이라크에서 록스에 사용된 부스터로 보이는 물체가 발견되면서 록스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램페이지가 사용되었다고 보도했다.
4) 튀르키예
아큰지 무인기 주익에 장착된 UAV-230 ALBM
자국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는 튀르키예도 ALBM을 개발했다. 로케산이 개발한 UAV-230은 지상발사형 다연장로켓인 TRG-230의 공대지 버전으로 개발되었으며, 개발 초기에는 İHA-230로 불렸다.
다른 나라들이 전투기나 폭격기를 발사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튀르키예는 아큰지(Akinci), 악숭구르(Aksungur), 또는 크질레마(Kizilelma) 같은 대형 무인기를 발사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다. 유도는 GPS/INS 방식이며, 제원은 길이 3.4m, 직경 230mm, 발사 중량 225kg, 탄두 중량 42kg이며 사거리는 발사 고도와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150km 이상으로 알려졌다.
5) 이란
2020년 5월 공개된 파제르-4 ALBM
다양한 로켓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이란도 ALBM을 개발했다. 2020년 5월 이란혁명수비대 공군은 Su-22 공격기에서 분리되는 파제르(Fajr)-4라는 이름의 ALBM을 공개했다. 파제르-4와 파제르-4CL이라는 두 가지 변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2023년 12월 전시회에서 공개된 아르만 ALBM
2023년 12월에는 혁명수비대 항공우주 전시회에서 다양한 무장과 함께 아르만(Arman)이라 적힌 전투기에서 운용이 가능한 ALBM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무장을 장착하는 기체로 Su-22 전폭기가 전시되었지만, 다른 전투기에도 운용이 가능한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르만 ALBM은 이란이 개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이용하여 개발한 것으로 보이나,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6) 인도
DEFEXPO 2023에 전시된 루드람-2 ALBM
인도는 이스라엘에서 램페이지와 록스 ALBM을 수입했지만, 자체 개발도 하고 있다. 인도 국방연구기구(DRDO)는 2010년대 말부터 루드람(RudraM)-II라는 자국산 ALBM 개발을 시작했다.
공중발사 대방사 미사일(ARM)인 루드람-1에 이어 개발된 루드람-2는 2021년 7월 처음 모습이 공개되었다. 공개 당시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탄두 중량은 200kg, 비행속도 마하 4, 사거리 350km였다. 운용 기체는 Su-30MKI, 테자스 MK2 등 전투기가 될 예정이다. 이 당시 DRDO는 루드람-2보다 무게가 두 배 더 나가고 사정거리는 600km에 이르는 루드람-3 ALBM도 개발하고 있음을 알렸다.
ARM 임무용과 지상 공격 임무용 버전이 있는 루드람-2 ALBM
2023년 7월 DRDO는 루드람-II의 시험 발사가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루드람-2가 적외선 이미지(IIR) 시커와 적의 레이더 주파수를 탐지하는 수동 탐색기를 갖춘 대방사 미사일이라는 것도 밝혔다. 또한 IIR 시커만 사용한 지상공격용 버전도 확인되었다.
이상으로 점차 개발국이 늘어나고 있는 ALBM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위에 소개한 내용들에서 보듯이 ALBM은 탄도곡선을 그리는 것만 유사할 뿐, 개발의 모체나 임무 등은 다양하다. 소개한 국가들 가운데 중국이나 이란의 경우 북한과 군사적으로 밀착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을 지원할 가능성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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