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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외가가 신줄이 센 편이래
- 할배는 오일장 나서면 신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혀를 끌끌 차면서 온갖 무당들이 시비 걸어대는 사람이었고
할매랑 우리 엄마는 귀신 봤다는 소리는 안 하는데 희안하게 꿈이 잘 맞는 편
엄마가 자다 일어나서 머리 아프다고 말하는 날 = 나 사고 나거나 엄마 모르게 사고 친 날
2) 외가 가족 구성원
외할배(사망) | 외할매(사망) | ||||||
장 남 사망 | 차 남 사망 | 장녀 | 10 ~ 15 살 차이 | 차녀 | 삼녀 | 삼남 | 사남 |
아니 ㅅㅂ 표 간격이 왜 저래 미쳣나;
- 장남~장녀 연년생
- 장녀랑 차녀 10~15살 차이(큰이모 나이를 정확히 모름)
- 차녀~사남 연년생
- 우리 엄마 올해 칠순이셔
3) 진위여부 확실히 할 수 없음
- 우리 엄마는 겁이 많아서 소름 끼친다고 입에도 안 올려서 큰이모가 말해 준 걸 토대로 서술
- 엄마/작은이모/작은삼촌/막내삼촌은 11~14살 이전까지 기억이 없음
4) 할배랑 전부 연관된 이야기야
이야기 시작할게!
시간 순서대로 적었으니까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읽어주면 돼!
1. 장남 차남 실종
큰이모가 새벽에 깨면 할배가 항상 문 앞에 앉아서 문만 바라보고 있더래
창호지 알지? 불투명해서 밖은 안 보이는데 그림자가 지면 그림자만 보이는...?
보이지도 않는 밖을 뚫어져라 보면서 손을 꼼질꼼질 움직이고 있더래
큰이모는 이게 자기 오빠 둘을 해하려는 무언가에서 지키려고 잠도 안 자고 버티고 있던 게 아닐까 하셔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 할배가 할매 손 꼭 붙잡고
"장남이랑 차남 이 둘은 밤에 절대 문 밖 보게 하지도 말고 나가지도 못하게 해라"
말 남기고 돌아가셨어
잘 지키고 살다가 10 년째가 되던 여름이었어
할매가 아무 생각 없이 해 질 무렵 수박(참외일 수도 있음) 먹자고 사랑채로 부른 거야
혹시 모르니까 촛대 하나 다 써가는 성냥갑 옆에 두고 맛있게 먹고
나이 순서대로 쪼르륵 다리를 저 신발 올리는 돌 쪽으로 두고 세로로 누워서 배부르다~ 하고 있었대
완전 깜깜해지기 전에 촛대에 2 개 남은 성냥 중 하나로 불 붙이고 저멀리 별 하나 없는 밤하늘 보고 있었는데....
순간 바람이 훅 불고 불이 꺼져서 암흑지대가 됐대
다시 불 붙이려고 했는데 불량이라 그런지 그냥 똑 하고 부러져버려서 잠시 허우적거렸대
삼녀가 무서워서 "오빠야 무섭다" 하는 걸 듣고 장남 차남이 일어나서 성냥 찾으러 다녀오겠다고 했대(아궁이 있는 부엌)
아니 외가가 산지에 있긴 하지만 완전 평평한 지대에 있단 말이야?
여시들...
주변에 낮은 건물밖에 없는 8월 말복 전에 불이 확 꺼질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부는 거 느껴본 적 있어?
나는 건물풍으로 몇 번 느껴보긴 했는데 할매집 동네에선 한번도 그런 바람 맞아본적 없어서 신기함
그러고 뭐가 느리게 부스럭거리다가 파바박 뛰어와서 악!! 소리 나더니 멀리 가더래
다들 놀라서 조용해졌다가 할매가 우선 누워 있던 자식들 다 방에 돌려보냈대
그 뒤에 급하게 성냥 찾아 켜 봤을 때는 큼직한 발자국이랑 핏자국밖에 없었대
(청소년이었지만)다 큰 장남 차남이 그냥 핏자국만 남기고 증발해 버린 거야
뭐일 것 같아?
나는 도무지 뭐가 물어갔는지 상상도 안 가...
해 뜨고 주변 사는 남자들 다 모아서 온 산을 뒤졌는데 뼈도 못 찾고 말 그대로 증발했대
큰이모가 말하기를 할매 생전에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장녀밖에 없던 터라 가끔 이야기 나누셨다더라고?
할매가 "내가 부주의해서 범이 물어갔다 느그 아버지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했는데" 라고 울면서 말씀하시더래
진짜 범이라는 게 존재할까...?
나는 못 믿겠어....
차라리 곰이나 호랑이(한반도에서 호랑이가 사라지기 전인지도 모름)라면 납득했을 텐데 범...?
2. 그 남자랑 결혼하지 마라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농사가 어렵게 된 시점
할머니는 오일장에 나가 만든 음식을 파는 것으로 충당했대(두부 등)
저 일이 있고 장녀인 큰이모는 그 동네에 살기 싫어 혼처를 찾아 다른 시로 가게 되고 우리 엄마가 장녀 노릇을 하게 됐어
우리 엄마 참 바보처럼 본인 학업 포기하고 작은삼촌 막내삼촌 대학까지 다 보냈다?
삼촌들 결혼자금도 엄마가 해 줬어(이르게 하심)
*보답으로 지금 사는 집(엄마가 이 산동네 고름) 땅까지 10억 주고 삼촌들이 지음 + 삼촌들 지원 아래 대학까지 만학도로 다니심
동네 초등학교 동창 여자애들은 전부 19살~23살이면 결혼했다더라?
엄마만 30대 초반까지 결혼 안 하고 꿋꿋하게 삼촌들 뒷바라지하고 혼자 살 돈 열심히 모으고 있었대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 저수지 만들겠다고 전국 팔도에서 파릇파릇한 남자들이 외가 시골에 월세방을 구하더래
거기 안전담당인지 감독인지로 온 아빠(아빠 나이 모르는데 엄마보다 5~8살 연하)가 너무 잘생겨서 홀랑 넘어가서 결혼을 하니 마니 하고 있었어
할매는 좋아 죽지
딸 고생 시킨 것도 미안한데 결혼도 안 한다고 하고 있으니까 엄청 답답했나 봐
당장 하라고 다 하라고 집 팔아서라도 다 해 주겠다고 입에 귀에 걸리셨대
상견례도 없고(아빠도 늦둥이라 부모님 다 돌아가심) 아주 딱이라면서 결혼을 부추기더래
할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에 빠르게 진행됐다?
정말 아빠의 형님들 볼 날짜 정하고 결혼식장만 알아보면 되는
완전 결혼을 목전에 둔 그날에 엄마가 꿈을 꿨대
할아버지가 가슴을 퍽퍽 치면서
곧 뒤질 놈이랑 결혼한다고? 선(엄마 이름 뒷글자)아 하지 마라 생각할 것도 없다 하지 마라
내가 빨리 니를 냅두고 가서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다
근데 아부지 말 한번만 들어주면 안 되겠나?
그냥 길바닥 거지랑 결혼해도 그놈보단 낫다 제발 하지 마라 선아
이렇게 말하시더래
일어나고 너무 찜찜한데 어차피 꿈은 꿈일 뿐이잖아?
결국 결혼했고 6년만에 내가 생겼어
내가 태어나고 얼마 뒤에 아빠는 우울증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하셨어
그런데 흠...
IMF 겹쳐서 줄줄이 도산하던 때라 이것도 그냥 우연의 일치가 아닐지...?
글은 여기까지야~!
재미있었다면.... 아직 못한 이야기가 많으니까 다음에 또 올게
글 급하게 줄여서 미안해 ㅠㅠ
진짜 글솜씨 재기해서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안녕~!
첫댓글 슬픈 내용이 있어서 감히 흥미롭게 읽었다고는 못하겠지만 잘 읽었어. 얘기 들려줘서 고마워 홍샤
잘 읽었어 홍시 새해 복 많이 받고 행복하길
넘 신기하다!
미신은 안믿어도 누군가의 조언이라 생각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생각해도 될것같아 ㅎㅎㅎ 고마워!!
슬픈내용이라 섣부르게 말못하겠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었어!
우와 할아버지 열일하시네...잘읽었어 홍샤!
슬픈데 흥미롭고 그러네 고마워 여샤
헐.. 정말 신기한 이야기다. 스토리가 마음 아프지만.. 글 남겨줘서 고맙구 행복한 일만 있길!
홍시 글솜씨가 너무 좋다 몰입돼서 읽었어!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보내
헉... 어머니 오빠들을 데려간 건 뭐였을까 그리고 왜 데려갔을까 ㅠㅠ 슬픈데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다 다음 얘기도 들려준다면 기다릴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