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옥룡설산/아!샹그릴라 아름다운'중국의 알프스'
글·사진 허창성 진선·평화출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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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국가 중점 명승지의 하나인 석림. 수억년 전 이곳은 바다 밑바닥이었다. |
‘한국출판인산악회’가해외 트레킹을 실시해 온지 금년이 11번째, 국내 토요산행 1000회 기록을 돌파한 것도 금년이다.
이번 산행에서 높이를 5000m대로 정하고 전원 등정을 목표로 합동 훈련을 갖기도 했다. 떠나기 전에는 다소 염려되는 대원들도 있었으나 현지에 가서 보니 너무나 합심 협력이 잘 되어서 성공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단장 유광종·등반대장 이부남·행정 강경중·수송 홍사용·의료 장정화·식품 하명현·경리 박소영·기록 및 사진 허창성·장비 박종관·섭외 이혜석으로 조직하고, 각자 책임을 분담하여 진행함으로써 출발부터 귀국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고 즐거웠다.
비 내리는 인천 국제공항을 9월 18일 16시 25분 운남항공 편으로 떠나 중국 운남성 곤명(昆明·Kunming)에 도착한 것은 저녁 20시 40분(현지 19시 40분). 온화한 날씨로 기분이 가벼웠다.
첫 인상으로는 국제 도시로 기지개를 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고, 고지대 1890m에 위치한 일명 ‘The Spring City’라 부르는 사시사철 꽃의 도시이기도 하다.
19일 새벽 중전(中甸·Zhungdian·3200m)을 가기 위해 곤명 공항으로 나갔다. 06시 50분 출발 비행기가 지연되었고, 언제 떠난다는 예고도 없다. 지연되는 일은 일상이어서 아무도 항의하는 사람도 없이 조용히 기다린다.
가끔 대합실 내를 다니는 이동 도서판매 카트에 다가가서 책을 고르는 여객들, 중국의 출판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말에 실감이 갔다.
08시15분에 개찰이 시작되었고, 항공기가 이륙한 지 1시간만인 09시50분에 중전에 도착하였는데 바로 이곳이 3200m에 위치한 香格里拉(중국 발음은 hsing ke li la). 샹그릴라( Shan-gri-La: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 속에 나오는 이상향에 처음 쓰인 지상낙원이라는 뜻)는 이곳 공항의 이름이자 이 지역을 이상향으로 전하고 있다.
티베트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동티베트의 자치주 주도, 옷 입은 모습에서 생김생김에서, 취락의 형태에서 특히, 지붕 위에 돌을 얹은 모습에서 다름을 느낀다. 누런 보리밭, 붉은 거상화(주도의 꽃)가 고원에 아름답다.
보리를 수확해서 높은 건조대에 걸어놓아 말리는 모습은 처음 보는 일이다. 고원의 자연 풍광은 평온함과 잔잔함, 마음의 편안함을 갖게 한다. 도원경이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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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남성 대리 지역의 대리삼탑. |
문화유산 보면서 고소순응
옥룡설산(玉龍雪山)의 주봉을 선자도(扇子徒·5596m)라고 하는데 아직 그곳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처녀봉으로, 중국과 일본대가 등반에 실패한 기록만이 남아 있다.
우리 팀의 목표는 대협곡 옥룡설산 서봉(5200m)이다. 고소순응 훈련은 높은 지대의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적용시켰다.
이 계획은 예상대로 이루어졌고 자연스러운 고소순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물론 고소증을 호소하는 대원들이 있었지만 잘 견뎌냈다.
가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백수대를 향했다. 곳곳에 산사태로 도로 보수 중이고, 고갯길이 험준한 산에 걸려 있어 아찔함을 느끼게 했다.
백수대 길은 너무나 심한 꼬불길이어서 차멀미도 났다. 비가 오다 해가 나오기를 반복하는 동안 산길의 고도가 3600m에 이르자 고소증을 호소하는 동료들이 생겼다.
그들은 체한 것 같다고 하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다고도 한다. 이렇게 버스 내에서 자연스럽게 고소순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앞으로의 산행을 위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높은 지대도 숲이 우거져 키 큰 나무가 많고, 돼지·소·말·양을 방목하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백수대에 버스가 닿자 동네 아낙네들이 모여들어 사과·호두·해바라기 씨 등을 사달라고 강권하는 모습은 우리의 40년 전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백수대는 석회암 산이 물을 만나 작고 수많은 선녀탕을 만들었고, 거기에 담은 물 색깔의 고움에 절로 탄성을 올릴 만큼 아름답다.
말을 타고 백수대 위에 오르면, 특이한 복장의 납서족 아가씨들이 노래로 반긴다.
다시 샹그릴라로 돌아오는 길은 우리들에게 고소순응 훈련의 안성맞춤이었고, 투명한 푸른 하늘에 나타난 쌍무지개는 우리가 탄 버스를 계속 쫓고 있었다. 중전에 돌아와서는 장족 민가에서 술도 마시고, 티베트 민속춤을 추며 ‘야소야소야야소’를 합창하면서 즐거운 놀이 시간에 빠져 보았다.
20일 동티베트 최대 사원인 송짠림사 구경, 남벽해의 평원에서 말타기를 끝내고 버스로 여강으로 향했다.
여강을 가는 도중에 양자강 상류인 금사강의 호도협(강폭이 좁은 데에 돌기한 바위를 딛고 호랑이가 강을 건넜다는 설화가 있음)을 구경했다.
호도협의 장관, 노도의 용솟음에 가슴이 조이다가 그 힘찬 물소리가 그 동안의 피로를 싹 씻어 주었다.
여강은 양자강을 사이에 두고 샹그릴라와 마주하고 있다.
우리가 목표로 삼은 옥룡설산이 협곡 사이로 구름을 벗고 얼굴을 내민다. 여강에 가까워질수록 예쁜 건물과 잘 정리된 마을들이 보인다.
여강에 도착하자 장비와 짐을 점검하고, 강경중 대원이 미리 주문한 애돼지 숯불 바비큐로 저녁 식사. 고기가 연하고 맛이 으뜸이라 술 한잔도 곁들였으면 했으나 내일 산행을 위해 참아야 했다.
21일 밤새 꿈속에 과거 좋았던 일, 나빴던 일들이 지나가고 북에 살아 계실지 모를 108세 되신 어머니의 모습도 나타났다. 오늘의 산행을 돕는 계시일까? 아침부터 비는 계속되었다.
여강 시내는 잘 정리 된 중국 알프스의 중심이다. 아쉽게도 비 때문에 흰 눈 덮인 아름다운 알프스 옥룡설산을 도심에서 볼 수가 없다. 버스 안에서 생일 축하를 받고서야 오늘이 내 생일임을 알았고, 꿈속에서 어머니를 뵙게 된 의미도 풀리었다. 행정을 맡은 강경중 대원이 생일을 기악해낸 고마운 선물이었다.
오전은 고소 순응도 할 수 있는 여강 옥룡설산 케이블카(3356m∼4500m)를 탑승하여 빙하를 구경하고, 안개비 속을 걸어서 4680m까지 올라갔다.
대원들 중에서 다행히도 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는 없었다. 하산하자 점심을 먹고 등산구인 옥주경천(3000m)으로 이동해서 말을 타고 베이스 캠프를 향해 떠났다.
비는 계속되고 빗방울은 점점 굵어져 갔다. 비 때문에 베이스 캠프로 정한 전죽림(3670m)을 포기하고, 말들도 하산시켰다. 마황패(3400m)의 동굴에서 하루 밤을 지내며 내일을 기다려야 했다. 동굴은 깊지 않아 겨우 비를 피할 정도다. 비와 바람은 심해지고 춥고 칠흑 같은 어둠만이 처량하게 다가 왔다.
22일, 비에 젖은 침낭에서 뜬눈으로 밤을 세운 대원들은 새벽 4시전에 일어나 각자가 오늘의 날씨를 진단한다. 동굴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 소리는 여전히 크지만, 바깥은 안개비로 변했다. 잠시 후 비가 그쳤다는 홍사룡 대원의 고함 소리에 일제히 함성을 올렸다. 먼동이 트이면서 운해와 일출의 장관이 펼쳐졌다.
김치찌개와 라면 그리고 어젯밤에 남긴 밥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각자 미숫가루로 비상식을 준비한다. 07시 20분 동굴을 떠나서 전죽림, 백설파(4000m), 충조파, 충조화원 (4500m)에 도착했을 때에는 빗방울을 반짝이며 각종 야생화가 반기고, 약초 냄새가 아침 공기를 휘감는다.
설해능선(4700m)에서 바라보는 백설산, 그 옆으로 대협곡(5100m)의 날카로운 능선에 우뚝 선 연필촉 같은 바위가 우리가 목표로 한 옥룡설산 서봉(5200m)이다.
대협곡 건너편에 옥룡설산의 주봉인 선자도가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부채를 펴고 있다. 선자도는 자주 구름 옷을 갈아입고 숨었다가는 다시 나타나는 숨바꼭질을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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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로운 침봉인 옥룡설산 서봉(5200m)에서 태극기를 흔들었다. |
옥룡설산 서봉에 전원 등정
가파른 돌길을 한참 올라가자, 모레인 지역으로 바뀌면서 더욱 미끄럽고 가파르다.
점점 전진이 둔화되고 숨이 차다. 한발 떼고 다른 발을 모으고 하는 느린 동작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선두의 구령에 맞춰 전진을 거듭해서 대협곡의 날카로운 능선에 섰을 때는 대협곡으로 빨려 내려갈 것 같은 공포감에 머리칼이 서는 기분이 들었다. 대협곡에서 올라온 가스가 온 산을 덮기 시작이다. 조심조심 전 대원이 서로를 격려하며 침봉으로 향했다.
12시 40분에 서봉에 도달, 모두의 완등을 축하하며 태극기와 한국출판인산악회 기를 흔들며 만세를 불렀다. 1시 20분 하산을 시작하여 쉬지 않고 걸었다.
지난 밤 잤던 동굴에서 짐을 챙겨 가파른 계곡 길을 미끄러지며 내려가니, 어제 타고 온 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말을 타고 옥주경전까지 내려가는 동안 말과 호흡이 맞아 힘이 덜 들었다. 6시 30분 옥주경전에 도착해 “우리가 모두 다 해냈다” “모두 성공하고 돌아왔다”를 외치며 서로 얼싸 안았다.
여강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성으로 가서 음식점에 들었다. 이게 어인 일인가! 나 몰래 등반대장이 준비한 예순 일곱번째의 생일 축하 케이크와 샴페인, 그리고 조선족 가이드가 마련한 꽃다발, 생일 축가가 울려 퍼지고 등반 성공을 자축하는 기쁨이 겹쳐 고성의 아름다운 밤을 더욱 빛나게 했다.
우리들이 거둔 등정의 성공은 인내를 가지고 토요 산행을 1000회 이상을 지속한 것에서 온 선물이다. 인내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루어낼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운남성 트레킹 정보
곤명 곤명은 운남성의 성도로써 역사와 문화의 도시이며 관광의 중심지이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소수 민족의 문화가 다양하며, 오랜 역사와 독특한 지형으로 인해 많은 유물과 명승지가 보존되어 있다.
지리적으로 중국 각 대도시와 중소도시 및 서울을 비롯한 국제노선을 잇는 항공과 철도의 요충지이며, 운남성의 주요 관광지인 석림·대리·여강 등으로 연결되는 거점이기도 하다.
곤명시의 인구는 약 380만 명이며 회족·백족·묘족 등의 소수 민족을 만날 수 있다.
여강(리쟝)과 고성
여강은 운남성의 서북부에 위치한 2400m의 도시다.
서쪽으로 5596m의 옥룡설산이 버티고 있다.
이 산에서 흘러내리는 신선한 물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고성 곳곳을 흐른다. 이 물줄기들로 인하여 여강은 독특한 정경을 보여준다.
고성의 중심에는 쓰팡지에(四方街)가 있다.
여기에 방사상으로 길이 나있는데 바닥이 모두 돌로 되어있다. 시가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상권으로 많은 상점과 음식점들이 몰려있다. 고성은 나무로 된 기와 건물이다. 삼면이 방이고 한 면이 벽인 구조로 되어있는데, 특히 군락으로 모여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이곳은 1997년 12월 4일 세계문화유산지구로 지정되었다.
옥룡설산
해발 5596미터의 옥룡설산은 정상 부근이 만년설에 뒤덮여 있다. 1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 위에 만년설이 마치 한 마리의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옥룡설산이라 불린다.
4506m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으며 고산증세에 대비하여 산소통을 대여해 준다. 산소통과 방한복은 케이블카 비용에 포함되어 있다. 숙소인 설화산장은 옥룡설산을 케이블카로 올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호텔이다. 이곳 옆으로 케이블카 운행지점으로 가는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다. 모든 사람들은 이곳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로 7분이면 3356m의 케이블카 시작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4506m의 상부 정류소까지는 고도차가 1150m이고, 길이는 2968m나 된다.
케이블카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해야 하는데 수용 인원이 6명인 케이블카가 운항 중이며 최대 420명까지 가능하다. 이곳은 등산코스의 반대편으로 옥룡설산 주봉의 뒷면을 볼 수가 있다.
석림(石林)
곤명에서 남동쪽으로 89㎞ 떨어진 석림은 국가중점 명승지의 하나로서 대석림·소석림· 내고(乃古)석림·장호(長湖)·비룡(飛龍)폭포·월호(月湖)·종유동·선녀호·기풍동(奇風洞) 등 8개 풍경구가 있다.
해발 1760m이며 연평균 기온이 15.6도로 사철이 봄날 같고 풍경이 수려한 관광의 명소이다.
지질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2억 7천만 년 전의 석림 지역은 망망대해의 밑바닥이었다.
순수한 석회암으로 된 지층은 바닷물이 빠지면서 서서히 육지로 나타나 현재와 같이 1760m 고도로 융기되었다.
많은 비와 뜨거운 태양광선으로 인하여 석회암 속의 바닷물 성분과 탄산성분이 용해되기 시작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의 풍화작용을 거쳤고, 마침내 현재의 기기묘묘한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