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집 사기에 딱 좋은 기회라니까요. 열차가 개통되면서 오히려 좀 있었던 거품도 빠진 건데 그러네….”
9일 인천시 서구 검암역 인근 S공인중개사 사무소. 중개업소 사장이 열변을 토했지만 고객 반응은 시원찮아 보였다. 사장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한다고 그러니 누가 오를 대로 오른 기존 아파트에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좀 기다렸다 싸게 분양받는 게 좋죠”라며 별 기대를 두지 않았다.
인천공항철도 1단계(인천공항∼김포공항) 구간 개통으로 집값이 대폭 오를 것으로 기대됐던 계양역, 검암역, 운서역 인근지역 집값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라 분양가가 낮아지기만을 기다릴 뿐 전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철도개통 2주째지만 역 인근 아파트값은 오히려 급매물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곳도 있다. 특히 검암역 일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컸지만 개통 이후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서해그랑블 입구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문의가 많았는데 주택법 통과 이후로는 분양쪽으로 수요가 옮겨갔는지 전세만 거래가 되고 있다”며 매매거래가 텅 비어 있는 거래장부까지 내보였다.
이 지역은 검암역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인 검암1지구에 5727가구, 15분 정도 걸리는 2지구에는 4248가구가 들어서 있는 곳으로 검안신도시 발표 이후 32평형이 한때 8000만원이나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철도가 개통된 지금은 예전과는 정반대다. 인근 L공인중개소 대표는 “철도가 개통되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잡고 있던 물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매물이 점점 쌓이고 있다”며 “개통 전보다 3000만원은 기본으로 낮춰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에 나서면 1000만∼2000만원은 조정할 수 있는 ‘매수자 우위시장’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며 “지난 2월에 3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서해그랑블 32평형 로열층이 지금은 3억20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계양역이나 운서역 인근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 계양역과 가장 가까운 귤현아이파크나 신동아아파트는 원래 가격이 낮은 데다 최근 실수요자들의 입질마저 없어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신동아아파트 32평형은 연초보다 1000만∼2000만원가량 싼 2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분양가가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에 매수자들이 이마저도 비싸다고 생각해 아예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아파트 인근의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을 워낙 강하게 규제하니까 지난해 검단신도시 발표때 가격이 오른 이후로는 줄곧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열차개통이 시세에 전혀 영향을 미치고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운서역 앞 금호베스트빌1차 32평형은 3월에 1000만원가량 뛰어 3억1000만원이었지만 열차가 개통되고 난 뒤에는 오히려 3억원으로 떨어졌다.
생활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한 것도 실수요자들이 눈길을 끌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열차역을 나서면 높이 솟은 아파트 옆으로 아직도 빈 공터나 비닐하우스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운서역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인근에 제대로 된 상가조차 없어 한눈에 봐도 개발이 덜 됐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부동산114 이상영 사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오는 9월 이후로 내집 마련을 미루면서 철도개통이라는 강력한 호재도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고 집값 프리미엄이 붙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