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만 있으면 년중 제일 덥다는 삼복더위가 시작된다. 7월15일이 초복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어느 때가 제일 더운지도 제대로 몰랐다. 그저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고만 알았다.
여름에 더우면 발가벗고 냇가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멱을 감았고 집에서는 새미에서 갓 길러온
샘물로 등물을 쳤다. 등물을 칠 때면 차가워서 숨이 멎을 정도였다. 그 정도가 돼야 땀띠가 죽었다.
오늘 아파트 주위를 돌면서 숲길을 걸었다. 아파트를 지은지도 한 30년이 넘었으니 당시 조경으로
심은 나무들이 울창하여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 단풍나무가 있어 한 여름인데도 몇몇 이파리는
붉게 단풍이 들은 것도 있고 또 어떤 이파리는 바닥에 떨어져 딩굴고 있었다. 샛길을 걸어면서도 보도
블록 위에 떨어진 단풍닢은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그냥 밟고 지나갈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사방으로 어둠이 찾아왔다. 아파트 바깥에선 "찹쌀떠억~" 하고 구성진 가락이 울러 퍼졌다.
본래 찹쌀떡이란 한 겨울 밤이 깊을 때 적막을 깨는 소리로 골목 끝에서부터 서서히 다가왔다가
남의 창자만 울려 놓고 유유히 사라지지 않았던가? 애절한 찹쌀떡이 지나가고 나면 다음엔 군고구마가
찾아왔지만 역시 언감생심이었다.
친지나 지인 자녀 결혼식에 가보면 주례사가 끝난 다음 신랑신부 행진시 울려 퍼지는 음악이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오는 결혼행진곡이다. 이 곡은 멘델스존이 17세 때 독일어로 번역된 세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 곧 '서곡'을 작곡했고, 그로부터 16년 뒤 프러시아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4세로부터 이 극의 부수음악 작곡을 의뢰받아 극중 여러 장면에 알맞은 곡을 12곡 만들었다. 낭만적인
멋과 우아한 아름다움이 특징인 '한여름 밤의 꿈'은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가장 사랑받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찾아가야'하듯이 꿈을 꾸려면 잠을 푹 자야한다. 원기왕성한 젊은 시절에는
잠도 잘 들고 꿈도 많았다. 하지만 나이든 지금은 잠도 적어지고 꿈도 사라졌다. 대부분의 친구들도 노화현상인지
전립선 비대증 등으로 밤중에 서너번씩 소변보러 잠을 깬다고 한다. 잠을 자주 깨면 깊은 잠을 잘 수가 없고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기계도 연속적으로 꾸준히 운전하는 것보다 꼭 필요할 때만 운전하는 편이 효율이 높다.
밤의 길이가 제일 짧은 한 여름밤이지만 개꿈이라도 꾸었으면 좋겠다.
전라도 영광 모시떡