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번쯤 쉬었다 가도 좋으리
한 캠퍼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담이네님은 이제 좀 쉬어가며 해도 돼요?"
다름 아닌 캠핑이야기다.
돌아보면 무엇이 그렇게도 고팠던지 마치 이를 악물고 캠핑을 가는 형국이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도 그렇게 보였을까?
넉넉한 살림이 아니어도 넉넉하게 사는 방법은 있었다.
그게 우리 가족에게는 캠핑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거기에 여유로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면 세상에 그만한 것이 어디 있을 것인가.
여러 가지 일이 겹쳐 좀처럼 짐을 싸들고 나가질 못했다.
친한 벗들이 여기저기서 텐트를 치고, 장만한 음식을 펴놓고,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사이에
나는 집안일, 회사일을 택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일에 더 욕심을 낼 생각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처음 캠핑을 했을 때처럼 조용하고 소박하게 돌아갈 생각이다.
오랜 지인들과는 자주 옛날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때가 정말 그렇게도 좋았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장비의 럭셔리 여부를 떠나서 많은 캠퍼들이 스타일리쉬한 캠핑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뚜기령을 찾아고, 꽃동네 벙커를 찾았고, 산정호수 근처를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직원들을 내보내고 사무실에 덩그러니 홀로 남았다.
일이 많아지고, 번잡해졌지만 사회에 나온 이래로 처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
개인적인 상황은 정리되지 않았지만, 마음은 어느 정도 가다듬어졌다.
내부 일을 떠나 외주도 받아서 시간을 쪼개가며 일하는 수고로움이 오히려 삶의 활기를 준다.
당분간 고단한 삶을 안아가며 살고 싶다.
그렇게 5일을 보내고 텐트 싣고 떠나는 캠핑이라야 제맛을 느낄 것도 같다.
마치 지금은 휴지기 같은 나날이 아닐까 싶다.
시간 나는 대로 장비를 하나씩 꺼내서 들여다본다.
캠핑 첫 해에 샀던 랜턴은 이제 '날 좀 고쳐서 쓰세요' 하고 항변을 한다.
특히 몇몇 장비는 이제 세월을 흔적을 어쩌지 못한다.
그 장비를 하나씩 사서 첫 가동을 해보던 때의 설렘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
과유불급을 생각하고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는 반성이 든다.
어느 샌가 진한 에스프레소가 아니면 커피 자체를 마실 수 없게 되어 버렸고,
수제 맥주 맛을 알아 기성맥주가 맛이 없고,
고급 고기 맛, 해물 맛에 길들여져 도통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그게 내가 바라던 캠핑이었을까.
요새는 세 식구가 떠나서 낮잠을 잘 정도로 시간이 많았던 때 얘기를 많이 한다.
그만큼 그런 캠핑에 목말랐다는 얘기일 거다.
회사와 식구들의 변화가 많았던 만큼 어느새 흘러가버린 캠핑 스타일의 변화가 개인적으로 필요한 때다.
2. 기적의 도서관과 순천만
보고 싶었다.
지방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도서관 구경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지만 분명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도서관의 새로운 운영 사례를 보여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아이들, 교사, 부모(솔직하게는 엄마들, 아빠는 나 혼자였다...^^)가 같이 기적의 도서관을 가기로 했다.
담맘을 보내고 남양주든 포천이든 뜰까도 생각했지만,
출판밥 먹는 사람이 도서관 자세하게 보고올 기회를 마다하는 건 직무유기라는 생각에
선뜻 따라 나서기로 했다.
너무도 자상하신 버스기사께서 휴게소를 무려 네 번이나 들르는 바람에 4시간이 걸려 도착한 곳.
이동 도서관 버스가 눈에 확~ 들어온다.
벌써 뭐가 달라도 다르다.
나는 사실 모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책읽기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았다.
매번 밀리언셀러가 나오고, 너도 나도 읽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
더욱이 상업출판사의 욕심까지 곁들여진 비빔밥을 도무지 좋아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출연을 거부했던 모 출판사 사장의 용기를 칭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에서 도서관 하나가 지역민을 얼마나 바꾸고 있는지는 이 도서관을 보면 안다.
적어도 도서관을 통한 각종 프로그램의 결합은 이제 준거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서관의 소모임에서 추천한 책들이 독서의 분위기를 이끌기도 하고,
독서의 지침으로까지 승화하는 현장은 사실 관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기도 할 터이다.
청소년들은 사서 도우미를 하고,
나이 드신 어른들은 이야기방에서 옛날 이야기를 읽어준다.
그것은 단순히 도서관이 책 빌려 읽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말로 하는 것보다,
이렇게 장갑을 끼고 한 장씩을 넘기면서 책을 소중함을 알게 된다.
세계의 귀한 책들을 모아놓은 곳에서 1800년대에 만들어진 안데르센 동화를 본다.
그의 자서전을 준비했던 나로서는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물론 옥에 티는 있기 마련이다.
다시금 재단장한 도서관은 장서를 연령별로 세분화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아이들의 기준이 아니라 어른들의 기준일 뿐이다.
사실 기준이라는 말도 나는 꽤나 싫어해왔다.
기준을 세우고 좌우로 나란히 하는, 군대식 정렬법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적응될 것 같지 않다.
지방 모 서점에는 이런 조그마한 전시 공간이 있다.
서점에서 그림을 보고, 도서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어쩌면 생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만 좇다보면 그건 생각할 수도 없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여러 의견을 받아,
분명 발상의 전환을 하려고 했던 흔적이 역력하다.
도서관에 이야기를 읽어주고, 수다떨 수 있는 방은
그런 생각이 없으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도서관을 둘러보고 담배 한 대 물기 위해 나오니
도서관 옆 공원에서 나눔 장터가 활기 차다.
책더미에서 골라 천 원씩 주고 책 두 권을 샀다.
이제 순천만에 들를 차례....
도서관만 보고 가기에는 아무래도 성이 찰 것 같지 않아서겠지?
입구에는 축제 분위기를 띄워주는 포크 가수들의 노래가 한창이다.
그런데 저 분은 누굴까? 나올 때는 박학기... 역시 이제 구식이 되었군, 나도....^^
용산에 올라가 내려다보아야 제 맛이라는데, 아이들 때문에 포기하고 만다.
일몰이 그럴듯 하다는 말은 들었던 터라 더 아쉽다.
애들 밥 챙겨 먹여야 하니 서둘러야 한다...
물론 이건 어른들의 속마음과는 다르다.
서둘러서 낙안읍성도 돌아볼 계획이었지만 그 계획을 벌교 꼬막정식으로 바꿔버린 어른들...
아, 먹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
순천만의 도요새, 너도 이제 빠이빠이~
담이는 늘 담임선생님이 제일 좋다.
설정샷을 별로 즐기지 않는 담군도 얌전하게 사진을 찍는군....
낙안읍성과 맞바꾼 꼬막정식....
참꼬막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세꼬막과는 차원을 달리 하는 통통함에 푹 빠져서, 포장배달을 시켜 싸갖고 와서는 이틀 만에 먹어치웠다....^^
술도 한 잔 했으니 귀가길이 편안하다.
휴게소에서 달빛을 보고 있자니 문득 여기저기 캠핑하고 있을 벗들이 아른거린다.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그들이 먹었다는,
그리고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훈제연어 샐러드를 쳐다보고 또 쳐다본다....
첫댓글 죄송합니다......이런 생각이신줄도 모르고 연어샐러드 사진 같은 스팸메일을 보내서....
김수철의 노래중 정신차려 이사람아~~노랠 아세유? 튀~=3=3=3 후다닥~토욜날 거기서 봐유~~
시~~~로
시로? 그람 관도!!!
김수철의 노래는... "정신차려 이 친구야~~"일텐데....ㅋㅋ
마쵸아우의 스팸사진을 보며 다음 캠핑 때 연어샐러드 안 먹으면 성을 간다고 생각했음....ㅎㅎ
도서관...직무유기...ㅎㅎ 글쓰는 재주도 엄고...말주변도 엄고...그저 먹고 놀기만 좋아했는데...책과 친해지도록 해봐야겠습니다만...글쎼요 ㅡ.,ㅡ 순천만...너무 아름답고 좋다고 하드만....언제 가보려나...담이네님 노숙장에서 쐬주한잔 하시죠
책과 친해지지 말고 랜턴 하고 쭉~ 사귀면 돼...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까...ㅎㅎ 앞으로 계속 거품 무는 거 보고 싶은 1인....ㅋㅋ
켁 이젠 접었습니다. 아직 8류가...국제미아....
참 내, 그 미아들이 빨리 돌아와야 할낀데.... 배송료 다 합치면 2,3백 될 텐데 말여...ㅋㅋ
''혼자 놀줄 모르면 세상 바로 살기 어렵다...' 아버지께서 해 주셨던 말씀중에 요즘 자꾸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
전에도 한번 들려주신 경구네요.... 가끔씩은 혼자 놀 줄 알아야 정신건강에도 좋겠지요...^^
우리집에서도 구도서관에 책 대여하러 자주 갑니다.이런 도서관이 우리동네에 있으면 애들과 안지기가 좋아하겠죠.낙낙안읍성 대신 벌교의 꼬막정식 저도 꼬막정식이 땡기네요.갈수록 느는건 맛집 찾는 식탐만 늘고 정서는 메마르고 그러네요.......^^
제가 달리 살이 올랐겠습니까...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는 법이지요....ㅎㅎ
글에서 잔잔한 감동과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랜턴이든 달빛이든 웃음 머금고 함께 소주 한잔해야 할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에너자이저님과 소주를 한잔 해야 힘이 팍팍 생길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ㅎㅎ 사실 나 장어도 무쟈게 좋아해....^^
담이의 눈빛이 그 어느때보다도 편안해 보입니다..선생님의 힘이겠지요..그곳의 삶이 아이에게도 안락함을 주니 참 좋은부모이심은 틀림 없는 듯 합니다.^^
학업을 등한히 하는 아이로 무럭무럭 크는 중입니다... 수학 갈쳐주기 넘 힘들어요...ㅎㅎ
연어 샐러드와 꼬막 중 택하라면 꼬막을 택하겠어.. 물론 다 먹고 연어도 먹겠지만ㅋㅋㅋ 우리 보다 좋은 구경 했네! 천천히 황소걸음으로 살자고.....
넵, 알겠습니다.... 저는 연어 샐러드 먼저 먹고, 꼬막을 먹겠습니다.... 와인 한 잔 하고, 소주 한 잔 하고....ㅎㅎ
1년에 한 번씩 캠핑장에서 인사만 드렸지만 온라인상으로 뵌 모습에 오랜시간 함께 한 듯 착각하고 있는 1인입니다. 언젠간 꼭 한 번 같이 캠핑을 하는 날이 오겠죠? ^^* 캠핑을 다시 생각해보게하신 말씀 고맙습니다..
여기저기 잘 싸돌아다니니 뵐 수 있을 겁니다.... 늘 행복하세요...^^
동두천 근처에 칠보산~ 해룡산~ 왕방산~ 국사봉을 도는 16~7Km산행 길을 점심도 안먹고 파친듯 미친듯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산행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따라 다 돌기는 했지만 스쳐가는 바람의 소리도 못보고 낙엽이 떨어진 沼에 있는 단풍잎차는 어찌 음미 할 것인지?? 졸졸졸 흐르는 냇물의 부름에 답을 해야 하는데....
그렇죠... 솨~ 하고 떨어지는 낙엽 소리 듣는 묘미가 이 계절에는 있는데 말입니다... 가을 꽃 쳐다본 지도 좀 됐네요... 잘 새겨 듣겠습니다....^^
캠핑이아니면어뗘...때론 맘편하게 이렇게 여행을 함하는것도 좋은추억이 되는것을...^*^
그래두 제주 한 바퀴 도는 것이 더 좋을걸...ㅎㅎ 이게 다 나중에 추억이 되기는 하려나? ^^
뭐지??? 그러니까 결국 캠핑은 아직이고 아들과 도서관 다녀왔다는 이야기지요?
뭐 말하자면 그 얘기지요... 사람 염장을 그렇게 꼭 질러놔야 속이 편하다는 이야기지요? ㅎㅎ
이번주도 갔다온 캠퍼가 부러운 이유는 뭔지 원.. ㅎㅎㅎ
다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다닐 여유가 있을 때 원 없이 다니심이 좋을 줄 아뢰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잘 구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