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산꾼이 말한 적이 있었다.
"산을 업수이 여기지 말라."
늘 이 격언을 잊어버리곤 했다.
4월의 산은 영화같았다.
이와이 슌지의 수작 <러브 레터>에서 나카야마 미호는 해가 없는 차가운 눈밭에 서서 그의 연인을 삼킨 어둡고 깊은 산을 향해 외친다.
"오겐키데스카"
어제 눈 덮힌 문복산에서 들은 것도 같다.
한반도 남반부의 3대 강설 지역이라는 경기도 양주군 신산리에서 눈치운 기억밖에 없는 군생활을 마친 나에게 방위라는 누명은 억울하다.
대한민국 군인은 전쟁터에서 죽고, 방위는 쪽팔려서 죽는다는 군 내부의 전설이 사실이라면 아마도 나는 쪽팔려서 죽었을 것이다.
그 시절 생긴 눈에 대한 트라우마가 삼십년 세월을 건너 뛰어 어제 불현듯 나타나기도 했었다.
홋카이도 대학의 저명한 눈학자중의 한 사람인 고바야시 데이사쿠는 눈의 결정은 겨울의 에페메랄(ephemeral),
하루만 피는 꽃으로 명명했다.
그 꽃의 순수 결정체를 볼 수 있었던 1000고지의 문복산행은 허기와 피로와 추위의 삼각 편대에도 불구하고 사람때문에 따뜻했다.
침착, 냉정무사시한 산행대장은 발군이다. 뷔페를 방불케한 점심 또한 우리다웠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이라는 진부한 표현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4월의 어느 하루...
...금세 떠나온 곳이 그리워졌다.
산행대장 신종철, 산행 후대장 박만교
서정목 김동국 김상근 김병호 강정수 하명숙 양경희 윤정미 윤정현 김호진 최화영 민경식
첫댓글 깔끔하네요. 좋은 산, 사람들... 한눈으로 보고갑니다.
아... 큐레이터 윤에게 후기 부탁해놨는데 선방을 날리셨네요. 개인적으로 눈은 싫어하지만 좋은분들과 산행 재미있게 잘 했습니다. 사진은 집에가서 올리겠습니다.
좋은산 좋은 사람들 즐거웠습니다. 빽~ 에도 불만없이 같이 행동한 회원님들 덕에 무사히 잘다녀왔습니다.
아침도 못 먹고 전날 숙취로 비리비리 하게 시작하였으나 그 끝은 오히려 원기왕성하게 마무리 된 정말 멋진 하루였어요.
방사능 비에 대한 부담은 조금 있었지만 깊고 수려한 산속에 푹 파묻혔다 나오니 몸과 마음이 모두 청정해 진것 같네요. 너무 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민선배님 유려한 후기 앞으로도 자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4월의 산, 눈이 만개한 정상, 우리 모두는 킬로만자로의 표범이 되었다, 그리고 산 기슭에선, 굶주린 하이애나가 되어, 순하디 순한 한우를 생으로 곱씹으며, 벌써 다음 산행을 기대하는 눈망울로 ..~~
귀한 설경에 매료되어 피곤도 모르고~눈길에 다소 위험한 산행이지만 유능한 가이도의 인솔로 모두 무사히 잘 다녀와서 감사합니다.
글솜씨 보니 직업을 바쿼야 될 듯
민! 산행도 즐거워겠지만 산행 표현이 더 가슴에 와 닿네~~~
민선배와 러브레터라!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 하이애나가 어울리지.. ㅋㅋ
따뜻한 봄날 . 눈꽃 산행 . 즐거운 표정들 . 정제된 필담 모두가 액자속의 그림입니다.
오겐키데스카 어디서 들어본것 같기도 하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들어 갔으면 더 무게가 있을을 텐디.
ㅎㅎㅎ 후기 쓸라고 들어왔다가 민선배님의 멋진 선빵에 뿌듯하게 나가 떨어졌습니다. ㅋㅋ 생각지도 못한 설산 정상에서의 뷔페~~ 수저 조차도 준비 못한 이 후배는 그저 감동 감격만 했습니다. ㅋㅋ 언제나 멋진 산을 가슴에 품을 수 있게 해주신 산행 대장님 감사드리고~ 역시 효마클과 함께하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한겨울에 못본 눈을 4월에 와서야 보네! 오랜만의 산행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종철아 계획부터 마무리까지 욕봤다.
민 요새 너무 감성적이야
산행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더 멋진 산행 부탁합니다.
오겐끼데스까? 민모님. 진짜 부럽네요. 따라갈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