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의 총재(COMMISSIONER)는 규약상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니고 있다.
KBO 정관 3장 13조에 '총재는 직업야구의 발전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구단에 대해 필요한 지시를 할수 있다'고 명시했고 야구 규약 2장 3조에는 '총재가 결정하는 지시, 재정, 재결 및 제재는 최종결정이며 위원회에 속하는 모든 단체와 개인에 적용된다'고 밝혀 야구계에서 전지전능(?)한 총재의 역할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최근 `선수협 파동'을 비롯한 일련의 사태속에서 박용오 KBO 총재의 행보를 보면 과연 주어진 권한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박용오 총재는 프로야구가 파국으로 치닫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지난 14일 그룹 업무를 이유로 해외출장을 떠났고 다음 달 7일에나 돌아올 예정이다.
총재가 20일 이상 자리를 비우는 사이 총재를 대신해 '선수협 파동'을 포함해 KBO 행정을 주관한 이는 이사회의 회원들인 각 구단 사장들이었다.
KBO 규약에 따르면 이사회는 반드시 의장인 총재가 소집하도록 명시됐다. 그러나 사장들은 박총재의 외유중에 명칭도 애매한 `이사 간담회'를 수차례 열어 '선수협 파동' 대응책을 마련했고 보류선수에 대한 연봉 계약기간 연장, 자유계약선수(FA) 협상기간 연장, 방출 선수 공시 철회 등 KBO 행정을 대행했다.
두산그룹 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용오 총재는 KBO 행정 못지않게 기업 업무가 중요했겠지만 프로야구의 입장만을 놓고 볼때 엄연히 직무유기였고 구단 사장들의 이사 간담회 결정 사항들은 월권 행위였다.
이와관련 KBO 관계자는 "이사 간담회에서 논의됐던 내용들은 해외출장중인 총재에게 보고된 뒤 재가를 얻었다"고 밝혔으나 간담회가 끝나자 마자 사장들이 기자들에게 결정사항들을 공식 브리핑을 했던 사실을 비추어 볼때 설득력이 없다.
박용오 총재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역할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프로야구의 각종 의사결정 권한이 구단 사장들의 손으로 넘어갔고 KBO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선수협 집행부에서 총재를 대신하는 KBO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거부하고 실권을 쥐고 있는 사장 대표와의 직접 회담을 요구했던 것이 이 때문이며 박용오 총재가 아닌 문화관광부 장관이 '선수협 파동'을 중재한 것도 똑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