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일 개인전 '나비를 꿈꾸다' 2006년 2월 20일 ~ 2월 28일 갤러리 카페 브레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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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4년 시절, 그 때는 무척 배가 고팠다. 학교 식당의 작고 네모난 우유팩과 토스트 한 개는 20대 젊은이의 배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3년 동안 점심으로 먹은 라면은 이제 코에서 냄새가 나지만 그나마 호사스러웠다. 돈을 벌어야지...이 지겨운 삶에서 벗어나야지......
어두운 골목의 노래방입구, 철가방을 든 남자가 급히 나와 오토바이에 시동을 건다, 그 계단으로 두어 명의 젊은 여인들이 총총걸음으로 들어간다. 도우미들 인가보다. 좀 이른 퇴근길에는 택시를 기다리는 잔뜩 멋을 낸 무표정한 여인이 서있다. 이 동네가 바로 선수촌이다. 문뜩 필리핀여행 때 가본 가라오케가 떠오른다. 스무 살도 안돼 보이는 앳된 소녀들이 선택받기를 기다리며 쑥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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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선 누구나 더 높은 고급사회로 상승을 하고 싶은 신분상승을 꿈꾼다. 젊은 시절, 그리고 지겹도록 어렵고 궁핍한 환경과 하층계급에 속할수록 그 꿈은 간절하여 최소한 자신이 속한 곳에서 탈출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그런 꿈을 꾸는 모두에게 신분상승을 허락하지 않으며 로또에 뽑히는 확률만큼 극히 제한된 소수만이 high society로 진입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다시금 주저앉아 신분상승을 하지 못하며 여전히 같은 꿈을 꾼다, 습관처럼…….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메시지이지만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당신에겐 신분 상승은 없다”
나는 로또를 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꿈이란 것을 알아 차렸기 때문이다. 아마 그들도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차라리 나비가 되고 싶은 것인가. 하루아침에 더러운 유충에서 화려한 나비로 탄생하는 꿈을 꾸기 위해 간절히 나비를 몸에 새겨 놓았나 보다.
허망하지만, 그래도 가련한 그 꿈을 사진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디지털 사진은 비현실의 꿈을 구성하기에 좋은 도구이며 현실의 기록에서 자유로워 사실의 기록으로 가도록 도와주었다. 나비는 신분상승을 지시하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사용한 나비 이미지들은 채집되어 박제된 표본을 찍은 것이다. 죽어버린 신분상승인 것이다. 일부 모델을 제외한 아름다운 젊은 여인의 몸, 매혹적인 트랜스젠더의 이미지는 그런 꿈을 갖고 있는 실제 인물들이며 이들은 화려한 꽃들과 같이 있지만 이미 죽은 이미지와 합성되어 부질없는 신분상승의 사회적 심리가 표현되었다. 꿈은 죽은 것이다. |
갤러리 카페 브레송 | 02-2269-2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