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자랑/류인록
부천시는 문향이 흐르는 문학의 도시다. 일찍이 소설가 양귀자씨가 원미동에 살면서『원미동사람들』이란 책을 쓴 배경도 이곳이다. 물론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겠지만 그는 이곳에 살면서 원미동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접할 수 있었던 계기가 한권의 유명한 책이 되었고 그 영향을 받아 그는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다.
원미2동 주민자치센터에는 주민자치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다른 주민센터에서는 흔치 않은 올해로 6년차 된 ‘에세이반’이 있다.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강사직을 맡고 있는 박창수 작가는 신문/잡지/사보/취재기자이며 현재 KBS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중이다. 이곳 수강생들의 연령대는 40~70대이다. 어떤 날에는 청강생으로 방학 때 엄마를 따라온 초등생, 며느리와 같이 온 시어머니, 딸과 같이 온 친정어머니도 있다. 또한 직업도 다양해 전업주부, 사업가, 정년퇴임한 공무원, 회사원, 직장인이다. 성별, 나이, 직장은 각양각색이지만 오직 공통된 것은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들은 소설가, 에세이반 강사를 꿈꾸고 있는가하면,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를 글로 남기고픈 자서전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다.
문을 연 첫해부터 십시일반 적은 돈을 갹출해 공동 수필집을 냈다. 첫해 수필집 제목은 『그해 겨울 사람냄새가 좋았다』첫해에 참가한 수강생들은 누구나 처음으로 책을 냈기에 그 기쁨은 당사자들만이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해에는『글로 푸는 원미동 사람들』이란 책을 펴냈고 입소문을 타고 점점 이웃으로 ‘에세이’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3년차에는 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K’씨가 자서전을 쓰기위에 잠시 같이 공부를 하기도 했다. 3년차『머무르고 싶은 순간들』이란 책을 펴내고 나니 수강생들은 여러 분야의 수필 공모전에 스스로 찾아가 수필 부문, 시부문 등에서 입선의 영광을 안고 오는가 하면, 방송국에 수강생들이 글을 보내 이번이 6번째 채택되어 방송이 되었고 푸짐한 부상을 받는 기쁨을 안았으며 중국에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N’씨는 지난해 한·중 수교 23주년 기념 중국대사관에서 공모한 수필부문에서 3등에 뽑혀 중국대사관에 초청받아 중국대사로부터 상장을 받고 부상으로 베이징 왕복 항공권을 받기도 했다.
4년차에 접어들자 수강생들의 글 솜씨는 점점 무르익어갔고 서울의 ‘S’출판사가 우리 수강생들의 원고를 기증받아 『글 바람난 여자들』이란 책을 출간해 전국 서점에서 2쇄까지 판매되고 있으며 한편 ‘원미구’에서는 청사 4층 복숭아홀에 행사장을 제공해주어 주민들, 관계 단체장들과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올 봄과 여름에는 우리 에세이교실의 소식이 공무원 연금관리공단과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실리기도 했다.
올 가을에는 부천시 행복학습센터에서 주최한 아카이브 사진 공모전에 ‘수다쟁이의 다락방’이라는 제목으로 응모하여 우리 에세이 교실이 선정돼 우수상을 받는 영광을 차지했는가하면 문학기행으로 춘천에 있는 김유정 문학관에 다녀오기도 했다. 오는 11월 시(市)의 지원을 받아 또 한 번의 수필집을 내기로 확정돼 수강생들은 글 준비에 여념이 없는 기쁨으로 가득 차있다.
문을 연 첫해에 수강생으로 참여했던 'S'(여)씨는 현재 원미2동 주민자치위원장이고 'K'(여)씨는 박작가의 권유로 방통대에 들어가 지난해 졸업하고 뒤이어 한자(漢字) 1급자격증을 땄으며 현재『원미마루』편집장을 맡고 있다. ‘에세이’ 반의 살림을 맡고 있는 'CH'(여)총무는 직장에 다니지만 매주 일요일이면 대학 강좌에 다니며 ‘글쓰기반’의 강사를 꿈꾸고 있다.
원미2동에는 우리 ‘에세이반’ 과 나이가 같은『원미마루』라는 신문이 있고 기자들은 대부분 에세이교실에서 글쓰기를 습작한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오는 10월 13일『원미마루』창간 5주년 기념식이 동 청사에서 주민과 단체장들이 모여 열릴 예정이다. 원미2동 주민센터는 이번 전국 주민자치위원회 박람회에 선정돼 10월 27일~30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며 이곳에 우리들이 쓴『글 바람난 여자들』외 3편의 에세이집, 우리 동 행정팀장(박경덕)이 쓴『대한민국 주민자치 실전서』우리 동네 신문『원미마루』와 여러 자치프로그램에서 갈고 닦은 끼와 재능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늘이 있기 까지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지도해준 박창수작가, 주민자치위원회,에세이교실을 창설할 수 있게 해준 퇴임한 전 김현규동장, 동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