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친구들이 결혼하면 신혼여행 다녀와서 신혼집이 정리되는데로 친구들을 초대해서 저녁식사겸 집들이를 합니다.
나이가 차서 슬슬 친구들이 결혼을 하다 보니, 이집 저집 집들이를 꽤나 다니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느낀점 몇가지.
고생고생해서 차려줬더니 얻어 먹는 주제에 뭔말이 그리 많냐~ 하면 할말은 없는데, 뒷담화가 아닌 앞으로 집들이를 하셔야할 분들을 위한 경험담.. 정도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메인요리의 아이러니.
보통 집들이를 하게 되면, 주로 준비를 하게 되는 아내 입장에선 뭔가 특별한 메인요리를 반드시 준비하고 싶은가 봅니다.
특별한 음식, 집에서 항상 먹는게 아닌, 뭔가 시선을 끌수 있는 음식을, 거의 대부분의 집들이에선 볼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특별하다는게... 바꿔서 말을 하면 자기도 해본적이 거의 없는 음식이라는거죠.
예~~전 고리쩍 여성들이라면 모를까, 요즘 젊은 아가씨들이 음식을 잘하는건. 자기가 취미가 있거나 재능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드뭅니다. 라면 하나 제대로 못끓이는 수준은 아닐지라도 그 "특별한" 음식을 맛깔나게 잘 할만큼의 실력과 경험이 축척되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죠.
그런 사람이, 자기도 거의 해본적도 없는 요리를 레시피만 보고 만들면... 재료도 일반적으로 항상 만지는 음식 재료가 아니라 쉽게 접하지 않는 재료인 경우가 많고, 소스도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소스가 많은데... 과연. 과연 그게 맛날까요.....
경험상, 메인요리라고 내놓는 음식중에 괜찮다 싶은건 거의 없었습니다... 음식점에서 먹어본적은 있는데, 그때 그맛과는 판이하게 다른 음식들, 아무리 봐도 정체를 알수 없는 음식들, 이름은 그거라는데 전혀 처음보는 물체 등등. 냉정하게 말해서 못먹겠다 싶은 수준도 꽤나 있더군요.
메인디쉬는 불고기 정도가 제일 무난하고, 특색있고 특별한 요리 보다는 자기가 제일 잘하는 요리를 하는게 더 좋은것 같습니다.
2. 양의 조절.
집들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엔 비할바가 아닙니다만. 집들이에 가는 사람도 "음식을 맛있게 잘 먹어줘야 한다" 라는 부담감은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친구들마다 다르고 그때그때 분위기 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전 "맛있게 싹 다 먹어야지" 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더미 처럼 음식을 해놓으면..... 군대에서 먹고문도 아니고 괴롭죠 ㅜㅜ
양이 많으면 아내 되시는 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야! 나 줠라 많이 먹었어. 이건 니가 먹어" "야 이건 내가 먹을테니 저건 니가 처리해라" "아~나도 줠라 많이 먹었다니깐, 가위바위보하자" 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양잡기 어려운거 충분히 알고, 집들이 하는데 음식 모자랄바엔 남는게 낫다 싶어서 많이 할수 밖에 없다는것도 압니다. 해결책은 간단하죠. 왕창 다 내오지 말고 덜어서 내놓으면, 서로 윈윈 할수 있습니다.
3. 조리된 음식.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요. 첫째는 그냥 통채로 시키는 치킨, 족발, 탕수육 등이 있을꺼고 둘째는 요즘 마트나 옥션 같은 인터넷 쇼핑몰에 가면 흔하게 볼수 있는, 대부분의 준비가 되어있어 최소한의 조리만 하면 먹을수 있는 그런 음식들입니다.
이것 역시 사람들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전 첫번째는 나쁘지 않다고 보고, 둘째는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아예 시켜버리는 음식은, 아내되시는분의 부담을 크게 덜수 있다는 점에서 집들이 주체자도 좋고, 먹는 사람입장에서도 최소한 어느정도의 퀄러티는 보장되기 때문에 좋습니다. 완전히 싹 다 시켜버리면 성의도 없어 보이고, 집들이 가서 안사람 음식 솜씨도 보자는 취지도 약해지고, 별로지만. 몇개 정도 시키는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성의 없다고 할수 있는 시키는 음식은 괜찮으면서 그래도 최소한의 조리는 해야하는 건 왜 싫어하느냐... 하면. 맛이 없습니다.... 제가 입맛이 크게 까다로운건 아닌데, 싸구려 재료를 소스 범벅으로 커버할려는 음식들은 먹기가 괴롭더군요. 특히 고기볶음류는 가장 최하급의, 버려지기 직전인 최악의 고기를 소스 떡칠로 맛을 가릴려고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서 정말 별롭니다.
간단조리 음식이라면, 차라리 일반음식점에서 포장을 해오는게 낫지. 마트나 인터넷쇼핑몰에 파는 음식들은 너무너무 맛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피하는게 좋은것 같습니다.
쓰다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이거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같기도 합니다.
어지간히 친한 사이가 아닌 다음에야. "야 이거 조낸 맛없어. 못먹겠다" 라고 말하긴 힘들고. 그렇다고 본인들 빠진 자리라고 그런 뒷담화 했다가는, 그 얘기 들은 애들도 언젠간 결혼하고 집들이를 할껀데 또 부담 될꺼고. 얘기를 거의 못하고 사는데.
여긴 상관없으니깐요.
덤 : 집들이 선물.
집들이 선물로 휴지, 세재 등 많이 사가시죠. 아무리 많아도 두고두고 쓰이는 물건이고, 생각하기 귀찮으니 -_- 대충 그거 사가는 경우가 많죠. 실제로 어떤집이라도 그게 처리 곤란이라던가, 쓰이지 않는 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으니 제일 무난한게 맞습니다.
저도 귀찮을땐 그리 하는데, 좀 챙겨주고 싶은 경우엔.
kyocera에서 나오는 세라믹칼 자주 사갑니다. 친구들이랑 같이 사면 크게 부담되는 가격도 아니고, 특이해서 기억되고, 실제로 사용해도 상당히 유용하고 좋은 제품이거든요. 꼭 그게 아니라도, 집들이 선물은 무조건 안사람이 주로 쓰는 걸로 사갑니다.
친구 놈들이야 어째도 상관없죠. 맨손으로 찾아가서 밥만 처묵처묵 하고 와도 상관 없습니다 -_- 하지만 와이프 되는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으니, 최대한 잘보이는게 폐 끼치는데 대한 보답(?)도 될것이고, 나중에 친구 불러 낼때도 그나마 욕 덜얻어먹는 방법이기도 하고 ㅎㅎ
첫댓글 오 잼있는 얘기네요..저도 주변 사람들 집들이 자주다니는데 집들이가서 한번쯤 얘기해보면 재밌을 주제네요
그나저나 교세라에서 칼도 만드나요? 이회사 진짜 안하는게 없나보네요... ㅎㅎ
오호....얼마 안 있음 결혼하는데..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b
잡설 정도가 아니네요...서른줄에 속하는 사람으로서....비스게에서 참 좋은 정보를 얻어갑니다. 여러 사람이 보았으면 하는 생활의 지식이네요. 글 제목을 바꾸엇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한번은 집들이갔는데 애기가 있어서 피자헉파스타랑 치킨배달된걸 먹었더랬습니다. 맛은 보장되는데..그 뭐랄까...배달이 하나하나 올때마다 움찔하게되더라구요;; 그래도 나중에 과일이랑 간단한 맥주안주는 만들어주시고 남편분이 이거저거 챙겨주셔서 재미있었긴하지만;;;
신문지 펴 놓고 삼겹살 구워먹은 집들이가 있었었죠...ㅎㅎ
저는 노량진가서 회떠왔는데요..;; 매운탕은 처형이 해주시고.. 모 어린와이프 델구 사는데 할줄 아는게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