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 밤에 그날 현장을 지켜본 나무들을 생각합니다. 전일빌딩 옥상이 개방되어 처음으로 옛 도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올해 처음으로 해설을 들었는데, 명색 숲해설가로 총탄 박힌 나무들 이야기를 귓등으로 흘릴 수는 없었습니다. 영어로는 히스토릭 트리스라고 하나 본데 우리말로는 마땅한 게 없어 혼자 역사나무라 부르기로 합니다.
1. 느릅나무
오랫만에 광주 돌아왔을 땐 수피에 허연 수액 자국이 있어 한동안 비술이 아닐까 했었습니다. 수세 창창하던 회화나무가 태풍에 횡사한 터라 현재로선 이름값에 제일 걸맞은 나무입니다.
2. 3. 방크스소나무, 독일가문비나무
5월해설사의 설명으로는 옆 건물에서 체포된 시민군들에게 진압군이 너희는 계단도 아까우니 나무 타고 내려가라" 해서 저 두 나무로 내려왔다더군요. 윤상원 열사가 2층 창에서 총에 맞을 만큼 교전을 치렀던 현장이라 나무들 속에 총탄들이 박혀 있을 걸로 본답니다.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피터힌츠 기자가 독일사람인 걸 생각하면 외국산 두 나무가 전혀 생뚱맞지만은 않아보입니다. 다만 둘 다 수세가 빈한하니 장래가 걱정스러울 뿐입니다.
4. 은행나무
몸피도 우람하고 수관도 성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현재는 파파노인처럼 쪼그라진 몰골입니다. 총탄 가득 박힌 몸통을 보호하려는지 비닐과 테이프를 동여놓은 모습이 여간 딱해 보이는 게 아닙니다.
나무의사님들, 함 봐주세요.
5. 회화나무
오월의 산 증인이던 노거수가 볼라벤에 유명을 달리 한 후, 시민단체가 자손목을 기루고 있는 쌈지공원입니다.
착잡한 마음 피에타상이 좀 위로가 될까요?
첫댓글 5월 마지막날 마지막 시간, 42년전 5.18의 아픔을 간직한 나무.....
광주의 그날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