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일(목) 저녁 8시
그래도 우리는 떠납니다.
부산 해운대센터
한 책을 끝내고 새로운 책을 시작한다. 보통은 커리큘럼을 짜서 그 순서에 맞추어 책을 읽도록 하지만, 해운대센터에서는 그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허용해 주었다. 녀석들이 선택한 책은 지진과 태풍을 쫓아가는 특별한 여행기, ‘그래도 우리는 떠납니다’(이석진 지음, 생명의말씀사)이다. 아마 앞의 책이 너무 철학적이고 사변적이라 녀석들에게 난해하고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책은 지구 곳곳에서 일어난 재난현장으로 떠나는 구호팀 이야기라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이 책의 첫 장을 나누는 시간이다.
한 번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낸 후라는 그런지 분위기는 약간 칙칙(?)하다. 하지만 당분간 이런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압박(?)을 조금 높이려고 한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지만, 책 요약은 8명이면 8명 거의 대동소이하다. 마치 하나의 글을 가지고 돌아가면서 베낀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구지 지적하거나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책이 시작되었고, 힘든 시간도 한 번 넘겼으니 아닌 것은 아니라고 지적할 때가 되었다. 매번 비슷한 아니 거의 똑같은 내용의 글은 쓰지 말자고 힘주어 말했다.
책 1부를 보면, 말라위로부터 시작해서 필리핀, 이라크, 인도네시아, 아이티와 네팔에 대한 구호 이야기이다. 하지만 녀석들의 글은 주로 필리핀에 대한 내용을 요약했는데 90%이상 동일하다. 더 리얼하게 말하면, 8명의 독후감을 듣는데 7명의 내용이 글자도 틀리지 않고 똑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노골적으로 이 문제를 지적했다. 왜 다 필리핀 이야기 밖에 없고, 거기다가 내용도 거의 비슷하냐고. 녀석들이 웃기만 하고 아무런 대답이 없다. 동의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간절히 부탁했다. 각자 양심껏 책을 읽고, 각자 마음에 와닿는 내용을 요약하자고. 그래야 이 수업을 진행하는 의미가 있다고. 문법이나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자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은 그것을 나의 말로, 생각으로 글로 적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