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비수기인 여름철이라 전세를 쉽게 구할 줄 알았는데 봄철보다 더 어렵네요.”
오는 9월 말 결혼을 앞둔 회사원 박모(30·전주시 효자동)씨는 최근 한 달 동안 신혼 전세집을 알아보려고 백방으로 뛰었으나 물량 자체도 없을 뿐더러 너무 오른 가격에 아직까지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해 울상이다.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의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에도 불구하고 전주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 전세금이 고공행진을 펼치며 매매시장과 역차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내 부동산업계는 이 같은 ‘나홀로 전세값 고공행진’은 소형아파트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 부족한 가운데 올 가을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시민들이 아파트 매매보다 전세시장으로 돌아선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IMF이후 장기불황이 10년 째 이어지면서 가계마다 여유자금이 부족, 중대형 평형 아파트 구매의 여력자체가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소형 아파트 시장의 전통적인 수요층인 30∼40대 사이에서 분양가 상한제 등에 따라 조만간 분양가가 크게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
실수요층이 관망세로 돌아선데다 소형 평형 물량의 품귀현상까지 맞물리면서 올 연말까지 전세값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도내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가정주부 이모(37·전주시)씨는 전세 아파트를 구하려다 아예 매매로 돌아선 경우다.
이씨는 지난달 79㎡(24평)대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다 깜짝 놀랐다. 한달 만에 겨우 나온 서신동 아파트의 매매가는 9천여만원인데 전세가격은 무려 7천만원에 육박했다. 이마저도 다른 임차인 3명과 경쟁이 붙어 부동산사무소에서 하루빨리 계약을 권유했다. 고민끝에 이씨는 같은 가격에 다른 지역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7월말 전주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대부분이 하락세를 보였다.
전주시 호성동 진흥더블파크 1단지 148㎡(45평)은 2억1천500∼2억4천만원 선으로 750만원, 155㎡(47평)은 2억3천500만원∼2억5천만원 선으로 500만원, 109㎡(33평)은 1억5천800∼1억8천만원 선으로 250만원 정도 하락했다.
반면 소형 전세시장은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곧바로 소진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전주시 호성동 LG동아 79㎡(24평)은 500만원 올라 5천800∼7천만원을 형성했고, 삼천동 주공4단지 76㎡(23평)은 6천500∼7천만원 선으로 250만원이 상승하는 등 소형 평형대의 상승이 눈에 띈다.
전주의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올 가을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와 방학을 맞아 이사를 가려는 신규 수요층은 계속 나오는 반면 이들을 받아줄 물량은 적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3∼4년 사이 전북지역의 신규 분양 아파트 가운데 80% 가량이 중대형 평형으로 공급되면서 소형 평형의 물량 부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지역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이 60% 안팎인 반면 전주는 70∼80%에 육박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전주시 효자동,중화산동,인후동 지역의 분양 후 7∼8년 된 30평형대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는 9천만원 안팎인 반면, 전세가는 70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 및 청약가점제 시행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을 하반기 이후로 미루면서 당분간 소형 전세 아파트 시장은 이상현상을 보일 전망이다.
장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