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기는 12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 교체멤버로 출전, 19분 47초 동안 13점 2어시스트로 활약했다. 3점슛은 6개 가운데 3개를 넣었다. 삼성은 코피 코번(36점 20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 2블록슛)의 골밑장악력을 더해 99-94로 승, 원정 22연패에서 벗어났다.
박민우(SK)와 트레이드된 홍경기가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치른 첫 경기였다. 2쿼터에 투입되자마자 동점 3점슛을 터뜨린 홍경기는 이어 속공으로 역전 득점까지 만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또한 승부처인 4쿼터에는 격차를 8점으로 벌리는 3점슛을 넣는 등 5점을 추가했다. 홍경기는 양 팀 통틀어 국내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13점을 올렸다.
홍경기는 “팀이 힘든 시기에 트레이드로 오게 됐는데 원정 연패를 끊어서 너무 기쁘다. 일조한 것 같아서 기분 좋다. 시즌은 길다. 1경기로 끝나는 게 아닌 만큼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제(11일) 잠은 너무 잘 잤다. 부담감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삼성 합류 후 이틀 동안 연습을 했는데 (호흡이)너무 잘 맞았다.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고, 준비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삼성에서 그걸 보여주게 돼 기분 좋다. 이 기세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홍경기는 올 시즌 SK에서 4경기를 소화하는 데에 그쳤다. 김선형, 오재현, 최원혁 등 가드 자원이 두꺼운 팀에 소속된 탓이었다. 4경기 총 기록은 6분 31초 3점 3리바운드에 불과했다. 가장 최근 출전한 경기도 지난달 12일 원주 DB전이었다. 코트에 대한 갈증이 있진 않았을까.
홍경기는 이에 대해 묻자 “선수라면 당연히 많이 뛰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팀 사정상 많이 뛰진 못했지만, 기회를 준 전희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물론 나를 선택하고 기회를 준 은희석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내가 잘해야 (트레이드와 관련해)좋은 말을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홍경기(184cm, G)는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다. 2011년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0순위로 프로에 발을 들여놓았다. 안양 KGC인삼공사에 선발되자마자 곧바로 원주 동부(현 DB)로 이적했다. DB에서 첫 시즌을 보낸 뒤 이승준의 가세로 갑작스레 입대할 수 밖에 없었다. 강원도 보성 102기갑여단에서 장갑차 조종수로 복무한 뒤 팀에 복귀하자 홍경기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홍경기는 2014년 첫 번째 은퇴를 했다.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던 부산 KT에서 홍경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음만 앞설 뿐 몸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홍경기는 2016년 두 번째 은퇴를 경험했다.
홍경기는 첫 은퇴 후에는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지만, 두 번째 은퇴 후에는 경험을 살려 자신이 할 일을 바로 찾았다. 놀레벤트 이벤트라는 실업팀이 창단된다는 소식을 듣고 입단했다. 농구의 끈을 놓지 않은 홍경기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인천 전자랜드가 2017년 홍경기에게 입단을 제의한 것.
홍경기는 2018년 인터뷰에서 “KT로 복귀할 때는 다시 프로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을 못 할 때라서 어리벙벙한 기분이었다. 전자랜드의 연락을 받았을 때 너무 좋아서 침대를 때리며 소리 쳤다”고 말한 바 있다.
홍경기는 다시 복귀했다고 해도 정규경기에 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주로 D리그에서 활약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비시즌 동안 홍경기에게 연습경기 출전 등 기회를 많이 줬다. 가능성만 보여주던 홍경기는 지난 시즌 드디어 장점인 슈팅 능력을 뽐냈다.
데뷔 후 2018~2019시즌까지 총 28경기에 나섰던 홍경기는 2019~2020시즌에만 26경기에 출전했다. 2라운드 막판부터 3라운드 초반 3경기 연속 두 자리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남들은 한 번만 하는 은퇴를 두 번이나 한데다 주로 D리그에서 활약했던 홍경기가 정규경기에서도 한 자리를 꿰찰 기량을 선보인 것이다.
은퇴 후 복귀할 때마다 계약기간은 늘 1년이었다. 전자랜드에서도 1년씩 계약을 연장했다. 지난 5월에는 달랐다. 홍경기는 계약기간 2년에 도장을 찍었다.
홍경기는 전화통화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체력 훈련 등 기초 체력을 다지는 훈련을 하고 있다”며 “(유도훈)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부상을 조심하라고 하셔서 힘들게 하면 부상이 올 수 있으니까 조절하며 한다. 차근차근 몸을 올리려고 열심히 준비한다”고 6월부터 시작된 팀 훈련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 알렸다.
홍경기는 2년 재계약을 했기에 심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고 2020~2021시즌을 준비할 거 같다고 하자 “매년 시즌이 끝나면 FA라서 스트레스였다. 2년 계약을 하면서 안정감 있게, 스트레스 없이 준비를 할 수 있다”며 “동료들이 제 얼굴이 폈다고, 되게 좋아 보인다고 하더라(웃음). 너무 좋고, 너무 감사 드린다. 좀 더 여유있게 시즌을 준비해서 지난 시즌보다 잘 하고 싶다”고 했다.
홍경기는 이번 시즌 목표를 묻자 “사실 지금까지 기록 같은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며 “목표를 높게 잡으면 좋은 거다. 일단 평균 득점 5점 이상 올리고 싶다. 그렇게 잘 한다면 기량발전상이나 식스맨상을 받고 싶다”고 바랐다.
홍경기는 2번의 은퇴 끝에 2년 계약을 얻어낸, 드라마 같은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노력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홍경기의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2년 동안 어떤 멋진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홍경기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FA 자격을 얻고 좋은 팀으로 가게 되어 기쁘다. 한 편으로는 한국가스공사 코칭 스텝과 동료 그리고 팬분들에게는 죄송하는 느낌이 있다. SK에서 좋게 평가를 해주었다. 좀 아쉽긴 하지만 기회를 받아서 잡으면 연봉은 올릴 수 있다.”는 이적 소감을 전했다.
연이어 홍경기는 “SK는 속공이 좋은 팀이다. 나 역시 뛰는 농구를 해야 한다. 자신이 있다. 적응만 하면 될 것 같다. 팀에서 원하는 부분을 빨리 캐치해야 한다. 수비적인 부분은 유지해야 한다. 열심히 하려고는 한다. 부족한 건 분명히 있다. 팀에 해를 끼치지 않는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로테이션에서 실수하는 적이 있다. 줄여야 한다. 나의 활동량이나 백업으로 공격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 넘치는 답변을 더해 주었다.
위에 언급한 대로 홍경기는 계속된 도전 속에 지금에 이르렀다. 2011년을 시작으로 많은 굴곡이 있었다. 남자 농구의 경우 은퇴 후 다시 돌아오는 선수는 거의 없다. 홍경기가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홍경기는 “계속 도전을 했다. 노력도 많이 했다. 잘하는 건 업그레이드 시키려고 했다. 안되는 부분은 개선하려고 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하지 않았다. 역할에도 충실히 하려 했다. 시합에서 조금씩 나왔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홍경기는 “프로 유니폼을 입고 처음 정상적으로 이적을 했다. SK 선택이 옮았음을 증명하고 싶다. 작년 우승 팀이다. 2연패를 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2전 3기. 홍경기를 둘러싼 역사다.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SK에서 농구 인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준비를 하고 있다.
첫댓글 오늘 삼성 승리의 주역이 되었군요 대단합니다 트레이드는 일단 합리적이였던걸로
군산 홍세용
홍경기 선수는 나중에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써도 될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군요...어린 선수들에게 하나의 역사가 될 것 같네요. 앞으로도 컨디션 조절으잘해서 꾸준의 경기에 출전하여 좋은 결과물을 얻기를 응원합니다.
1승이 필요한 은희석에게는 단비같은 존재.
대부분 트레이드 의견이 삼성 프런트비난이었는데 .. 멋지게 활약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