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바다만 있는 게 아니야] 부산의 대표 사찰들 (범어사, 해동용궁사, 해운정사)
8월의 폭염도 어느 덧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번 여름 역시 여느 때처럼 무덥고 길었다.
특히 남부지방은 7월부터 계속된 폭염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흔히 극성수기라 표현하는 기간(7월 말 ~ 8월 중순)은 지나갔지만
여전히 휴가를 맞아 바다로, 강으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단연 부산이다.
해운대, 광안리도 대표되는 부산은 여름 최고의 피서지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하루에만 수 십만 명이 찾을 정도다. 파라솔이 많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의 여름엔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제 2의 도시답게 역사적, 문화적 유산 역시 풍성하다.
특히 산으로 이루어진 부산에서는 유서 깊고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사찰이 많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8월 15일, 최규동 열기와 함께 부산의 사찰 세 곳을 찾았다.
산 속에 자리잡아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범어사, 바다 옆에 위치해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해동용궁사, 해운대 도심 속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해운정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1. 금빛 물고기가 노닐던 아름다운 사찰, 범어사
부산지하철 1호선을 타고 부산대를 지나 조금 더 가다보면 범어사역이 나온다.
범어사역에서 나와 90번 버스를 타고 약 10분 가량 가다보면 범어사에 닿을 수 있다.
<신승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범어사는 '금빛이 도는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노닐던 우물'이 있는 곳을 금정산(金井山)이라고 명명하고 그 자리에 절을 지어 생겨났다.
그만큼 주변의 산과 계곡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실제로 이 날도 수 많은 부산 시민들이 무더위를 피해 계곡을 찾은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들과 튜브를 타고 정신없이 물놀이에 빠진 아이들 모두에게
금정산의 계곡은 시원한 휴식처가 되어주었다.

범어사는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 3대 사찰에 꼽힐 만큼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678년(문무왕 18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모두 불에 타 10여 년 방치되었던 것을 이후 다시 중건했다.

범어사는 우리 민족 역사의 산실이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등 나라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영남지역의 많은 승려들이 구국 활동을 펼쳤다
실제로 한반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승려들이 이 범어사를 거쳐갔다.
의상대사를 비롯하여 원효대사, 만해 한용운 등의 고승들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대웅전(보물 434호, 사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건물들이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 사찰의 왼쪽 측면에는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도 마련되어 있었다.
범어사는 불교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심신의 평안과 휴식을 위해 찾을 법한 곳이었다.

대웅전 맞은 편 계단을 내려가다보면 계단을 따라 천왕문 등 여러개의 문이 나타난다.
문을 지날 때마다 달라지는 경치를 만끽하며 왜 금빛 물고기가 이 곳으로 내려왔는 지 짐작이 가능했다.
산과 계곡, 사찰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웅장한 아름다움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안겨주었다.
2. 세상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 해동용궁사
해운대에서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정도 가다보면 해동용궁사가 나온다.
기암절벽 위에 만들어진 사찰,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
이런 해동용궁사는 수식어가 불필요할 만큼 부산의 손 꼽히는 명소가 되었다.
고진감래라고 하던가. 해동용궁사는 교통편이 적고 멀어 가기 힘들지만 그만큼 멋진 경치를 선사했다.
사찰 아래로 끊임없이 몰아치는 에메랄드 빛 파도는 청량감을 안겨주었고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맞부딪혀 올라오는 바닷바람은 흐르는 땀을 식혀줄 정도로 시원했다.
더불어 앙드레 가뇽의 연주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1376년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대사가 창건한 해동용궁사.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중 한 곳이다.
원래 이름은 보문사였지만 1976년 부임한 정암스님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관음보살의 꿈을 꾼 이후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변경했다.

해동용궁사는 여느 절보다 더욱 불자들을 존중해주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사찰 곳곳에 놓인 불상과 동자상에서 공양한 불자들의 이름이 보였다.
이런 작은 정성들이 멋진 경치와 더불어 용궁사에 지금의 명성을 선사했는 지도 모른다.
범어사에 비하면 작은 규모이지만 해동용궁사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꼭 가볼 만한 곳이다.
무엇보다 산과 엮어서 생각했던 사찰의 개념을 바꿀 수 있는 곳이다.
이처럼 바다 바로 앞에 지어진 사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동용궁사는 바다와 산으로 이루어진 도시 부산이기에 가능한 사찰일지 모른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새로움을 찾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해동용궁사를 찾길 권한다
.
3. 도심 속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작은 사찰, 해운정사
해운정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해운대하면 으레 해운대 해수욕장이나
초호화 주상복합단지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해운대역에서 나와 해수욕장 반대방향으로 약 10분 가량 걷다보면 해운정사가 나타난다.
도심 속에 이런 사찰이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인 해운정사는 규모나 역사면에서 작은 사찰이다.
1971년 창건되었고 전각 역시 채 10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운대를 찾은 사람들이 한 번 쯤은 가봐야 하는 장소다.
해운정사 정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다보면 해운대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주택과 고층 빌딩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해운대의 전경을 바라보면
국제적인 관광도시 해운대의 이미지보다는 조용하고 평온한 부산의 여느 동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108평의 큰 규모를 자랑하는 원통보전 큰 법당 앞에 앉아있다보면 해운대의 바닷바람이 여기까지 올라와 쾌적함을 안겨준다.
이 원통보전은 1989년 지어졌다.
두 열기가 방문했던 사찰 중 가장 막내이고 심지어 이동수 열기보다 나이가 어리다.
규모나 역사면에서 범어사, 해동용궁사에 미치지 못하는 해운정사이지만
도심 속에 이런 사찰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다.
사방이 주택으로 둘러싸인 해운정사는 각박한 도시 생활에 휴식을 안겨주고 있었다.
두 열기가 둘러 본 부산의 사찰들은 저마다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산 속에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범어사, 바다와 바로 맞닿은 해동용궁사, 도심 속에 자리한 해운정사까지
모두 부산이기에 만날 수 있는 사찰들이었다.
부산 속에는 다양한 문화와 지역의 역사가 샐러드와 같이 섞여서 저 마다의 색과 멋을 보여주었다.
타지 사람들에게는 관광특구도시, 해운대 해수욕장 등으로 연산되는 부산이지만
바다 이외에도 갖가지 매력을 갖고 있는 곳이 바로 부산이다.
올 8월이 다 가기 전 부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해수욕장을 넘어서는 다채로운 경험을 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