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년 8 월 20 일 금요일 맑음
아직도 뜨거운게 흠이지만
지리한 장마뒤에 모처럼 눈부신 날씨이다.

애태우며 미뤄두었던 밀을 털기로 하였다.

파쇄기와 콩 탈곡기를 보호하기 위해
집을 만들어 놓으면 편리하다.

쓰고싶을때 아무때나 편리하기 그지없다.

밀터는 거푸집을 다 만들때까지
재홍이가 보이지 않는다.
함께 살면서도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처럼
갑자기 없어진 재홍이를 애타게 기다리는데

오늘따라 무심한 상사화는 요염하기 그지없다.

뒤늦게 뒷산에서 내려오는 숨이 가쁜 재홍이의 손엔
놀래서 헐떡이는 다람쥐 한마리가 잡혀있었다.

유난히 쌩쌩해 보이더라니
나무에서 떨어져 재홍이 손에 잡히자마자
무려 재홍이 손을 다섯군데나 물어뜯은 모양이다.
평소에도 열심히 일하다가 다람쥐만 보이면
형아를 함께 불러 한사코 쫓아다니는 녀석이라
바쁜 일을 팽개치고 다람쥐 포획에 성공했으니
화도 낼수 없게 되었다.
저번 겨울에 천신만고 끝에
다람쥐 두마리를 생포하여
인터넷 쇼핑으로 다람쥐 집도 사고
죄없는 새까지 잡아다 먹이로 바치며
아까운 잣을 비롯하여 해바라기 씨등
온갖 좋은것만을 먹이며 애지중지 기르며 좋아했는데
한마리는 재현이의 부주의로 놓쳐버리고
남은 한마리마저 참으로 어이없게도
뱀과 싸워서도 지지 않는 날쌘돌이 다람쥐가
악마성을 가진 쥐에게 하룻밤새 통째로 먹히우고 말았었다.
그러니 날카로운 이빨로 다섯군데나 물리고서도
악착같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람쥐 포획에 성공한 재홍이에게
어찌 직무태만죄를 물을수 있을 것인가 ?
아껴둔 잣송이 일곱뭉치를
한꺼번에 집어넣어 주고
다람쥐가 좋아하는 작은 곤충들을
열심히 잡아다 지극 공양 할것이다...^^

딱 하루가 늦어 장마를 만나는 바람에
올해도 털어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되어

돌담가에 세워둔 밀을 다람쥐가 신나게 훔쳐갔으니
재홍이에게 한마리 넘겨주어도 억울할게 없을 것이다...^^

기계의 편리를 유지하려면
관리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작년 가을 콩을 다 털고 보관할때에도
전부 다 분해하여 깨끗이 손질해 두었었고
이제 다시 쓸때에도 컴프레샤로 깨끗이 털고

세척용 윤활유로 사전 손질에 신경쓴다.

컴프레샤도 집을 만들어 놓으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밀을 털어야 되니 타공판도 작은 구멍으로 교체해야 한다.

몇년전부터 기술적인 일들은 재홍이의 몫이 되었다.

재주많은 재홍이는 본인이 마음 먹으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할수 있는 녀석이다.
제법 어렵다는 전기 배선도
전문 기술자보다 시간은 좀더 걸리지만
완벽하게 해낼수 있다.
풀천지의 모든 골치아픈 일을
거뜬하게 해낼수 있으니
풀천지 해결사의 닉네임을 자랑하게 되었다.

든든한 아들이 둘이나 있으니
풀천지는 자연스레 논네가 된다.
원래 5 대가 함께 모여사는 옛날 농부님들은
50 이 넘으면 일을 하지 않았다 한다...^^

밀털기 가내 수공업 공장이 시작되었다.

풀향기 아내가 탈곡기에 밀을 집어넣으면

통밀은 자동으로 자루로 들어가고
통풍기로 부서져 나온 밀대들은 쌓이기 전에 재현이가 처리하고

미처 처리 안된 찌꺼기들은 풀천지가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풀천지가 조금만 소홀히 하면
통밀 자루에 밀 찌꺼기가 가득 쌓이게 되기 때문이다.

밀을 부지런히 날라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틈틈이 사진도 찍어대는 재홍이 몫이다.
이런저런 농사일을 하여보면
넷이만 모이면 모든 일이 가능해진다.

뒤늦은 무더위에 지쳐갈 무렵

시원한 등목과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시원한 행복을 즐거이 달래기로 하였다.

아빠가 장난쳐서 속옷이 젖었다며 엄마에게 이르고 있다.
어렸을땐 애기영감 이어서 어린냥 한번 제대로 못하더니...^^

여성 호르몬이 많은 재현이는 엄마랑 샤워 하고
못말리는 아빠와 개구쟁이 재홍이는 즐거운 등복 놀이로 ㅜ
낄낄 거리며 서로의 속옷을 충분히 적셔준다...^^

무더위에 땀흘리다 가족과 함께 나누는
시원한 맥주 한잔 만큼
행복한 순간이 어디 있을까 ?

올여름은 너무도 잘 지어진
시원한 쉼터 마루 덕분에
어찌나 행복하고 더 즐거운지 모른다...^^

여름날 제일 맛있는게 무어냐고 물어보면
서슴없이 풀천지 찰옥수수라고 소리지를 것이다.
옥수수도 완전히 영글어야 제 맛이 난다.
우리네 인생도 원숙해 갈수록 제 멋이 날것이다.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내일까지 하게 생겼다.

가만히 앉아서 노는것처럼 일하는 풀천지가
얼마나 힘든지 모를 것이다.
밀 찌꺼기들이 구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손놀림은 번개처럼 빨라야 하고
쳐다보는 고개는 쑤시기만 하고
밀까시래기는 온몸을 따갑게 쑤시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풀천지가 제일 편한줄 알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들이 요령이 쌓이고
전혀 힘들지 않고 즐거운 놀이가 되어간다.

맥주 한잔에 얼굴이 벌겋게 기분이 좋다.

가족이 함께 일을 하면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서로 도와주는 기쁨이 있다.

우리밀 농사가 사라진지 오래인데
쌀값도 자꾸만 떨어져 간다.

우리나라는 반드시 주곡 농사를 지켜야 한다.
모든 산야의 비닐을 걷어내고
밀 보리를 다시 심어 천년의 평화를 다시 시작하자.

유기농의 기본은 창의와 궁리이다.

효율에만 쫓기어 작은것을 무시말고

알뜰 살뜰 소박함을 가꾸어 가자.
하루종일 탈곡기의 소음이 아쉬웠지만
수북히 쌓여가는 밀을 털며
큰 돈벌이는 아니었지만
작은 행복에 한없이 즐거울수 있었다.
첫댓글 풀천지님 인사드립니다. 매일 들어와 놀다 가서 어느덧 낮설지 않은 너무 익숙한 놀이터가 되었답니다.
제가 옥수수를 정말 좋아나는데 옥수수가 너무 맛있게 보여 혹 구입할 수 있을까요?
옛날 법전 큰집에서 먹던 바로 그 옥수수 !!! 좋은 것 골라 숨겨놓았다가 담날 쉬어서 버렸던 추억속의 옥수수입니다
모처럼 반가운 말씀 주셨는데 아쉬웁게 되었군요.
지금은 오손도손 정겨이 모여 도란도란 나누는 양밖에 없답니다.
내년에 미리 일찍 말씀 주시면 제일 먼저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늦었군요. 많은 아쉬움을 전하며 내년을 기대하겠습니다.
9월 30일 농협중앙회에서 선생님의 강의 일정있으시던데 혹 참여할수 있는지요?
올 여름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풀천지의 쫀득한 찰옥수수 맛을
화봉님에게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운 마음 가득입니다.
그날 저녁 7 시 20 분까지 찾아오시어
풀천지를 찾으시면 될것입니다.
따뜻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화봉님도 저처럼 매일 들어와 놀다 가시는군요.^^ 옥수수가 그렇게 맛있었나보죠? 전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달걀찜이 그립습니다. 옛날 선조들이 자손을 많이 나은 이유가 있는 것 같군요.
옥수수도 그렇고 달걀찜도 그렇고
가슴 따뜻한 추억의 맛들이겠지요.
두분의 고운 마음이 푸르게 빛나가는 것을 느껴봅니다.
풀천지를 더욱 좋아하는 것은 대문을 활짝 열어두셨다는 것도 이유입니다.
카페마다 접근을 차단해 놓아 딩동 벨 누르고 들어가는 기분인데
풀천지는 삽작밀고 삐꼼 들어가는 기분을 누릴 수 있어 날마다 정답답니다.
맞습니다. 문을 활짝 열어두시고 누구든지 방문하여 쉬어갈 수 있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풀천지가 더욱 성하고 새로운 농촌의 모델이 되는 것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드디어 밀을 터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산야의 비닐이 없어지고 보리,밀이 누렇게 익어가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저도 한몫을 하려고 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농사 지으면 하늘이 도와주실 것일세.
자네가 부탁한 밀은 바로 보내드릴 것이네.
몸에 좋은 우리밀로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시게.
"우리나라는 반드시 주곡 농사를 지켜야 한다.
모든 산야의 비닐을 걷어내고
밀 보리를 다시 심어 천년의 평화를 다시 시작하자" 이 말씀에 절대 공감합니다.
고맙습니다.
실천에 옮겨야 할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