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동향
2021-03-16 중국 베이징무역관 김성애
- 코로나 이전부터 'AI+loT'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도모 -
- 코로나를 계기로 온라인 채널 강화· 디지털관리 시스템 도입 가속화 -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없는 위기 속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가속화는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고 한 단계 높은 업무 효율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날로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롤랜드버거(Roland Berger)와 넷이즈의 공동 조사 결과, 2020년 중국 내 기업 중 디지털 전환을 시도한 기업은 전체 기업의 61%에 달했다. 아직 시도하지 않은 기업은 31%, 남은 8%는 창립 초기부터 차근차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온 기업들이다. 샤오미가 그 대표주자로 꼽힌다.
1) 샤오미
'좁쌀'이라는 뜻을 가진 샤오미(小米)는 사업 초기부터 제조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클라우드 시스템과 샤오미 제품을 총괄적으로 제어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주력했다. 핵심기기를 제외한 대부분 전자제품을 아웃소싱으로 제작하고 있는데 벤처기업을 발굴해 관계회사로 끌어들인 뒤 제작을 맡겼다. MIUI를 중심으로 한 loT 생태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연결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또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발판 삼아 업체의 가격과 콘셉트 결정에 관여하고 제품을 유통하는 이른바 '샤오미 생태계'를 구축했다. 제품 간 호환성을 제고하면서 샤오미의 스마트홈을 일괄적 통제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증대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샤오미 생태계'를 잘 보여주는 샤오미 스마트홈
자료: KOTRA 베이징 무역관
샤오미 관계자가 말하는 '샤오미 생태계' |
샤오미는 창업 초기부터 샤오미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스스로 모든 제품을 제조하는 대신 다양한 업체들에 샤오미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그 결과 샤오미는 1600여 종에 달하는 제품군을 형성했다.
기존의 샤오미 생태계 내에서만 탑재되는 한계에서 벗어나 향후 AIoT 시장에 보다 광범위하게 스며들어갈 것을 기대한다. | 샤오미 스마트홈이 '샤오미 생태계'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IoT 스마트 도어락으로 문을 여는 순간부터 소비자들은 AI스피커 샤오아이퉁쉐(小愛同學)로 모든 스마트기기를 컨트롤하며, 샤오미식 스마트 라이프를 누릴 수 있게 된다. |
2010년 설립된 샤오미가 중국 대표 IT기업으로 자리를 굳히는 데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다각화 이외에도 확실한 시장 포니셔닝에 기반한 O2O 전략이 크게 한몫을 했다.
사업 초창기에 샤오미는 온라인 판매(미닷컴)를 통해 직접 판매하는 유통구조를 발전시켜 왔고 콘텐츠, 서비스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미닷컴을 통해 액세서리, 게임, 애플리케이션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힘을 쏟으며 기타 스마트폰 제조사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온라인 매출 한계를 직면한 2015년부터는 기존 1~2선 도시의 젊은 층에서 3~5선 도시, 전체 소비자로 확산하기 위해 오프라인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베이징, 선전 등 주요 도시에 개설한 ‘샤오미즈쟈(小米之家)’라는 오프라인 매장이 대표 사업이다. ‘샤오미즈쟈’의 개설은 날로 다양해지는 샤오미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전시하는 데 무게를 뒀다. 핫 아이템, 신상품 위주로 200~300개 제품을 집중 전시하며 점원들은 상품 판매보다는 방문객들이 샤오미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에게 상품 체험 공간을 제공하고 현장에서 소비자 의견도 수렴한다.
샤오미즈쟈
자료: 미닷컴
2) 노스페이스(North Face)
샤오미의 O2O 전략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라면 다수의 기업은 시장과 유통채널의 변화에 따라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온·오프라인 융합을 추진한다. '한파 특수'로 올해 중국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높은 매출실적을 올린 노스페이스는 O2O 전략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노스페이스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VF 코퍼레이션(VFC)의 중국 지역 CEO 마원(馬文)은 △ 기술과 디자인 △ 디지털 기반으로 고객 경험과 운영·관리 프로세스를 변화시키는 경영전략을 '비밀병기'로 꼽았다.
'소비자 중심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노스페이스의 2019년 사업계획에 등장했다. 같은 해 VFC는 중국 최대 B2C 플랫폼인 티몰의 신상품혁신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티몰의 빅데이터 역량을 활용해 중국 시장에서 신상품 개발·디자인 및 신상품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2020년 알리 클라우드와 협력해 중국에서 통일된 재고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IT 강자와의 협력은 노스페이스가 중국 시장 수요의 변화,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소비자 수요를 정확하게 타깃팅하며 발 빠르게 마케팅전략을 제·수정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마원 CEO는 강조했다.
VFC는 올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본사를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옮겨 중국시장에 더욱 공을 들일 계획이다. 마원 CEO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며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대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을 소비 체험의 장, 신상품 홍보관으로 충분히 활용하고 IT기업과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소비 트렌드와 시장동향을 파악하는 등 O2O 전략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3) 다이슨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 넘버원으로 인정받는 다이슨은 최근 디지털 기반으로 A/S 프로세스를 변화시켰다. 중국 가전 시장에서 A/S 관리의 저효율은 모든 가전기업의 난제였다. 땅이 넓은 중국에서 지역별 A/S센터를 설립하고 직접 운영하기에는 과다한 비용이 발생한다. 아웃소싱할 경우 서비스수준에 대한 직접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고객 불만을 초래하기 일쑤였다.
다이슨은 스마트 고객 관리 시스템인 넷이즈 치위(網易七魚)를 도입해 디지털 기반으로 고객경험, 운영관리 프로세스 개혁을 시도했다. 위챗 샤오청쉬(小程序: 미니앱)를 통해 고객의 A/S 수요, 체험 등이 넷이즈 치위의 고객서비스 클라우드에 저장된 후 담당 직원들에게 전달된다. 넷이즈 치위 플랫폼은 A/S 직원의 업무량을 통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서비스 상황을 체크하고 고객 평가를 접수할 수 있다. A/S 상황, 직원 업무량, 고객 평가 등은 클라우드에 다시 저장되며 제품개발, 마케팅, 직원 평가 등의 빅데이터로 활용된다. 디지털 관리 시스템 도입 후 다이슨 인건비가 7%가 저감되는 반면, 관리효율은 8% 향상됐다.
넷이즈 치위의 디지털관리 솔루션
자료: 넷이즈
전망 및 시사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경제'가 화두로 떠오르며, 각 산업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성공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McKinsey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 지속가능성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3%의 기업만 최종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2019). 중국 시장에서도 수년 전부터 많은 기업이 O2O 전략, ERP 시스템 도입 등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지만 경영층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이해 부족, 전문 인력 및 인재 부족, 자금난 등으로 추진에 난항을 겪는 기업이 적지 않다. 따라서 자사에 적합한 시스템, 솔루션 선정과 지속 추진, 자금과 인재 확보 등이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내 산업의 디지털화에 따른 비즈니스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기존 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노력, 중국 내 디지털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기반에 적합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O2O 융합 강화, 라이브 커머스(直播) 등 최신 트렌드에 따른 신규 마케팅, 중국 내 플랫폼을 활용한 진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자료: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 롤랜드 버거(Roland Berger), 넷이즈(網易) 등 KOTRA 베이징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