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들었던 박영훈의 한판, 중국선수의 실수도 박영훈을 도왔다. | 어쩌다보니 절묘한 균형이 맞춰졌다. 통합예선 초반에 강세를 떨치긴 했지만, 예년과 달리 중국기사들이 마음 놓고 활개를 치진 못했다.
8월 6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서 열린 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즈 '통합예선 결승 15판'의 승부는 한국 7명, 중국 7명, 일본 1명으로 판가름 났다.
○●... 한국 7명 한국의 성적은 일단 중국과의 본선진출 숫자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근래 통합예선은 중국의 강세가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상훈 5단을 시작으로 허영호 7단, 박진솔 4단, 연구생 민상연, 강유택 3단, 원성진 9단, 박영훈 9단이 통합예선의 벽을 뚫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재)한국기원 연구생 민상연(충암고 3)이다. 연구생 1군 1조로 허장회 도장에서 수학중인 민상연은 유재호,목진석, 중국의 종원징을 연달아 꺾고 아마추어 12인중 유일하게 통합예선의 높은 벽을 뚫었다. 작년 14회 대회에선 이원영 초단이 연구생의 신분으로 통합예선을 뚫었고, 얼마 있지 않아 입단에 성공한 바 있다.
◀ 민상연
허영호 7단과 박영훈 9단은 중국 신예들을 대상으로 어려운 싸움을 펼친 끝에 본선에 들었다. 박영훈 9단의 판은 이날 예선 결승서 가장 늦게 끝난 판이기도 했다. 허영호 7단은 "어제 3회전에서 씨에허 7단을 이겼더니, 동료들이 마치 본선에 진출한 것 마냥 이야기를 했다. 오늘 만난 타오신란은 씨에허 못지 않았다. 너무 힘들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 중국 7명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임에도, 중국으로선 다소 아쉬움이 남을 만한 결과였다. 그러나 중국은 정상급 기사들보다 좀 더 어린 기사들이 좋은 성적을 냈다는 데서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펑첸, 탄샤오, 리캉, 퉈지아시, 왕레이 6단, 저우루이양, 왕타오'가 본선에 이름을 올렸다. 세대교체를 말하기엔 논리의 비약이 따르긴 하지만, 한국 바둑계에도 널리 알려진 씨에허, 후야오위, 왕시, 뤄시허등이 주르르 탈락한 것을 고려하면 이들 상대적으로 나이 어린 이들 7인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 7인 대부분은 중국 갑조리그에서 활약하는 탄탄한 선수들이다. 이들 말고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국 신예들의 실력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 일본 1명 일본은 무라카와 다이스케(관서기원)의 본선진출이 돋보였다. 매년 세계대회 통합예선에서 절망적인 '본선제로(0)' 을 기록했던 일본이 드디어 본선진출 1명을 해냈다.
◀ 무라카와 다이스케 (90년생 관서기원 소속)
무라카와 5단은 "(본선진출을)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모든 판이 너무 어려웠고, 특히 류싱이 어려웠다. 본선에서 1판이기는게 목표"라고 전했다.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관서기원에서 입단했으며 일본에서의 성적은 그리 대단치 못해 본선에 진출하면 금방 떨어진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얼굴을 잘생겨 한국기원 여성기사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하자 매우 좋아하기도.
무라카와는 김형우, 류싱, 김현섭, 온소진을 차례로 이겼다. - 린즈한과 천스위엔의 분투가 돋보였던 대만은 중도에 모두 탈락했다.
○●... 여성, 시니어, 7일 예선결승 시니어 조는 장주주 9단과 양재호 9단, 김동엽 9단과 서능욱 9단의 승자가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여성조는 박지은 9단과 박지연 2단의 승자가 본선 티켓을 얻는다. 남은 한자리는 김혜민 5단과 상대편(루지아-김은선 中 1)의 승자가 가져간다.
여성과 시니어 기사에게 배분된 2장씩의 티켓은 7일에 주인공이 가려진다. 여성조와 시니어조의 예선결승 대국은 사이버오로를 통해 인터넷 중계된다.
○●... 황-김 사건 재연 여성조 4회전 김은선-루지아 판은 분쟁이 생겼다. 예전 김강근-황이중 사건과 판박이 처럼 똑같다. 중국선수 루지아가 사석을 상대의 돌통에 넣었고, 김은선은 흘린 돌을 넣어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반집은 확실히 이길 것으로 생각한 김은선은 끝내기를 자신의 계가에 맞춰 했고, 계가를 끝냈을 때, 루지아가 사석하나가 더 있다고 하게 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계가방식 차이때문에 아주 가끔씩 일어나는 일이며, 딱 반집차이가 날 때 승패판정에서 큰 문제가 된다.
박정상 9단은 "(명확히) 이건 비매너다. 중국이 (오픈전 형식의) 통합예선에 참가한지가 한~두번도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룰의 계가에서 그런 행동이 어떤 식으로 비춰지는 지 알 때도 됐는데) 아무 생각없이 한국대회에서 중국룰로 그냥 계가하려 한다. 비슷한 사례가 있지만 한국기사들이 참을 때도 있었다. 이번에도 진동규 5단이 리저와의 대국중에 참고 말았다. " 고 말하기도.
입회인 심종식 8단은 한국기원 심판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재대국 등의 판정을 내리게 된다. 지난 '황-김'사건 때는 재대국 판정을 내렸었다. 결국 1시간이상 끌며, 한국기원 심판위원회, 중국기원 관계자의 의견을 들은 결과 김은선-루지아의 대국은 오후 8시 30분부터 재대국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 박영훈(좌) 앞의 중국기사 차이징, 큰 실수를 한 듯 무척 괴로워하고 있다.
▲ 김은선-루지아 분쟁대국. 이 상태에서 1시간여 동안 한 치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했다.
▲ 원성진-이원도의 판은 한국기사간 대결이라 오히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날 가장 치열하면서도 매우 늦게 끝난 한 판이었다. 복기중에도 패자인 이원도(우)의 아쉬움이 강하게 느껴졌다.
▲ 입회인 심종식 6단의 고민, 김은선-루지아 분쟁대국. 왼쪽에 루지아, 오른쪽에 김은선, 중앙에 입회인- 복기를 해서 따지면 중국의 반집승으로 판정할 수 있지만, 그 전 상황에서 사석을 남의 돌통에 넣는 것은 한국의 계가방식에선 거의 대놓고 사기를 치는 듯한 비매너이기 때문이다.
▲ 거~참....
▲ 연구생 민상연(우)의 승리와 복기
▲ 연구생 민상연, 통합예선에 참가한 아마추어 12인중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
▲ 박지은 9단의 대국모습
▲ 또 다른 박, 7일 박대박 대결을 펼치게 될 박지연 2단, 지지옥션배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박지연은 표정이 상당히 다채로운 편이다.
▲ 일본의 희망, 관서의 희망. 무라카와 다이스케
중앙일보와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후원하는 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총상금 규모는 6억 600만원이며 우승상금은 2억원, 준우승상금은 7000만원이다. 제15회 삼성화재배 통합예선 대진표 다운로드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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