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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할머니의 삶 통째로 바꾼 제주해군기지 "그래도 평화다"
2016 강정평화컨퍼런스 개막...평화의 섬 제주-강정생명평화마을 함께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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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강정평화컨퍼런스 '이야기마당'에서 마이크를 잡은 강정마을 주민 고병연씨. 84년을 강정마을에서만 살았다. ⓒ 제주의소리 |
“아이구, 뭐랜 고를 줄도 모르는 사람인디...”
(아이구, 뭐라고 말 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대중 앞에 선 여든넷의 할머니가 손사래를 치다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이 날의 주인공은 고병연씨. 강정에서 태어나 이 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결혼도 이 마을에서 했다.
“가만히 내가 생각해 볼 때는 우리 강정에서 태어나길 너무나도 잘했어. 참 행복스럽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지”
그러나 2007년부터 강정마을에 추진된 제주해군기지는 자신과 가족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생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이 놈의 해군기지가 들어와서 세상이 뒤바뀌어버려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지. 우리 아들이 잘난 아들은 아니지만 어떻게 어떻게 마을회장이 됐고, 그 7년 동안을 남한테 천대를 받으면서 살아왔어. 밤에 집에 아들이 없으면 사방을 다 돌아다니면서 아들 뒤를 쫓아다녔어. 누가 아들을 죽여버릴까 봐서”
고씨의 아들은 해군기지 건설 시작 이후 2013년 말까지 마을회장을 맡아 반대운동을 이끈 강동균씨. 아들이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모든 걸 걸면서부터 그녀의 삶은 급속도로 힘겨워졌다.
“이렇게 살기 좋은 마을에 이렇게 허무한 일이 닥치니 너무도 억울하고 눈물이 안 날수가 없어. 특히 구럼비 바위에서 나오는 할망물을 떠다가 제를 지내곤 했었는데...지금은 강정에서 사는 게 후회가 돼.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마을에 결혼해 가서 살았을텐데(웃음)”
강당 안에 묘한 침묵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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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마을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에서 열린 2016 강정평화컨퍼런스 개막식. 임문철 신부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진정한 가치 강정서 찾는다
고씨가 무대에 선 이유는 2016 강정평화컨퍼런스 때문. 2일 오후 시작된 이번 컨퍼런스의 첫 순서로 마련된 ‘이야기 마당’의 주인공이 그였다. ‘강정마을의 어제와 오늘, 내일’이라는 주제로 지속가능한 강정의 미래, 주민이 주체가 되는 마을만들기를 모색해보자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는 지향점과 공동체 파괴로 고통을 겪고있는 강정마을주민들의 삶은 동떨어질 수 없는 일. 세계의 석학, 평화활동가들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연단에 오를 수 있는 이유다.
2014년 시작돼 올해가 세 번째인 강정평화컨퍼런스는 신학과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평화의 참의미를 연구하고 진정한 의미의 평화로 향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천주교 제주교구,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 예수회 한국관구가 주최하고 있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한복판이자 이 섬 어느 지역보다 ‘일상의 평화’에 위협을 받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열리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강정생명평화마을 만들기’라는 항해를 향한 하나의 축이기도 하다.
임문철 화북성당 신부는 2일 오후 강정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강정평화컨퍼런스는 강정의 평화 의지를 전세계에 알리고, 좀 더 깊은 의미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함께 찾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올해 컨퍼런스를 통해 강정마을을 어떻게 가꿔나갈 것인지, 또 강정이 어떻게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인지 더 큰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퍼런스는 4일까지 이어진다. 각종 토론과 워크숍, 평화교육과 퍼포먼스를 통해 군사주의와 폭력의 방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화의 가치에 대해 논하고 ‘평화의 섬 제주’의 실현을 꿈꾸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맺는 장이다.
일본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장이자 조치대 교수인 마쯔노부 이치로 신부, 미국 듀크대 신학교 동북아시아 선임연구원이자 동북아시아화해포럼 책임자인 크리스 라이스 박사 등 세계 각지의 저명인사들이 찾아와 제주와 세계의 평화를 논한다.
문의=02-3276-7709, 010-2713-9719.
▲ 제주 강정마을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열린 2016 강정평화컨퍼런스 개막식. ⓒ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