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세월 4
2021. 1. 금계
지난해(2020년)에는 유난히 장마가 길었다. 코로나에다가 긴 장마까지 사람들을 더 힘들게 했다.
항아리나 도구통(절구통)이나 요즘 아파트에는 조금 부담스런 품목들. 나는 자전거로 삼학도 갈 때마다 꼭 이 길을 지나치는데 항아리를 볼 때마다 60년이라는 저 세월의 장막 너머 추운 겨울밤 입이 궁금해질 무렵 땅에 묻은 항아리 뚜껑을 열고 어머니가 꺼내오신 동치미 무 조각을 식구대로 우적우적 깨물던 추억이 떠오른다. 이가 시리게 시원하고 아삭거리던 그 동치미 맛을 나는 저승에 가서도 잊지 못하리라.
질긴 생명력으로 도롯가 담장 구석에 뿌리를 내리고 강아지 꼬리처럼 부얼부얼한 저 풀을 볼 때마다 소년 시절 시냇물에서 피라미 미꾸라지 잡던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잡은 피라미나 미꾸라지는 강아지풀을 쑥 뽑아 거기에 꿰었다. “너 어부 될래, 어부?” 꿰미를 들고 들어갈 적마다 어머니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흘겨보았다. 급류에 고무신 한 짝을 떠내려 보내고 한 짝만 신고 터덜터덜 돌아갔을 적에는, “하이고, 내가 못 살아.” 길게 탄식하던 어머니. 어메! 잘못했소. 내가 잘못한 게 어디 한두 가지요? 어메! 그립소. 돌아가신 지 한 해도 안 지났는데 벌써 어메가 사무치게 그립소.
긴 장마가 그치고 해가 떴다. 짙푸른 하늘이 반갑기 그지없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아마도 저 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는 것처럼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릴 것이다.
뭉게구름, 너 본 지 오래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황사. 우리가 저 푸른 하늘을 우러르는 기쁨도 얼마 남지 않았는지 모른다.
“아자씨, 저 그물로 뭐 잡는다요?”
“갈치, 조기, 뭐 이것저것 다 잡는데 배 뒤에 그물을 친다고 ‘뒤치기’라고 해요. 옆에다 치면 ‘옆치기’고.”
목포공고 쇠 울타리를 감고 올라가는 앙증맞은 덩굴식물의 이름을 몰라 전남들꽃연구회장 김진수 선생한테 사진을 보냈더니 ‘계요등’이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파리를 비벼서 냄새를 맡아보면 닭오줌냄새가 나서 구린내나무라고도 한단다. 중국에서는 닭똥나무라고 한단다. 조류는 똥오줌 한 곳으로 싼단다. 맞춤법도 사실은 ‘계요등’보다 ‘계뇨등’이 맞다고. 나무로 분류했는데 풀에 가깝다고.
꽃 모양이 너무나 예쁘다. 작아서 그렇지 깜찍하고 신기한 식물이다.
남해 배수장. 백로와 왜가리들이 한쪽을 바라보고 있다. 조회시간인가. 교장 선생님 말씀일까.
우리 마나님 탄신일, 광주 사는 둘째네 식구와 일산 사는 셋째네 식구들이 왔다. 둘째네 아이들은 집에서 키우던 앵무새까지 데리고 왔다.
천사대교를 넘어 나들이. 요즘은 핵가족이라 구성원이 적어서 그런지 서로 애틋하고 정이 뚝뚝 떨어지는 분위기.
이 집 식구들도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여 할아비를 너무나 기쁘게 한다.
모처럼의 나들이인데 날씨가 머시기하여 좀 거시기했다.
신안군 압해도 김환기 화백 생가 방문.
김환기 화백 생가 대문 앞에서
손자 손녀들과 즐거운 한때. 늙지 않으면 어찌 이런 행복감을 맛볼 수 있으리오. 무럭무럭 자라거라,
아가들아! 나는 늙어서 눈물이 나지만 너희들은 눈부시구나!
누가 가을 하늘에다 이토록 공교로운 솜씨로 붓질을 해놓았을까.
삼학도 해안. 어선들의 휘황한 등불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어.
아니나 다를까 조기잡이 배들이 들어왔다. 숱하게 모인 아낙들이 그물에 엉킨 조기들을 뜯어내느라 정신없다.
올해도 조기 풍년이 들란갑다.
아침 안개에 휩싸인 유달산이 신비롭다.
유달산을 배경으로 목포 항구가 아침 햇살에 환히 빛난다.
깜찍하게 예쁜 꽃을 피워냈던 목포공고 담장의 ‘계요등’이 어느덧 풍성한 열매를 매달았다.
사람만 백발이 되는 줄 알았더니 세월이 흐르니 강아지풀도 머리가 허옇게 세었다.
나주 금성산 산발치의 선산 배롱나무. 이번 추석 성묘는 대가족이 모이지 않기로 했다. 따로따로 시간 나는 대로.
아이러니하게 목포역에도 마스크를 쓰고, [이동을 자제]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동을 자주 해야 수지가 맞는 곳인데.
2020. 9월 말 목포 – 제주 취항을 앞둔 27000톤급 초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 호가 삼학도 해안에 대기 중.
요트 계류장. 멀리 목포 여객선 터미널.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어!
새벽 자전거를 타다가 해직 동지 문 선생의 전화를 받았다. 벌써 몇십 년 전에 그한테. “앞으로 자네가 자정 너머 불러도 빤쓰만 입고 달려가겠네.”라고 약조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복어집으로 가서 함께 아침을 먹고 소주를 마시고 입가심으로 비싼 냉커피까지 마셨다.
동행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가을 대운동회
유달산 – 고하도 해상 케이블카
목포 남항은 아직 개발 초기의 작은 포구다. 시에서는 쓰레기 나뒹구는 항구 배후지에 넓은 꽃밭을 가꾸어 코로나에 지친 시민들의 심신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고자 했다.
목포 남항 언저리. 백일홍과 코스모스.
삼학도 카누 체험장 - 여름에는 꽃양귀비가 만발했던 곳이 가을엔 해바라기로 뒤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