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국내 랭킹 1위인 이세돌 9단이 5년 동안 국내 기전 출전 정지를 당한다면 바둑 팬들의 반응은 어떨까? 랭킹 1위인 기사가 5년 동안 모든 국내 기전에 출전을 못한다면 바둑팬으로서 약간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황당한 사건이 최근 대만 바둑계에서 일어났다.
대만기원은 LG배 선수권자이자 대만의 1인자로 불리는 저우쥔쉰 9단을 비롯하여 린셩시엔, 펑징화, 저우핑치앙 등 13명의 소속기사들에 대해서 대만기원이 주최하는 모든 기전에 대해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대만기원은 모든 기사들에게 대만기원의 정책에 대해서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으며, 만일 2008년 2월 28일까지 동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을 경우 2012년 12월 31일까지 대만기원이 주최하는 모든 기전의 출전자격을 박탈하겠다고 공지를 했다.
총 50명의 소속기사 가운데 최근 1인자로 부상하고 있는 천스위엔 7단을 비롯하여 린즈한 8단, 샤오정하오 5단, 유경민 5단 등 총 37명이 자의반 타퓜鳧막?서명을 하였고, 동의서에 서명을 거부한 13명이 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대만기원이 소속 프로기사들에게 제시한 동의서는 주로 기사들을 통제하는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어 많은 프로기사들의 불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조항이 1년~5년간 대회 출전 정지라는 치명적인 조건으로 기사들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대만기원 소속 프로기사들은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만기원이 주최하는 이벤트 행사에 참석 요구를 할 경우 반드시 참석해야 하며, 대만기원 동의 없이 아마추어 자격으로 대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언행이 바르지 못하고 정확하지 않은 말을 퍼뜨리거나 기원의 명예에 손해를 입힌 경우 이사회의결을 거쳐 2년간 출전정지를 하며, 그래도 개선이 안되면 영구 제명한다는 내용 등 대체로 기사들을 통제하려는 의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도 바둑을 비롯한 축구, 야구 등의 스포츠 선수가 병역 등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하지못할 경우 그만큼 선수 생명이 단축되는 사례를 보아왔는데 대만의 1인자로 꼽히는 저우쥔쉰 9단의 경우는 5년 동안의 대회 출전 금지라는 것은 사실상 프로기사로서의 전성기를 헛되이 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저우쥔쉰 9단은 2008년 중국 갑조리그에서 홍콩팀으로 출전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지난 달 천스위엔 7단과 함께 춘란배 대만 대표로 선발됐다.
대만은 지난 해 저우쥔쉰 9단이 LG배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제2의 바둑부흥기를 맞았으나 이번 일로 대만기원과 소속기사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번지면서 또다른 내분에 휩싸였다. 바둑 발전을 위해서 대만기원과 소속기사가 서로 협의하고 화합하기는 커녕 서로 불신하고 극단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내분을 일으킨 것은 과정이야 어쨌든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