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세단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K3
직장생활, 그러니까 돈을 벌게 되면 꼭 사고 싶은 차, 결혼을 하면 꼭 사야할 차, 은퇴하신 부모님께 선물하고 싶었던 차가 있었다. 갑자기 기아 K3가 위시리스트 맨 위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 고객확보를 위한 모델로 준중형세단은 매력 만점이었다. 성능과 편리함에 편안함까지 삼박자는 기본이고, 가격경쟁력까지 한데 모을 수 있었다. 덕분에 매월, 매년 판매량 순위에서 준중형세단이 맨 위를 차지했다. 준중형세단은 진리였다.
잠깐 기본적인 질문 하나. 왜 자동차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신차를 발표할까? 왜 자동차메이커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그럴싸한 단어를 조합해 아름다운 문구를 만들고,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람들 눈을 현혹하는 영상을 짜낼까? 자동차 판매가 늘면 소비자들의 자동차를 보는 눈이 다양해지고 높아질 것이며, 덕분에 자동차문화가 성숙해지기를 기대해서? 그렇게 되면 다시 자동차판매가 더욱 늘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소비자들의 자동차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흠, 자동차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세상에 있던 차, 세상에 없던 새로운 차를 만든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해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고. 이 과정의 반복이다.
자동차회사가 꿈을 그릴 때는 스포츠카를, 돈이 필요할 때는 SUV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 그들의 청사진을 세우기 위해 스포츠카와 같은 미래 디자인을 스케치한다는 의미일 터. 그리고 컴팩트 SUV부터 풀사이즈 대형 SUV까지 SUV가 대세가 된 요즘을 빗댄 말이리라. 카이엔이 포르쉐의 현금인출기 역할을 했다는 건 우스갯소리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렇다. 자동차를 그리라고 하면 스케치북은 온통 세단으로 가득했는데, 스케치북의 반을 SUV가 차지하기 시작한 지도 꽤 됐다. 정의도 내리기 어려운 크로스오버가 나와 자동차가 더 이상한 모습으로 바뀌려는 찰나 자동차는 또 진화한다. 미래라는 단어와 함께 하이브리드가 나오고 전기차와 수소차가 존재를 드러낸다. 인간 상상력의 끝이 없음을 자동차에서 보게 될 줄이야!
물론, 각양각색 자동차들이 도로를 점령하기 전, 한때 모든 이들이 ‘첫차’로 꿈꿨던 차가 있다. 직장생활, 그러니까 돈을 벌게 되면 꼭 사고 싶은 차, 결혼을 하면 꼭 사야할 차, 은퇴하신 부모님 편하게 타고 다니라고 선물하고 싶었던 차. 가장 쉽게 볼 수 있고, 가장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준중형세단 말이다. 세월은 흐르고 세대는 바뀌며 자동차는 진화한다. 경차의 고급화에 밀리고 중대형차의 대중화에 치이고, 이래저래 사람들 마음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는 차가 또 준중형세단이다. 어쨌든, 브랜드에게 한때 매력덩어리였던 준중형세단은, 골칫거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담스러운 존재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애매모호한 신세를 정면 돌파, 대한민국 준중형세단의 지존 현대차 아반떼 자리를 넘어 조만간 ‘대박’까지 노리고 있다. 올해 2월, 6년 만에 2세대로 풀모델체인지를 끝낸 기아 K3 얘기다. 지금까지 국내 준중형세단의 절대강자는 아반떼였다. ‘아버지’들의 ‘드림카’가 그랜저였다면, 엘란트라 이후 지금까지 30년 동안 ‘직장인’들 현실적인 ‘꿈의 첫차’는 아반떼였다. 동급에서 세계최고라고 했던 토요타 코롤라가 한국시장에서 채 1년도 버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아반떼 때문이었을 정도. 마침내 K3가 그런 아반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기아는 K3에 최신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등 미래시장을 향한 혁신 이미지를 담았다. 기아가 강조하는 ‘젊음’과 ‘스포티함’,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최신 ‘트렌드’를 K3로 표현한 것. K3는 곤궁에 처하기 시작했던 모든 준중형세단 부활의 단초라고 할 수도 있다.
우선, 스포티한 쿠페 부럽지 않은 매끈한 디자인이 K3의 강점 중 하나다. 기아는 K3의 다이내믹한 디자인 컨셉트 위에 예쁜 근육까지 그려냈다. 긴 보닛 스타일에 또렷한 라인을 새겨 볼륨감을 더하고, 기아의 상징인 특유의 호랑이코 그릴과 시그니처 디자인인 엑스크로스 LED를 적용해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한껏 살렸다. 보닛에서 출발해 루프를 거쳐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유려한 라인을 통해 역동성도 보여주며, 뒤쪽의 애로우 라인 LED 테일램프 및 수평형 방향지시등을 이용해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화끈하면서도 부드럽고 신선하면서도 익숙함을 좋아하는 젊은이들 취향을 저격한 것. K3에 젊은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
메이커와 소비자 사이에서, 생각의 차이가 큰 세그먼트 중 하나가 준중형세단 분야다. 욕심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경차를 살 바에야 돈 더 보태 준중형을, 이왕 차 살 거면 조금 더 무리해 중형차를 선택하려 한다. 이 심리를 잘 아는 브랜드는, 사이즈 조금 키우고, 장비 조금 더 갖춰 중형차로 내놓는다. 굳이 준중형세단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렇다, 가격이 문제다. 그리고 가격 차이는 그 차에 들어간 첨단장비에서 비롯된다.
소비자들은 갖가지 안전 및 편의장비는 갖추면서도 한 푼이라도 저렴한 차를 원하지만, 메이커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 그런데 기아는 살펴보고 만지고 누르고, 모든 것을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젊은 고객층을 확실히 잡아냈다. 호기심 유발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다. 기아가 K3에 다양한 안전 및 편의장비를 실은 배경이다. K3는 최고의 안전·편의장비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안전장비인 전방충돌방지보조를 기본으로 달았고, 운전자주의경고, 차로이탈방지보조, 후측방충돌경고 등으로 안전성을 높였다. 여기에 일곱 개의 에어백이 승객을 보호한다.
편의장비도 가득하다. AI 기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인 ‘카카오 I’를 마련했다. 카카오 I는 5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UVO 내비게이션에 적용되며 검색 편의성과 정확성을 높여준다. 급속충전 USB 단자, 휴대폰 무선충전 시스템 등도 갖추고 있다. 버튼시동 스마트키, 스마트 내비게이션 등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스트림 G1.6 엔진. 민첩함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기아가 K3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는 또 있다. 매끈한 디자인과 스포티한 감각이 어울린 K3는 입체적인 성격만큼이나 도로 위에서도 뛰어난 적응력을 발휘한다. 서울처럼 붐비는 글로벌한 도시에서 컴팩트한 차체는 자유롭게 편안한 드라이브의 최대강점. 물론 고속도로에서는 낮게 깔린 차체와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7kg·m를 내는 스마트 스트림 G1.6 가솔린엔진과 스마트 스트림 IVT(Intelligent Variable Transmission) 변속기 조합을 통해 경쾌한 주행감각을 자랑한다. 경쾌한 발놀림은 터프하기까지 하며 그럼에도 연비는 리터당 15.2킬로미터나 된다. 사실 자동차에서 화끈함과 경제성은 반비례였는데, 가솔린엔진의 준중형세단임에도 경차급 연비까지 실현한 것.
트렁크용량 502리터. 골프백에 캐리어, 꼬맹이 곰인형까지 거뜬히 넣을 수 있다
나들이 떠나나 보다. “아빠 얘 곰인형도 데려가.” 엄청난 크기의 캐리어 두 개에 골프백 및 보스턴백, 그리고 잡동사니 바구니 넣기도 힘든데, 곰인형까지 모시고 가야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꼬맹이 요구이니…, 난감하다. 준중형세단 K3에 이 모든 걸 실을 수 있을까? 할 수 없이 뒷좌석이 짐칸으로 변하는 건 아닐까? 순간, 홀로그램 시뮬레이션 작동. “캐리어 각각 80, 60리터, 골프백 130센티미터…, 곰돌이 120센티미터…, 총 502리터인 트렁크공간에 곰돌이까지 싣고도 여유가 남는다.”
K3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가 넉넉한 공간이다. 1열, 2열 헤드룸과 2열 숄더룸 확장을 통해 실내 거주성을 확보했고, 2열에는 쿼터글라스를 적용해 뒷좌석 승객의 시계성과 개방성까지 높였다. 기아는 트렌디한 광고영상을 통해 사회초년병뿐만 아니라 갓 결혼해서 아이를 둔 가장까지도 K3로 눈을 돌리게 했다.
공인연비 리터당 15.2킬로미터. 최근 K3 생활연비 최강자 선발자 대회가 열렸다
덕분에 K3는, 풀모델체인지 이후 급속한 판매증가로 자신의 존재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수출물량까지 늘면서 국내 판매량을 일시 조절해야 하는 상태지만, 매월 5천 대 이상 판매되고 있는 상태. 그리고 기아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기아가 분석한 K3 연령대별 구매자 분석에 따르면, 20대 이하가 32.2퍼센트였다. 30대, 40대가 그 뒤를 이었다. 구형 K3 판매가 40~50대에 집중됐던 점에 미루어 볼 때 젊은 층 공략에 제대로 성공했다.
K3의 첫인상이 좋았다. 화려하고 스포티하며, 속까지 알차다. 그렇기에 6년 뒤에도 K3는 분명히 건재할 것이다. 물론, 조건이 붙는다. 앞으로도 K3는 미래까지 엿보는 스타일 제왕이 되어야 하고, 첨단 트렌드를 계속 두르고 있어야 한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다가올 미래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