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승리자 [제 13편] - 에이프럴의 슬픈 과거
일행들은 어안이 벙벙해, 그저 헤롱헤롱 하고 있는 앙과 이지고잉을 멍하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처음 보는 남자에게 다짜고짜 청혼을 할 수 있는가?
혹, 서로 아는 사이였다 해도 동생이 자신보다 늙은 여우에게 넘어가는 것을 참을
에이프럴이 아니였다.
"제발 허락해 주세요!"
이지고잉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가 입술을 뗄 때면 앙은 하염없이 입을 쩍
벌리고는 놀라운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지고잉은 대책이 없어 보였다. 설사,
에이프럴의 성격을 모른다고 할 지라도 그건 너무 무모한 짓이었다.
그녀는 에이프럴에게 갈기갈기 찢겨 저 세상에서 우리들을 환영할 게 분명하다는데
1골드나 거는 다크니스……. 그리고 그런 다크니스를 보며 한심한 듯 쳐다보는 이글
럭키, 그리고 앙과 이지고잉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떼는 에이프럴.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낙엽을 밟으며 점점 앙과 이지고잉에게 다가가는 에이프럴에게
는 왠지 모를 압박감과 함께 자상함이 보였다. 흡사 성모 마리아가 환생해 에이프럴의
몸 속에 들어간듯, 에이프럴의 얼굴엔 이상할 정도로 자상함이 보였다. 그런 에이프럴
이 한 발자국씩 자신에게 올 때 마다 이지고잉은 검은색 수녀복을 좀 더 여미었고, 앙
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헤롱거리고만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에이프럴은 그들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저는 앙을 처음 봤을 때 부터 앙에게 호감이 있었습니다. 텐스 거리에서 봤을 때 부터
말이에요. 제발 허락해 주십시오."
이지고잉은 이번에는 기도라도 하듯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는 낙엽을 두 무릎으로
철저히 뭉게고는 두 다리는 가지런히 모아 11자 형태를 만듦으로써, 에이프럴의 고뇌
에 한층 더 괴로움을 심어 주었다.
"하지만……."
드디어 에이프럴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녀의 얼굴에는 잊을 수 없는
자상함이 보였다. 그녀의 입술만 제외하고는. 그녀의 입술은 그녀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자상함과는 반대로 비장함이 보였다.그 입술을 본 이지고잉은 마치 죄라도 진 듯이 몸
을 부르르 떨며 에이프럴을 올려다보며 눈망울을 더욱 빛내고 있었다.
"앙은 아직 사랑이라는 것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저 당신을 본 순간 당신의 미소에
한순간 반한것 뿐이지, 당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잠시 앙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앙의 얼굴은 '이지고잉 누나와 사랑하게 해줘,
누나.' 라고 외치는 듯 했지, '나는 이지고잉 누나를 사랑하지 않아.' 라고 말하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에이프럴은 그런 앙의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떻게 수녀라는 분께서 그렇게 음탕하실 수 있지요? 본래 여자들은 결혼하기 전
까진 성에 무지해야 정상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당신은 수녀란 말입니다! 그런 분께서 -"
"- 잠깐만요, 그럼 당신은 어떻게 성에 대해 알죠?"
이번에는 이지고잉의 카운터였다. 에이프럴은 카운터를 맞은 후 반격할 어퍼컷이 없었다.
"그건……."
에이프럴은 주저앉아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우리 누나는……."
가래가 낀듯한 앙의 목소리. 앙은 이지고잉을 증오하는듯이, 그리고 에이프럴에게는 측은하
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우리 누나는 어렸을 때, 어떤 나쁜 인간에게 강간당한 적이 있어요. 나중에 제가 누나에게
검을 가져다 주자 누나가 단검에 베어버렸지만 말이에요."
가만히 그들 셋을 바라보던 다크니스는 그제서야 뭔가 알았다는 듯이 박수를 짝 소리가 나게
쳤다. 이글럭키는 다크니스에게 무어라고 한 후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
했다.
에이프럴은 어렸을 때 옷을 모두 벗고 돌아다닌 적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강간을 당한
직후 옷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이지고잉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자신이 큰 죄를 일으켰고, 에이프럴에게 속죄해야
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이지고잉과 에이프럴, 앙은 눈물을 부어내며 그렇게 그날 하루를
보냈다. 다크니스와 이글럭키도 답답한 마음을 풀 길이 없음에도, 그들을 위로하며 하루를
지샜다.
"죄송해요……."
어느덧 한밤이 되어 나온 이지고잉의 사과는 일행들을 어둠과 냉한에서 보호해 주었다.
에이프럴은 꿈속에서나마 이지고잉을 용서해 줄 수 있었다.
진정한 승리자 [제 13편] - 에이프럴의 슬픈 과거 마침.
2005. 7. 18. 어느 한 여름날.
[봉황]태천화평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 앙's -
이번에는 좀 짧습니다, 헤헤 -_-;;
아직 슬럼프에서 완전히 헤쳐나오진 못한 앙's -┏
다음에는 좀 더 신선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닷!
p.s. 명예갑시다아아앗!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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