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지금은 폐간되어서사라진 잡지 '사목'에서 2007년 4월호에서
우리시대 우리교회라는 주제하에 소공체를넘어서에서 이미 이를 말하고 있다
말씀 중심의 공동체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소공동체의 중심축은 바로 말씀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그동안 소홀했던 말씀을 가까이하고, 공동체에서 복음 나누기를 통해 말씀 안에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나며, 말씀에 비추어 자신의 삶과 공동체의 삶을 돌아보고 이를 실천하도록 한다. 복음 나누기의 방식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교구에서는 아프리카 룸코 연구소에서 개발한 복음 나누기 7단계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방법을 통해 과연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에 깊이 맛들이고 말씀 안에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복음 나누기 7단계의 방법, 곧 성경을 함께 읽고,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세 번씩 외치고, 묵상한 내용을 나누는 이와 같은 방식은 문맹률이 높고 인쇄물이 발달되지 않은 아프리카의 현실에 맞게 개발된 방식이라고 한다.
실제로 복음 나누기 7단계의 방법으로 2년 동안 매주 복음 나누기를 해 보니, 처음 몇 번은 공동체와 함께 읽고 묵상하는 말씀이 살아 다가오고, 서로의 체험을 나누면서 각자 안에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나는 감동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복음 나누기가 형식적으로 되어 버리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똑같은 구성원이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나중에는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할지 뻔히 알게 되고, 오히려 틀에 박힌 형식이 말씀을 지루하게 느끼도록 하는 장애 요소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 묵상 나누기 시간이 묵상 내용 경진 대회처럼 되어 버리더라는 이야기도 있다.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에 겸손되이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기보다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멋지게 말할지를 생각하는 데 골몰하게 된다. 소공동체 구성원이 노인들만 있는 경우에는 성경을 읽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기도 하고, 묵상 나눔보다 자신이 살아온 역정에 대해 하소연하는 시간이 되는 것도 흔한 예이다. 또한, 말씀이 치열한 삶의 자리에서의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도 말씀이 공동체 안에 살아 숨 쉬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일괄적으로 복음 나누기 7단계를 하도록 했던 것이 무리가 아닌가 싶다. 일상생활에서 전혀 성경을 읽지 않다가 모임이 있는 하루,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모여 복음 나누기를 하는 것만으로 말씀에 깊이 맛 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이와 같은 정형화된 형식을 버렸을 때, 말씀 안에 살아 계신 하느님을 참으로 만나게 되지는 않을까? 여기에 반드시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교회에서는 오랫동안 ‘거룩한 독서’의 방법을 통해 말씀을 읽고, 말씀으로 기도하며, 묵상해 왔다. 여기에는 특별한 형식을 필요하지 않는다. 최근 각지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거룩한 독서’의 바람을 기쁜 마음으로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공동체의 이상
지난 15년 동안 ‘소공동체’란 말이 사목의 가장 큰 화두처럼 여겨져 왔다. 그렇지만 지나온 발자취를 보면 소공동체의 이상들은 제쳐 둔 채,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사목 구조,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한 공동체 구성, 일주일에 한 번 모이기, 복음 나누기 7단계 등의 몇 가지 요소들만 부각되어 남아 있다. 이처럼 한국 교회에서 사목 도구로 정형화된 모습의 소공동체라면 과감히 포기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교회 구성원들에게 또 다른 부담과 강제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소공동체란 것은 복음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실상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 예수님께서 선포하시고 보여 주셨으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따라야 할 하느님 나라는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한 적이 없다. 소공동체가 이상적인 교회상을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해서 인위적으로 소공동체의 틀을 만들어 놓고 그것이 전부인 양 한다면 소공동체가 또 하나의 우상, 또 하나의 유혹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소공동체의 성패가 아니라 소공동체가 추구하는 공동체의 이상, 그 복음적 충만함이 교회 안에서 하나의 씨앗이 되어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평신도들은 더욱 주체적으로 자신과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신앙을 책임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교회는 일방적으로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자연스럽게 이들 공동체가 형성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하고, 공동체들이 지향해야 할 복음적 가치에 대해 힘 있게 외쳐야 할 것이다. 지난 시간의 경험이 우리 안에 씨앗이 되어 “함께 모여 기도하고 봉사하고 사랑하며, 무엇보다도 가난한 자들에게 귀 기울이고,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선물을 키워 나가는 공동체”(장 바니에, 『공동체와 성장』, 성바오로, 133면 참조), 말씀의 힘이 살아 숨 쉬는 공동체, 세상의 가치가 아닌 복음의 가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공동체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오기를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