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모 - 제주도를 사랑하는 모임

자기가 낳은 아기를 버리고, 버릴 뿐만 아니라 유기 또는 살해하는 엄마가 있음을 보도를 통해 보았습니다. 물론 엄마가 도저히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아 자식을 포기하는 경우입니다. 아무튼 어려운 환경이라 해도 모성을 기본인식으로 가지고 있는 문화 안에서는 도무지 이해해주기 어렵습니다. 그것도 아비가 아닌 어미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습니다. 10개월 가까이 자신의 몸 안에서 키운 자식입니다.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려는 것이 모성이기 때문입니다. 하다못해 짐승도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막다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라고 여깁니다. 그야 상황이 그렇기 때문이니까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은 환경 곧 부유한 집에 있으면서도 가능할까요? 소위 사람이 아닌 마귀 사단의 짓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자식을 낳았습니다. 곧바로 시중을 드는 사람에게 내다 죽이라고 명합니다. 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악마 같은 성품을 가졌으리라 짐작하고 악의 뿌리를 차단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이었다면 어미의 정을 이기고 세상의 유익을 위해 일찌감치 처단하는 것이 옳은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과연 악의 뿌리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설령 악의 핏줄이라 해도 자기 몸에서 나온 자식을 살해할 수 있는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오랜 세월이 지나고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죽음을 당합니다. ‘에스텔라’는 엄마의 죽음이 사고로 인한 것으로 알았습니다. 아무튼 그곳이 자기가 있을 곳이 아님을 알고 도망쳐 나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가고 싶었던 런던으로 들어옵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아는 사람도 없고 자기를 돌봐줄 어떤 대상도 없습니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먹고 자는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없습니다. 다행(?)히 두 소년을 만납니다. 좀도둑들입니다. 그 속에서 일단 의식주는 해결합니다. 소년들과 두 마리 개 그리고 에스텔라가 한 조직을 이루어 도적질로 살아가는 겁니다. 그렇게 자라지만 에스텔라의 꿈은 유명 디자이너입니다. 그 간절한 꿈이 점점 현실로 다가갑니다. 백화점 청소부로 시작합니다. 무시 멸시당하면서도 열심히 일하며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시간과 기회는 찾아옵니다. 패션계를 휘어잡고 있던 남작부인을 만납니다. 남다른 일을 저질렀으니 당장 해고 지시를 받습니다. 쇼윈도의 전시용 마네킹 의상을 파격적으로 망가뜨려놓은 것입니다. 화풀이로 저지른 일인데 남작부인의 눈에 띄었습니다. 천재의 눈에 남다른 특별함이 돋보였던 것이지요. 해고의 자리에서 남작부인의 근접 직원이 됩니다. 남작부인은 에스텔라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확실하게 이용합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갑질’ 행세를 하는 것입니다. 하기는 그 주변 누구나에게 그렇게 합니다. 물론 누구 하나 이의를 대지도 못합니다. 싫으면 나가면 되니까요. 이용만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에스텔라는 또 다른 자기를 만들어 도전합니다. ‘크루엘라’가 되는 것입니다. 남작부인의 패션쇼마다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콧대를 꺾습니다. 결국 전면전으로 치닫습니다. 짐작대로 권력을 가진 자가 절대 유리합니다. 작업장이 쑥대밭으로 변할 뿐만 아니라 소각됩니다. 그 자리에 에스텔라가 함께 불쏘시개가 되지요. 하지만 그렇게 끝나지 않습니다. 에스텔라에 대한 과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남작부인의 측근 비서가 구해냅니다. 비밀의 열쇠가 되었던 엄마가 준 목걸이를 남작부인에게서 되찾았지만 비밀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비밀을 비서가 풀어줍니다. 그렇다고 용서는 없습니다. 엄마가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꽤나 엄마 속을 태웠지만 에스텔라를 끔찍이 사랑하고 받아주며 키워주었습니다. 말썽꾸러기인 자신의 천재성을 인정하며 기죽지 않도록 감싸주었습니다. 그러나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없어 남작부인의 도움을 받으러 갔다가 오히려 주검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확실하게 복수해주고 싶습니다. 죽이려고? 살인은 삼가려 합니다. 어쩌면 너무 단순한 복수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쓴 맛을 보게 해주어야지요. 자신의 악의 뿌리를 잘근잘근 씹어보는 즐거움(?)을 누려보도록 해야 합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패션쇼는 자신의 몰락을 기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선악의 대비가 확대되고 극적일수록 흥미가 배가됩니다. 그리고 그 대비는 외적인 사건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한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외적인 다양한 사건의 구성을 통해서 만듭니다. 한 사람의 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충돌은 특히 영화로 표현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불어 배우의 특별한 연기가 요구됩니다. 그 점에서 또한 성공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에스텔라와 크루엘라는 선악의 대비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한 사람 안에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보너스로 다양한 의상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 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의 반세기 전 이야기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영화 ‘크루엘라’(Cruella)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