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정 축일: 진정한 가정의 의미와 회복의 길
성탄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이 특별한 시기에, 우리는 예수님,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성 요셉으로 이루어진 '성가정 축일'을 맞이합니다. 성가정 축일은 단순히 한 성인의 가정을 기리는 날을 넘어, 이 땅의 모든 가정이 지향해야 할 사랑과 희생의 이상을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이 축일을 맞아, 진정한 가정의 의미를 탐색하고 우리의 가정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길에 대해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 성탄 시기, 성가정 축일이 주는 의미
성탄 대축일의 환희와 경배의 물결이 지나간 후, 교회는 곧바로 예수님의 탄생 환경인 '가정'에 주목합니다. 아기 예수가 왕궁이 아닌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지만, 그분의 삶의 시작은 지극히 평범하고도 숭고한 가정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성가정 축일은 우리에게 가정이 신성한 장소임을 깨닫게 하며,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가장 일상적인 공간, 바로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성가정의 모범을 통해 우리 역시 매일의 삶 속에서 사랑과 신앙을 실천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상기하는 날입니다.
2. '가족', '가정', 그리고 '식구'의 의미를 찾아서
우리는 '가정'이라는 말을 너무나 흔하게 사용하지만, 그 본질적인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공간 공유를 통한 '우리'의 형성
'가족(家族)'이 혈연 중심의 공동체라면, '가정(家庭)'은 그 구성원들이 함께 머무는 물리적 공간과 정신적 환경을 포괄하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진 단어는 바로 '식구(食口)'입니다. 식구는 '한솥밥을 먹는 입'이라는 뜻으로, 단순한 동거를 넘어 생계를 함께하며 삶의 고통과 기쁨을 공유하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진정한 가정은 단순한 '가족'의 구성원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공간을 공유하는 가운데 '우리'라는 공동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곳입니다. 성가정은 비록 가난하고 불안정한 환경 속이었지만, 서로를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믿음으로 완벽한 '식구'를 이루었습니다. 우리 가정이 진정한 '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감정과 시간을 공유하는 식구로 거듭나야 합니다.
3. 성가정의 두 기둥: 돌봄과 격려
성가정이 세상의 모든 가정에 모범이 되는 이유는 바로 '돌봄'과 '격려'라는 두 기둥 위에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요셉: 침묵 속의 헌신적인 돌봄
성 요셉은 성가정의 머리로서 하느님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아내 마리아와 아기 예수님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난 가는 험난한 여정 속에서, 요셉은 불평 없이 낯선 땅에서 생활을 꾸려나갔습니다. 그의 돌봄은 말로 표현되지 않은 묵묵한 헌신이었습니다. 현대 가정에서 종종 잊히는 것은 바로 이 '침묵 속의 책임감 있는 돌봄'입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가족의 안전과 생계를 책임지는 이의 헌신이야말로 가정의 가장 강력한 초석입니다.
마리아: 믿음과 사랑의 격려
성모 마리아는 구원의 역사에 동참하는 위대한 소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일상 속에서 예수님과 요셉을 깊은 사랑과 믿음으로 격려했습니다. 그녀의 삶은 하느님에 대한 굳건한 신뢰와 가족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였습니다. 가정 안에서 서로를 향한 믿음의 격려가 없다면, 그 가정은 가장 작은 시련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성가정은 돌봄과 격려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완전한 공동체였습니다.
4. 현대 가정의 위기와 성서적 해결책
현대 사회에서 가정은 바쁜 일상, 개인주의 심화, 그리고 소통의 부재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가정을 '생활의 성소'라고 부르며, 가정의 회복이 곧 사회의 회복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성가정의 모범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성가정이 제시하는 해결책
현대 가정에 필요한 덕목
실천 방법
인내(Patience)
서로의 부족함을 수용하는 마음
잦은 다툼과 오해 속에서도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합니다.
용서(Forgiveness)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능력
과거의 잘못을 반복해서 들추지 않고, 용서를 통해 새롭게 시작합니다.
감사(Gratitude)
일상 속 작은 은총을 발견하는 시선
가족 구성원들의 수고와 헌신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우리의 가정에도 인내와 용서, 그리고 감사의 정신이 스며들 때, 비로소 성가정이 누렸던 평화와 기쁨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가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막입니다.
5. 일상 속 작은 실천: 안부와 소통의 가치
가정의 회복은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실천에서 비롯됩니다.
진심을 담은 안부 나누기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 때, "오늘도 평안했니?", "푹 쉬어라"라는 진심 어린 말 한마디는 가족 구성원에게 큰 안정감을 줍니다.
함께하는 식사 시간을 성스럽게 지키기입니다. 식탁은 단순한 식사 장소가 아니라,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는 가정의 성소입니다. 가능하다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온전히 대화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기적인 소통 채널 만들기입니다. 바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모두가 모여 대화하는 시간을 정하고, 그 자리에서는 비판보다는 격려와 경청이 중심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성가정 축일을 맞아, 우리의 가정이 하느님의 사랑이 머무는 참된 성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 각자가 성 요셉처럼 묵묵히 돌보고, 성모 마리아처럼 깊이 격려하며, 아기 예수님처럼 순수한 사랑을 나눌 때, 이 세상의 모든 가정은 진정한 '우리'가 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송용민(사도요한) 신부
첫댓글 신부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