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CEO "반도체 업체들 여전히 장비 구매원해"
한국 삼성전자,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주문 몰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주문 잔고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의 주문이 여전히 몰리고 있다.
ASML는 20일(현지시간)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54억유로(한화 약 7조2088억원)에 달했으며 순이익은 36% 증가한 14억 유로(약 1조87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 끝난 2분기에 총 85억 유로(약 11조4000억원) 어치
주문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반도체 수요가 줄고 있지만 가벼운 침체라면 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글로벌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여전히 ASML의 최첨단 장비 구매를 원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베닝크 CEO는 자사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만드는 데 1억6000만달러(약 2100억원)가 들고 장비 무게만 180t에 달하며 운송에 보잉 747기 3대가 필요할 정도라고 말했다.
리드타임(장비의 주문부터 납품까지 기간)이 길다는 점이 주문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또 최근 PC·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는 감소했지만 고성능 컴퓨터(HPC)와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ASML 장비 수요가 여전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급망 제약으로 부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납품이 내년으로 미뤄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ASML의 2분기 대중국거래 비중은 10%로 올해 1분기보다 20%포인트 이상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분기 ASML의 가장 큰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이번 분기 대만(41%)과 한국(33%)에 크게 뒤진 점유율을 보이며 3위에 그쳤다.
중국 출하량이 크게 줄어든 데에는 ASML의 중국 수출을 막으려는 미국의 지속적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네덜란드를 방문한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은 네덜란드 정부 관계자와 베닝크 CEO를 만나 중국 정부에 구형 심자외선(DUV·deep ultraviolet) 노광장비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
앞서 2019년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이 EUV 노광장비에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네덜란드 정부에 ASML의 EUV 노광장비 공급 차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중국은 EUV노광장비를 수급하지 못했는데 DUV 장비마저 끊겼다는 분석이다.
ASML은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를 작년보다 10% 늘어난 205억 유로(약 27조4500억원)로 제시했다.
ASML은 올해 55대, 내년에 60대 이상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생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