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지' 하면 생각나는 것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란 노천명의
싯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녀의 시 '사슴'을 한번 돌아보자.
사슴
노 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국어사전에는 모가지를 목을 속되게 이르는 말, '해고'나 '면직'을 속되게 이르는 말,
곡식의 이삭이 달린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또 목이란 척추동물의 머리와 몸통을 잇는 단면적이 작은 잘록한 부분을 지칭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과 같이 목은 생명과 직결된다. 사자나 호랑이가
먹잇감을 사냥할 때 목을 물어 숨통을 끊어 놓는 것만 봐도 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목숨'은 '목'과 '숨'이 합쳐진 말일까? 사람이나 동물은 목이 있는
기도를 통하여 숨을 쉼으로써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 즉 목을 통하여 숨을 쉬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기준에 의해서 삶과 죽음이 갈라진다고 보는 것이다. 음식은 며칠 굶어도
상관없지만 숨은 단 몇분이라도 그치면 생명을 유지할 수가 없다.
유신시대였던가?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이 한 때 화두에 오른 적이 있다.
시계가 없던 시절 시골에서는 닭 울음 소리를 듣고 새벽이 옴을 알 수 있었다.
닭 모가지를 비틀면 닭은 기도가 막혀 죽는다. 그렇다고 날이 새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어제 신문에는 우리 나라가 커피 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커피 프랜차이즈점이 많다고 하며
지금까지 하루에 4개꼴로 매장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나 같이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마시는 사람까지 치면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량은 엄청날 것이다. 나는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어서
설탕을 빼고 마신다. 설탕을 빼려면 믹서커피 봉다리 뒷쪽을 꼭 누르고서 붓어야 한다.
그리고선 설탕이 남은 빈 봉지는 닭 모가지를 비틀듯이 꼬아서 쓰레기통 속으로 던진다.
한 때 지하 탄광에 매몰되어 믹스커피로 연명한 광부가 있었다. 작년 6월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됏다가 221일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된 고립광부 2명이 차가운 지하갱도에서
비닐을 둘러 추위를 막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으며 작업할 때 가져간 커피믹스를 먹고
견딘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때의 커피믹스는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생명의 만나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