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놀림 탁월, 매혹적 음색,
아름다운 비음 구사
분명한 어택과 정확한 발음,
진성과 가성 교차의 자연스런 흐름
호흡은 말이나 노래를 할 수 있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특히 노래할 때 매우 중요하다.
노래를 하려면 소리를 다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공기를 얼마만큼 오랫동안 적절하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소리의 질이 달라진다. 호흡량은 소리 구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호흡량은 횡격막이 얼마만큼 팽창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횡격막이 조금 수축하면 호흡량이 적어져 호흡이 짧게 되고 크게 수축하면 호흡량이 많아져 호흡이 깊어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복식호흡 역시 횡격막의 수축을 크게 한 상태에서 호흡을 깊게 해 보다 많은 공기의 양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우렁찬 소리를 구사하는 흑인 가수들의 경우 이처럼 한 번의 호흡으로 많은 양의 공기를 끌어 모아 볼륨감 크고 입체적인 소리를 발산해 낸다.
호흡이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면 혀와 입술은 노래의 디테일을 다양하게 연출하는 매우 중요한 부위다. 입안의 공간을 잘 사용해 소리에서 농익은 맛을 내는 것도 혀의 역할이다.
영국의 록그룹 콜드플레이의 리드보컬 크리스 마틴(39)은 바로 이 호흡과 혀놀림이 탁월한 뮤지션이다.
크리스 마틴은 볼륨감 크고 입체적인 것이 아니라 적시적소에서 잘 활용되는 깔끔하고 뛰어난 타이밍의 호흡방식을 보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혀를 통해 완벽하게 통제된다.
그의 노래가 음역대 변화가 별로 없음에도 지루하지 않고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뛰어난 어택으로 발음 조절을 잘 하는 가운데 다양한 방식으로 강약을 주기 때문이다. 콜드플레이의 명곡 중 하나이자 보컬리스트로서 크리스 마틴의 강점이 잘 드러나고 있는 ‘White Shadow’가 대표적이다.
이 곡을 들어보면 그가 유연한 혀놀림 뿐 아니라 입술의 힘도 매우 센 것을 알 수 있다. 분명한 어택과 좋은(정확한) 발음이 이걸 증명한다. ‘Talk'에서 가성에서 진성으로 극히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도 그만의 강점이자 매력이다.
크리스 마틴은 또한 매력적인 음색까지 지녀 노래를 한층 인상적으로 연출한다. “발성은 후천적이고 음색은 선천적”이란 말이 있다. 다양한 발성연습을 통해 가창력이 좋아지는 것이지만 음색은 타고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크리스 마틴의 타고난 보이스는 축복받은 신의 선물인 셈이다.
록과 팝 보컬을 통틀어 이만큼 매혹적이고 섹시한 소리를 내는 뮤지션도 드물다. 섹시한 혀놀림에 의한 독창적이고도 정확하며 다양한 색감을 느끼게 하는 노래 등은 가히 그가 일류 보컬리스트라는 것을 증명해주고도 남는다.
데뷔 초기엔 진성과 가성이 바뀌는 부분이 부자연스러웠고 소리가 꽉 차지 않고 비는 듯한 부분도 보였으나 꾸준한 노력을 통해 그 역량을 업그레이드했다. 비음 구사를 가히 아름다운 영역으로 끌어 올렸고 가성과 진성대를 자유로이 오가는 매혹적인 소리는 격조와 깊이를 더한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단순히 섹시하다는 차원을 떠나 ‘격조 있는 섹시함’이란 느낌이 든다. 이것은 바로 좋은 호흡에 기반을 둔 혀의 놀림과 입술 사용의 탁월함, 그리고 타고난 매혹적 보이스가 예술적으로 시너지를 발휘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이 음악계에서 추진되고 있었지만 제반 사정으로 결실을 맺진 못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내년 4월에 이들의 공연을 서울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폭발적인 인기를 반영하듯 내한공연 티켓이 음악계 빅 이슈로 떠오를 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창법의 크리스 마틴, 어떠한 곡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이 섹시가이야 말로 공력이 매우 높은 가창신공의 전형이다.
조성진 기자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