追憶(추억)에서 68/박재삼
어머니는 모래뜸질로
남향 십리 밖 沙登里(사등리)에 가시고
아버지는 魚物到付(어물도부)로
북향 십리 밖 龍峙里(용치리)에 가시고
여름 해 길다.
문득
낮닭 울음소리 멀리 불기둥 오르고
피 듣는 맨드라미 뜰 안에 피어,
내 귀를 찢는다
내 눈을 찌른다.
오히려 物情(물정) 없는 나이로도
십리 밖 칼끝 같은 세상을
짚어 짚어 앓았더니라.
===[박재삼詩 100選, 박재삼문학관운영위원회]===
오늘도 안개비가 부슬부슬 옵니다.
어머니가 가셨다는 삼천포 사등리는 사천시 사등동으로 지명이 변경되었더군요.
아버지가 가셨다는 용현면 용치리는 아직도 변함이 없는 것으로 심심산골인가 봅니다.
도부는 국어사전에 "상인이 물건을 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팖"이라고 설명합니다.
아버지는 어물을 지게에 지고 장사를 하신 것 같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장사를 나가신 집에는
아무도 없고 낮닭만이 울어대는 소리가
얼마나 슬프면 귀를 찢는다고 했을까......
사등리(사등동)와 용치리 그리고 일본에서 태어나 4살 때
어머니의 고향인 삼천포시(사천시) 서금동 72번지로 이사한 집을
구글어스에서 찾아 표시하여 보았습니다.
박재삼 시인님이 어린 시절 사시던 집에서
詩에서 아버지가 가셨다는 용현면 용치리는 북쪽에 있으며,
어머니가 가셨다는 사등리(사등동)은 거의 동쪽에 있더군요.
박재삼 문학관은 어린 시절 살던집에서 남쪽방향으로
직선거리 약150미터 지점에 있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습니다.
옛 시인님의 추억을 되새겨봅니다.
건강하시고 기회 되시면 박재삼 문학관 방문을 권고합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