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애주가 설레게 하는 겨울 별미 삼척 곰치국
못 생겼다고 괄시받던 생선, 맛은 끝내주네!
동해에서는 곰치, 남해에서는 물메기, 서해에서는 물텀벙이라고 불리는 바다 생선! 한반도 해안 전역에서 잡히는 곰치의 계절이 왔다. 전국의 애주가들과 미식가들이 겨울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 겨울 한철 제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곰치국을 맛보러 그의 고향 삼척으로 향한다.
곰치국의 원조로 꼽히는 묵은지를 넣어 끓여낸 삼척의 곰치국
겨울 동해안은 풍요롭다. 쓸쓸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우리의 입맛을 충족시켜 줄 다양한 먹거리들이 가득한 덕분이다. 전국의 미식가와 애주가들이 겨울이면 동해안으로 달려가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강원 북부의 양미리와 과메기를 시작으로 동해안 줄기를 따라 내려 가보자. 애주가 울리는 삼척의 곰치국, 미식가들 입맛 다시는 울진․영덕의 롱다리 대게, 영양 만점 포항의 과메기까지 이름만 들어도 절로 침이 고이는 ‘맛난 것’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중 양미리와 과메기, 그리고 대게와 과메기가 ‘안주용’이라면 ‘곰치국’은 이 모두를 한방에 풀어줄 ‘해장용’이다. 물론 안주용과 해장용으로 나눌 것 없이 모두 한끼 식사로도 훌륭한 ‘맛’이지만 이들을 맛보러 현장을 찾았다면, 그래서 겨울 바닷바람을 쏘이며 이 먹거리들과 마주하게 된다면 굳이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한잔’ 생각은 저절로 들게 되리라. 겨울 바다는 왜 그리도 (술 생각나는) 청아한 색을 띠는지!
동해안 숨은 겨울 별미 곰치국
겨울을 맞이한 동해안은 대게를 비롯해 다양한 생선들로 가득하다
마음 같아서는 동해안의 먹거리들을 모두 맛보러 떠나고 싶다. 양미리와 대게에 한잔하고 곰치국으로 해장한 후 포항에 들어서 과메기와 물회로 마무리 한다면 이보다 더 알찬 동해안 겨울 맛기행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번 맛기행의 주인공은 다른 동해안 겨울 별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곰치국이다.
곰치국, 이름 그대로 주재료는 곰치라는 생선이다. 우리나라 해안 전역에서 잡히는 이 녀석을 부르는 이름은 해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동해에서는 곰치 또는 물곰, 남해에서는 물미거지 또는 물메기, 서해에서는 잠뱅이 또는 물텀벙이라고 부른단다. 같은 생선을 부르는 말이 해안마다 차이가 나는 것은 그만큼 흔하고 또 인기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은 물메기와 물텀벙이인데 그중 ‘물텀벙이’는 곰치를 잡아 올린 어부들이 그 생김새를 보고 다시 물에 ‘텀벙’ 던져 버렸다고 붙은 이름이다. 결코 준수하다고 할 수 없는 곰치의 외모는 이렇듯 그의 별칭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물고기 백과사전 <자산어보>에 정약전 선생은 곰치를 두고 “맛이 순하고 술병에 좋다”고 기록했다. 물텀벙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그의 못생긴 외모를 희화화한 호사가들의 장난 아니었을까. 아니면 곰치의 진가를 미리 알아차린 애주가들의 꼼수였거나. 어두침침한 생김새가 꼭 곰 같다고 ‘물곰’ 또는 ‘곰치’로 불렸다는 이름 역시 그의 외모를 알려주는 좋은 힌트가 된다. 성질이 사나워 잠수부들 중에는 곰치 이빨에 물리는 이들도 있다니 사랑받을만한 외모, 성격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
‘오늘 됩니다. 곰치국 성게백반’. 삼척항에서는 이런 안내판이 흔히 눈에 띈다. 그만큼 ‘귀하신 몸’이라는 뜻이다 곰치국의 고향으로 알려진 삼척항의 풍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치가 사랑받는 건 오직 ‘맛’ 덕분이다. 포악한 성격과 못난 외모와는 달리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속살과 시원한 국물 맛이란!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라는 노래 가사가 절로 “한번 먹고 두 번 먹고 자꾸만 먹고 싶네”로 이입된다. 이 생선의 식감은 부드러운 살점과 미끄러운 껍질의 질감이 공존한다. 껍질과 속살 사이의 점성 부분은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으나 그대가 애주가라면 두어번 맛본 후엔 익숙해질 것이다. ‘아구찜(아귀찜이 본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그와 비슷한 식감을 떠올리게 된다. 처음에는 미끄덩거리는 점성 부분이 ‘콧물 같아서’ 어색하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먹겠다고 다투는 경우도 있단다. 묵은지와 함께 끓여내는 삼척 곰치국의 경우 별 부담없이 입으로 술술 넘어간다. 아, 동네마다 곰치국 요리법과 내오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동·남·서해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시원한 국물맛은 모두 일품!
삼척에서 곰치국을 팔기 시작한 원조집으로 알려진 <바다횟집>의 한상 차림 [왼쪽/오른쪽]수저로 떠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속살을 자랑하는 곰치 / 끓여먹을 수 있는 냄비에 나오는 곳도 있다
곰치국의 고향으로 알려진 삼척에서는 묵은지를 넣고 칼칼하게 끓여낸다. 일인분씩 널찍한 국그릇에 담아 내온다. ‘물메기탕’으로 유명한 남해 그리고 서해 일대에서는 무와 대파 등으로 간을 하고 맑게 끓여낸다. 보통 대(大)·중(中)·소(小)로 판매한다. 동해 자락에서도 맑게 끓인 곰치국을 내오는 곳도 있다.
곰치국의 고향 삼척항에 가면 ‘곰치국 됩니다’라는 안내판이 눈에 띈다. 그만큼 귀하신 몸이됐다는 뜻일까. 한 그릇(1인분)에 1만2000원 선인 가격도 마냥 저렴하기만 하진 않다. 한때는 곰치가 너무 흔해 겨울철이면 이 동네 주민들이 집집마다 해먹던 겨울 별미였다는데 애주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전국구 별미로 자리 잡았다. 곰치국, 어디서 맛보면 좋을까?
곰치의 고향 삼척에는 처음으로 곰치국을 판매하기 시작한 <바다횟집>을 비롯해 <금성식당><동아식당> 등 제대로 된 곰치국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음식점마다 조금씩 맛의 차이가 있으니 그 미묘한 맛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곰치국’ 맛 기행의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삼척항 지척에 자리한 삼척 이사부광장(왼쪽)과 방파제(오른쪽). 곰치국 한 그릇 하고 산책하기 좋다
묵은지를 넣어 칼칼하게 끓여낸 곰치국을 한 그릇 맛봤다면 아직도 어촌 마을의 풍경을 고스란히 품은 삼척항(정라항) 주변을 돌아보자. 삼척 이사부 광장 앞 방파제를 따라 걷다보면 앞으로는 삼척의 푸른 바다가, 등 뒤로는 산비탈을 따라 켜켜이 자리한 아기자기한 집들이 보인다. 눈앞에 자리한 집집마다 끓여먹었을 가정식 곰치국이 이렇게 유명해질 줄이야. 이제는 가정집들만큼 많은 음식점들이 삼척항(정라항)을 따라 자리한다. 시원한 국물 한 모금에 속이 확 풀리는 경험은 전날 진하게 달린 애주가들의 몫. 먹다보면 속이 풀림과 동시에 다시 한잔 생각나는 그대는 진정한 애주가, 곰치국 한 모금 들어가니 한잔 생각나는 그대는 미식가. 곰치국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이 계절이 소중하다. 살이 잘 녹아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곰치는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 한철이 제철이다.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수도권 경부고속도로 → 신갈 분기점 → 50번 영동고속도로 → 강릉IC → 7번국도 → 동해.삼척 <4시간 소요>
2.주변 음식점
바다횟집 : 곰치국 / 삼척시 정하동 / 033-574-3543 / korean.visitkorea.or.kr
바다마을 : 곰치국 / 삼척시 갈천동 14번지 / 033-572-5559 / korean.visitkorea.or.kr
동아식당 : 곰치국 / 삼척시 정하동 / 033-574-5870 / korean.visitkorea.or.kr
3.숙소
호텔팰리스 : 삼척시 새천년도로 219(정하동) / 033-575-7000 / korean.visitkorea.or.kr
문모텔 : 삼척시 중앙로 / 033-572-4436 / korean.visitkorea.or.kr
퍼시픽모텔 : 삼척시 갈천동 / 033-576-0162 / korean.visitkorea.or.kr
로즈밸리 펜션 : 삼척시 원덕읍 / 010-8540-3539 / korean.visitkorea.or.kr
삼척온천 : 삼척시 정상동 / 033-573-9696
첫댓글 본인은 해장국으로 넘버 원 보기보다 무지 시원함...
너무 시원하면 몸이 얼어버리겠다. ㅎㅎ
거. 흐물 흐물한 생선 맞지요? 저도 먹어보긴 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