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는 대상, 귀로 듣는 소리, 코로 맡는 냄새, 혀로 느끼는 맛, 손으로 만져지는 감촉, 머릿속의 분별하는 알음알이로 부처의 참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오직 지혜의 눈이 열릴 때만이 여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제법이 청정하다는 말은 청정함과 더러움을 구분하는 가운데 청정하다는게 아니라, 청정함과 더러움의 구별이 본래 없으므로 있는 그대로가 청정하다는 뜻입니다. 마음이 청정하면 세계가 청정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수많은 모습 또한 내 눈에 비친 모습에 불과합니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업의 렌즈를 벗어버리기만 하면 세상은 그 나름의 차이와 개성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 ‥ 부처님의 말씀은 언제나 중생의 조건과 근기에 맞추어 설해집니다. 수보리와의 문답으로 이루어진 금강경은 그러한 특징이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누군가 '저 사람은 너무 느려' 하고 불평을 하면 '느리다는 것은 본래 없다'고 깨우쳐주고, '저 사람은 너무 빨라서 탈이야' 하면 '빠른 것도 본래 없다'고 일깨웁니다. 부처님은 사람들이 어느 한쪽에 집착하면 바로 그 집착을 부서뜨림으로써 미혹을 깨우쳐주십니다. ‥ ‥법은 인연따라 설해지므로 그 하나하나가 다 진실합니다. 중생의 미망은 제각기 다른 상황과 조건 속에서 일어나므로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서 제각기 다른 그 원인을 해결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런 인연법을 무시하고 문자와 형상에만 집착한다면 부처님 법은 이미 거기에 없습니다. 부처님은 '이것이 진리'라고 주장하지 않고 다만 그 순간에 괴로움의 원인인 집착과 미혹을 부서뜨려 줄 뿐입니다.
[법륜 스님의 금강경 강의. 제이십 이색이상분 중]
한님.
배움터에서 [모심] 과정으로 금강경을 독송하고 매일 한장씩 읽는 시간을 가지는데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모르다가, 조금씩 귀에 익숙한 문구들이 생기고, 부처님과 장로 수보리의 대화에 대략의 맥락을 조금 이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금강경을 읽다보니 수지독송 受持讀誦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되었어요.
문자 뜻으로 보면 '받아서 지니고 읽고 외운다'는 뜻이겠지요.
마음 공부의 방법에는 교학(리)공부를 하고, 명상을 하고, 실천을 하는 것의 세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어요.
수지독송이란 말씀도 비슷한 의미로 들리는데요.
소싯적에는 들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고 지냈던 적이 있어요.
젊은 시절이니 기억력이 지금 보다는 훨씬 좋았으니, 많은 선생님들의 말씀을 귀로 듣고, 책으로 읽어서 머릿속에 저장된 것만으로도 배웠다 착각하고 지냈던 것이지요.
지금은 알아요.
그것은 배운 것이 아니고, 아는 것도 아니다 라는 사실을.
내 몸이 그렇게 살기까지는 어떤 것도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된 지혜입니다.
요즘은 금강경 덕분에 나의 집착과 분별, 판단이라는 미혹을 자주 알아차릴 수 있어 고맙지요.
오늘은 깨어있음의 날이었습니다.
한동안 깨어있음의 날을 제대로 그 뜻에 걸맞게 보내지 않음에 불편한 적이 있었습니다.
왜냐면 대개 일상적으로 못한 살림과 해야할 일을 하면서 그 시간을 보냈거든요.
책을 읽고, 명상을 하고, 산책 정도는 해야 잘 보낸 것처럼 느낀 적도 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상태로 그러한 일을 했는지가 훨씬 본질적이라는 앎이 생겼어요.
오늘은 책도 읽고, 명상도 하고, 살림도 하면서 보냈는데, 그 중심은 책과 명상을 한 것doing이라기 보다 쉼없이 내 안의 청정한 빛being에 의지해서 책도 읽고, 명상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장도 보고, 저녁 준비 등 모든 일들을 마음모아 하려고 연습한 하루였습니다.
배움터 기도문의 한님의 손, 발로 살아보는 연습!
이런 일이 홀로 있을 때는 조금 되는것 같은데, 왜 밖에 나가서는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 들었지요.
저의 경우엔 아직도 많은 감각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있기에, 보는 것, 듣는 것, 느껴지는 것 등에 끄달려 살고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감각 너머의 것에 집중하는 명상을 더욱 착실히 하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네요.
고요한 하루를 지내는 동안 세번의 큰 알아차림이 있었어요.
한번은 설거지하는데 한 생각이 떠오르니 울컥하는 분노의 감정이 훅 올라왔고, 다른 하나는 저녁 식사시간이 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늦어지니 화가 불쑥 났고, 마지막엔 목이 깔깔하고 아픈데 여전히 어리석은 습관을 못버리는 것 같은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첫번째 분노는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잘 흘려 보냈는데, 두번째 화는 습관적으로 먹는 것으로 회피하였어요.
다행히 세번째 목이 아픈 것은, 무엇 때문이라는 이름표를 달지않고 목의 통증에만 집중하니 잠시 왔던 죄책감이 사라지는 것을 맛보았네요.
이렇게 정신 차려 살다가 순간 정신줄을 놓기도 하면서 공부하는 나는 연습생 입니다.
아이돌만 연습생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저도 인생의 연습생으로 살고 있는 중입니다요.
이렇게 살다보면 실전 무대는 죽기 직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며....
고맙습니다.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